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시어머니의 날

황의정 목사 0 11,012 2018.05.03 09:45

       어머니의 날은 알았어도 시어머니의 날이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식당에서 신문을 뒤적이다가 칼럼을 읽고 긴가민가했지요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한국에는 없었어요미국에서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시어머니의 날그래진작 이런 날이 있어서 시어머니들을 위로도 하고진정도 시키고며느리들에게 계몽도 했어야 했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대만 사람과 결혼한 한국인 며느리를 상담했습니다시아버지는 잘 해주셨는데 시어머니에게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남편을 두고 자녀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남편은 아마 마마보이 비슷했는지 모르지요속으로 대만 시어머니도 대단한가보다 했습니다얼마 전에 내적치유의 대가이신 Charles Kraft박사님께서 대만과 일본의 며느리들을 상담할 때는 언제나 시어머니와의 관계부터 다루어야 실마리가 풀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안도의 한 숨을 쉬었습니다한국 시어머님도 언급하실 줄 알았는데 그냥 넘어가셨거든요한국 시어머니보다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는 분들이 있다니 놀랍기도 했습니다.

 

       지나쳐서 비정상적인 경우에 해당하겠지만 홀로 사신 시어머님께서 아들 부부의 합방을 시기하여 항상 중간에 끼어서 자는 분도 있습니다아들이 사귀는 모든 여자를 싫어하여 항상 반대만 하는 어머니도 있는데 이런 분들이 시어머니가 될 때 문제가 심각하겠지요아들과 지나치게 결속이 강한 어머니는 절대로 둘 사이게 끼어드는 며느리를 용납하지 못합니다여러 가지 정황에 따라 결혼을 허락했지만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병적인 구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사실 못된 시어머니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미숙한 어머니가 많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구박받는 며느리 시대에서 구박받고 멸시받는 시어머니 시대가 왔습니다현금 없이는 꼼짝 못하는 세상에서 며느리에게 용돈이라도 받아쓰고 싶으면 고분고분해야 합니다아들도 며느리에게 쥐어 사는 마당에 시어머니가 내 주장할 자리는 벌써 사라졌습니다손자 손녀 귀여워하는 것도 맘대로 못합니다비위생적이라고 밥도 못 떠먹이게 하는 며느리가 있습니다신식 할머니가 손자에게 영어를 가르치면 발음이 안 좋다고 못하게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평생 세 남자의 적을 보며 산다는 한국 여인의 삶은 어려서는 아버지결혼해서는 남편늙어서는 아들 덕보고 사는 것인데 이젠 달라졌습니다어려서는 아버지 섬기고결혼하면 남편과 자식 섬기고늙으면 며느리 섬기는 시대가 온 것인가요한 많은 여인의 삶은 왜 이리 꼬이기만 할까요불쌍한 여인천하가 열렸네요.

 

       성경에는 고부간의 이야기가 몇 번 나옵니다그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이야기는 나오미와 룻의 이야기입니다나오미는 모압으로 이민 갔다가 패가망신한 여인으로 팔자가 기구한 여인입니다남편 죽고두 아들 죽고이방인 며느리 둘과 함께 과부만 셋이 덩그러니 남았습니다아들 죽었는데 며느리 데리고 살 명분이 없지요그것도 손자나 손녀도 하나 없는 데 말입니다그래서 조국으로 역 이민을 결정했습니다혼자 돌아가도 어떻게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판에 달가워하지 않을 이방인 며느리를 데리고 간다는 것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웠겠습니까그래서 좋은 말로 돌아가라고돌아가서 팔자 고쳐 편히 살라고 했습니다오르바는 울면서 돌아갑니다그러나 룻은 끝내 목숨 걸고 따라옵니다친 모녀보다 애틋한 사랑 가운데 복을 받아서 보아스와 재혼한 룻이 아들을 낳았습니다다윗 왕과 예수님의 조상이 된 것입니다.

 

        80년대에 한국에서 개척할 때의 한 자매가 있었습니다우리 교회에서 예수님을 처음 만나 거듭나고훈련을 받았습니다어느 날 제가 심방 예배를 드리다가 그만 통곡을 했습니다알 수 없는 슬픔이 저를 사로잡은 것입니다그리고 서로 머쓱했지요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통곡의 이유를 보게 되었습니다남편이 바람이 나서 가정을 돌보지 않았는데 장장 10년이 넘도록 그랬습니다이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두 딸을 데리고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2004년에 한국에 나갔을 때에 남편과 두 딸과 함께 부평에서 수원까지 밤 10시에 찾아왔습니다목사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다 순종하며 살았다고 씨-익 웃으면서 고백했습니다고생시킨 것 이상으로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한다면서 남편의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시어머님 되신 여러분좋은 시어머니 되세요며느리 여러분시어머님을 잘 섬기세요여러분도 곧 시어머니가 됩니다악순환은 차단하고 선순환을 시작하는 것이 복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고부간의 협력이 가장 강력하고 경건한 가문을 이룹니다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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