목회서신

운동회 이야기

황의정 목사 0 13,145 2018.04.28 07:53

어린 시절 학교 초등학교(초등학교) 운동회는 학생들만의 잔치가 아니었습니다. 면내에 이렇게 큰 잔치가 없었지요. 시골 면 소재지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초등학교(초등학교)에는 굽이굽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초가집 동네마다에서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저희 동네는 4km나 떨어져있었습니다. 기차표 통고무신을 신고, 보자기에 둘둘 말아서 싼 책보를 어깨에 둘러매고, 필통에서 몸부림치는 연필 소리, 강냉이 죽 타먹기 위해서 가져가는 빈 도시락 속의 수저 소리를 박자삼아 달렸습니다. 동네 입구에서 모여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면 형들의 인도에 따라서 줄을 지어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유난히 키가 작았던 저는 필사적으로 달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즐거운 운동회가 됩니다. 곤봉놀이, 100미터 달리기와 릴레이, 마스게임, 그리고 마지막에 있는 마라톤, 어느 것 하나 설레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에 운동에 별 소질을 보이지 못했던 저도 즐거웠으니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는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상을 주는 연필과 공책(노트북) 외에는 상이라고 타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운동회를 생각하면 꼭 마음속에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이 있습니다. “손님 모시기”라는 달리기가 있었습니다. 출발선에서 힘차게 출발하여 달리다가 중간에 늘어놓은 봉투를 집어 들면 그 곳에 모실 손님이 쓰여 있습니다. 교장선생님, 지서장님, 우체국장님, 육성회장님 등등. 본부석에 앉아계신 손님들을 찾아서 결승점에 함께 들어가는 게임입니다. 손님들은 학생의 손을 잡고 열심히 뜁니다. 어떤 손님은 아이를 덥석 들어서 업고 뛰어갑니다. 꼴찌가 상위권에 들게도 됩니다. 그럴 때면 운동장이 떠나가라 박수가 터집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1등으로 달려서 본부석까지 왔습니다. 육성회장님을 찾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육성회장님이 안계십니다. 몸이 편찮으셨던 우리 아버님이 운동회에 못 오신 것입니다. 그 학생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힘없이 꼴찌가 되어 골인 점을 향해서 뛰다 걷다 또 걷다 뛰다하면서 들어섰습니다.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 누워계신 아버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팔뚝으로 눈물을 훔치던 누나 이야기는 끝내 하지 않았습니다.

오는 토요일에 남가주 성결교회들이 Santa Fe Dam Recreational Center에서 체육대회를 합니다. 배구대회, 줄다리기, 사생대회, 족구와 함께 음식 경연대회가 열립니다. 우리 교회는 금년에 처음 참석하지만 10년 넘게 이어진 행사입니다. 1,000여명의 성결 가족들이 모이는 큰 대회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연습이 있습니다. 국제 심판 자격을 가진 코치를 모시고 마무리 훈련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운동회는 운동 못지않은 즐거움이 있습니다. 무르익은 가을 추수를 마무리하면서 열리는 운동회는 먹을 것이 풍성합니다. 밤도 삶아가고, 옥수수도 삶습니다. 햅쌀로 여러 가지 떡도 만들지요. 하얀 쌀밥에 굵은 콩을 넣은 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한바탕 뛰고 급하게 달려와서 떡도 먹고, 과일도 먹는 우리를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고 바라보십니다. 엄마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친 밭일에 손바닥이 거칠었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동동 구루무(로션) 밖에 달리 바를 것이 없었지만 참 보기 좋았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정말 멋있었어요. 정말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엄마만 눈에 확 들어왔다니까요? (히히히. . .)

운동회가 열립니다! 너무도 아름답고, 그림 같은 호수 옆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에서 벌어지는 운동회지만 어린 시절 황토 흙 운동장에서의 그 운동회 못지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둘로스 여러분! 다 함께 가서 동심으로 돌아가 하루를 즐기십시다. 몸도 맘도 훌훌 날아가듯 즐거운 날이 될 것입니다. 누가누가 잘 하나? 궁금하시죠? 풍성한 상품은 오히려 말하고 싶지도 않네요. 어린아이가 되는 날입니다. 자녀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는 날입니다. 서로 친해지는 날입니다. 몸과 마음을 아울러 달련하는 날입니다. 성결가족들의 유대가 깊어지는 좋은 날입니다. 야아! 운동회다아~ ~ ~!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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