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아, 방글라데시

황의정 목사 0 10,836 2018.05.04 07:25

22년 전에 방문했던 방글라데시에 다녀왔습니다고 송희천선교사님과 임에스더 선교사님께서 계실 때였습니다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무덥고 습한 날씨였습니다섭씨 38-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줄줄 흐르는 땀에 그냥 지쳤습니다전기 사정이 나빠서 한 시간 간격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좋아진 것은 전에는 들어오면 언제 나갈지 불안했고나가면 언제 들어올지 감감했으나 이제는 한 시간 후면 다시 전기가 들어온다는 것이 확실해진 것입니다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에 속해있습니다. 1억 6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좁은 땅에 몰려 사니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북적댑니다일하는 사람인지 노는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빈민촌에 들어가니 어린이들이 떼로 몰려옵니다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면 무척 좋아합니다손을 내밀고 돈을 달라고 하는데 그 많은 사람들 속에 누구에게 무엇인가를 주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아무것도 주지 못했습니다이 사람들의 낙관주의는 세계에서 삶의 만족도가 최상위라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가 좌측통행을 하는 방글라데시 도로는 참으로 신기했습니다무질서와 질서가 절묘하게 공존합니다차선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면서 잘도 달립니다. 3일 동안에 신호등은 한 두 번 본 것이 고작이었습니다교통경찰이 가끔 보였지만 질서를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사람과 릭샤(세발 자전거)와 승용차와 버스와 트럭이 함께 어우러져서 밀려갑니다릭사와 자동차들이 형편없이 낡아서 족히 20년 이상 되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차체가 온통 쭈그러지고 긁히고 녹슬어서 엉망이었습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여 공기 오염이 그리 심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동민/박현옥 선교사님과 시은/시원 가족은 잘 지내고 계셨습니다무척 반가워하면서도 곧 헤어질 것을 염려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선교지에 온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으니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셨습니다열심히 방글라데시 말을 배워서 저희를 안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으셨습니다사모님도 말을 배우면서 겪었던 실수를 이야기하면서 웃으셨습니다선교사님들은 처음에는 관광객처럼 모든 것이 신기하고 좋아 보이는 단계를 거쳐서 실망하고 좌절하는 단계를 경험합니다이때 언어와 문화 적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선교하기 어렵게 됩니다격려도 하고 위로도 하고 칭찬도 하면서 쉽게 빠질 수 있는 점에 대해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돌아가신 송희천 선교사님께서 1980년대에 세웠던 현지인 교회가 자라서 33개가 되었습니다매월 사역자들이 선교센터에 모여서 1주일씩 수련회를 겸하여 모임을 갖는데 마침 제가 머무는 동안에 수련회가 있어서 2번 설교를 하고 함께 불같이 기도했습니다선풍기가 돌아가도 더운 바람이 불어서 손목에 타월을 걸고 땀을 닦아가면서 안수기도를 해드렸습니다한 달에 미화로 50달러-100달러의 사역비 지원을 받으면서 참 열심히 섬기는 분들이었습니다목요일에는 수도 다카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에서 사역하시는 므리날 목사님 댁과 교회를 방문했습니다좁은 2칸에서 딸 릴리(백합화)와 함께 사시는데 큰 방이 예배처소였습니다예배당이 따로 없고가정에서 모이는 교회 5개를 순회하면서 목회하고 계셨습니다목사님 댁에서 한 30분 가니까 성도들이 한 20명이 금방 모였습니다구경거리가 생겼으니 동네 여인들과 아이들그리고 남정네들이 한 20여명 따로 앉았습니다영어로 설교하고므리날 목사님께서 통역하셨는데 어찌나 진지하게 듣는지 은혜가 충만했습니다이슬람지역에서 교회당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성경에서처럼 가정에서 모이는 교회를 세운 것이 너무도 적절한 방법이라 탄복이 되었습니다역시 하나님은 방해를 받지 않으시고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98%가 이슬람을 믿는 나라에서 0.3%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요하지만 이들이 방글라데시의 희망이었습니다이 소수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가 1억 6천만 영혼을 향해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친구들 병원(Friend of Bangladesh Hospital)을 방문했습니다. 22년 전에 보았던 그 건물이 그대로 있었습니다그 병원을 담당하고 계신 이석노 선교사님은 1994년부터 18년째 병원 책임자로 사역하고 계셨습니다소아과의사 안은영선교사님과 정형외과 의사 남편 정현균선교사님은 꼴람뚤라 병원에서 사역하시는데 선교사님들이 모두 자비량이라서 이 병원 자립도가 98%에 이른다고 했습니다해맑게 웃으시면서 수술하다가 전기가 나가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그냥 봉합해야 했던 시절 이야기를 할 때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순간 당황이 되었습니다지금은 발전기를 설치하여 전기가 나가면 곧장 발전기를 돌립니다많이 발전한 것이지요.

사람의 눈으로는 무엇 하나 하나님께서 좋은 것을 주시지 않은 땅처럼 보입니다그러나 그 곳에서 그 사람들을 사랑하여 생명을 걸고 사역하는 선교사님들을 계속 보내십니다하나님의 사랑을 보았습니다하나님의 아픈 가슴을 느꼈습니다방글라데시절망의 땅에 피어나는 복음의 꽃과 그 향기를 맡으면서 머리를 숙였습니다어찌 기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여러분의 사랑과 기도에 늘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그리고 축복합니다!


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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