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은쟁반 위에 놓인 금 사과

황의정 목사 0 12,279 2018.04.21 11:04

어려서 학교 다닐 때는 신체검사를 매년 했습니다. 키가 얼마나 자랐나, 몸무게는 얼마나 불었나, 폐활량이 얼마나 되나, 또 시력 검사, 혈압 검사 등을 하였습니다. 그 때는 전혀 중요성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저 장난삼아 재미로 하기도 하고, 고학년이 되어서는 적당이 써넣고 도장만 찍어서 제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신학대학 시절 어느 날이었습니다. 자꾸 몸이 까라지고, 힘이 없어지고, 기침을 자주하게 되었습니다. 할 수없이 보건소에 가보았습니다. 폐결핵 중등증(2기)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때부터 9개월 동안 마음과 몸이 많이 지치고 힘든 생활을 했습니다. 생전 들어보지 못하던 몇몇 가지의 알약을 매일 복용을 하였습니다. 매우 성실하게 꼬박꼬박 처방대로 약을 먹었습니다. 약이 워낙 좋아져서 9개월이면 완치가 된다고 했습니다. 큰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때였는데 병이 옮는다고 아기를 안아주거나 뽀뽀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한참 예쁠 때에 아기를 멀리해야했습니다. 그래, 9개월 동안 잘 먹고 꼭 완치되어야지! 제 기억으로 한두 번 정도 약을 거르지 않았나 싶을 만큼 성실하게 복용을 했습니다. 그리고 9개월이 되었을 때에 완전히 나았을 것이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냐고 물었더니 간호사가 퉁명스럽고 무성의하게 대답하였습니다. “그렇게 쉽게 낫는 게 아니예요!”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더 기다렸다가 약을 또 타 와야 했는데 그냥 나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지 않았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하나님께서 고쳐주셨다고 했습니다. 사실 속으로 염려도 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확인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후에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어서 신체검사를 했는데 결핵을 앓은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면서 다 나았다고 했습니다. 믿음 아닌 믿음으로 버틴 것이 좋은 결과를 나아서 감사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집사님 한 분이 중풍으로 입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드님들과 가족들이 맘이 많이 상했습니다. 아버님의 중환으로 몹시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까운데 담당 의사라는 분이 말을 함부로 한 것입니다. 어쩌면 의사의 말이 의학적으로 다 맞는 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부여잡을 입장인데, 그 안타까운 맘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심의(心醫)나 명의(名醫)하고는 너무도 거리가 먼 천박한 직업적인 의료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늘 말을 하고 삽니다. 진지한 말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평범한 대화를 하고 삽니다. 책에 기록해 놓을 만큼 중요한 말을 사실 별로 못해보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심각한 말이든지 그냥 하는 말이든지 동일하게 중요합니다. 우리의 말은 능력이 있어서 무심코 하는 말에도 상처를 입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심결에 던진 돌에 맞아 죽는 벌레가 있습니다. 잠언에는 “혹은 칼로 찌름같이 함부로 말한다”(12:18)고 하십니다. 얼마나 무서운 말입니까? 우리의 말이 마구 휘두르는 칼이 되어 사방으로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면 두렵지 않으세요? 특히 병환 중에 계신 분들 앞에서, 낙심 중에, 슬픔 중에 계신 분들 앞에서 그래야 합니다. 

지혜로운 말은 양약(良藥)이 됩니다. 말의 적극적인 능력이 바로 치료하는 능력입니다. 위로하고, 격려하고, 인정하고, 칭찬하는 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치료제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곤핍한 자를 말로 위로할 수 있도록 학자의 혀를 달라(50:4)고 기도했습니다.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말들은 대부분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말들입니다. 어려서 받은 들은 말 한 마디 말을 품고 성공한 사람도 많고, 한 마디의 상처로 인하여 평생을 고생하는 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니라 (잠 25:11). 얼마나 아름다운 말입니까? 우리 믿는 사람들이 말로 덕을 세우고, 공을 세우는 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말의 홍수 속에서 은쟁반 위에 놓인 금사과 같은 품위 있고 격조 높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복이겠습니까? 당신의 말이 금 사과이기를 기도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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