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

황의정 목사 0 11,827 2018.04.28 07:46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결혼하고 1년쯤 되어 장인어른께서 돌아가셨고,. 작년 6월에 어머님께서 우리 곁을 훌쩍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8월 2일에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50 목전에 부모님을 여의였으니 섭섭하다고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생애 마지막 수년을 질병을 앓고 계시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는 아들의 마음은 갈팡질팡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에 따라 불효하는 것이 아닌지 자책하는 마음이 오락가락했습니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신 분들과 달리 부모님께서 천수를 다하고 가신 경우는 또 다른 생각이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78년부터 80년 어간 군 생활을 하면서 고아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기도 문산의 영생원이란 고아원에서 고아 성가대가 미군 천주교, 개신교 예배와 우리 카투사 예배의 찬양을 했습니다. 저는 주일 오후에 영생원에 가서 예배를 인도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2년을 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부모의 존재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는 사실, 내가 고아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나는 부모님께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물려받을 재산을 생각해 본적도 없고, 부모님께 섭섭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그저 살아계신 것이 감사했습니다. 17년을 해외로 떠돌면서 부모님 마음에 그리움을 심어드림이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잘 생긴 아니나 못생긴 아이가 차이가 없고, 똑똑한 아이나 어수룩한 아이가 차이가 없어보였습니다. 모두 외롭고 맥이 없고 어두웠습니다. 단지 부모가 없다는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10여 년 전에 어머님께서 담석증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무척이나 참고 참으셨던 차라 의사 선생님이 놀라셨답니다. “이 많은 돌을 몸에 넣고 어떻게 사셨습니까?”그 수술 후에 어머님은 기력을 잃으셨습니다. 어지럽고 힘이 없어서 누워지내는 시간이 많으셨고, 아버님은 안타까워서 억지로 어머님 손을 잡고 동네를 거니셨습니다. 속 모르는 동네 분들은 잉꼬부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늙어서 황집사님네 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아버님께서 수년을 식사준비며 빨래며 살림을 하셨습니다. 한 번씩 찾아뵐 때마다 아버님을 부려먹는(?) 어머님이 대견(?)해 보였습니다. 수저를 놓으면서 맛이 없다고 투정도 하시곤 했죠. 이때까지만 해도 크게 염려하지 않았는데 어머님이 치매에 걸리시면서 아버님이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사시던 누님이 5년을 모셨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시는 그 깔끔하시던 어머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한없이 슬펐습니다. 그 때부터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치유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나 아니면 얼른 돌아가시기를 기도해야하나? 기도하다가 할 말을 못 찾고 방황하곤 했습니다. 어느 목사님께 여쭈었습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 거냐고요. 길게 고생하시지 않고 하나님 나라에 가시도록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이해는 되지만 어찌되었든 돌아가시라는 기도는 하기가 어려웠습니다.“사시는 날까지 고통 없게 해주세요!”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식의 마음이었습니다.

곱게, 평안하게 누워계신 어머님의 차가운 얼굴에 제 얼굴을 대어보았습니다. 피부는 차가운데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자주 문득문득 눈시울이 젖어드는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버님도 어머님 계신 곳으로 가셨습니다.

5월에 마지막 뵈었을 때 아버님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함께 사우나탕에도 갔습니다. 함께 온 탕에 앉아서 웃으면서 큰소리로 대화를 했습니다. 때밀이가 시원찮다고 투덜대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들에게 용돈을 받으시고 천진한 얼굴로 웃으시면서 많이 줬다고 기뻐하셨습니다. 가끔 전화를 하고 싶어도 이전처럼 대화가 안 되면 어쩌나 망설였습니다.

아버님의 마지막 모습이 평안하여 감사합니다. 아버님께서 제게 주신 큰 선물입니다. 불효자식에게 주신 선물이 너무도 큽니다. 아내가 사드린 잠바를 입으시고 함께 찍은 사진에서 아버님은 웃고 계십니다. 저를 보시는 아버님의 마음입니다.

아버님의 믿음이 가장 큰 위로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죄의 용서와 천국을 확실히 믿으셨습니다. 부활의 희망으로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성도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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