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좋은 아버지 되기

황의정 목사 0 10,054 2018.05.03 09:37

세 상에서 제일 신비에 쌓인 사람이 아버지 같습니다. 가까우면서도 아주 멀고,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고맙다고 생각하면서도 섭섭하고 화가 나는 사람이 아버지입니다. 가장 수고하면서도 가장 놀부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아버지입니다. 무거운 책임감에 눌려 살면서도 실상은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버지입니다.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인 줄 알면서도 가장 겁쟁이로 비춰지는 사람이 아버지입니다. 변화무쌍한 세상에 잘도 적응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가장 변할 줄 모르고, 변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아버지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알기 어렵지만 아버지처럼 알기 어려운 사람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된 자신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잘 몰라 방황중인데 누가 알겠습니까? 



말로 듣고 배우기보다는 보고 배운다는데 아버지들은 이 점에서 매우 불행합니다. 좋은 아버지, 훌륭한 아버지, 아버지의 역할을 멋지게 보여주시는 아버지를 못 보고 자란 아들이 자라서 아버지가 됩니다. 보고 배운 것이 없어서 당황합니다. 아버지의 무섭고, 거칠고, 무관심함이 싫어서 나는 절대로 저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달리 해볼 도리를 모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싫었던 무서운 아버지로, 거친 아버지로, 그리고 무관심한 아버지를 흉내 내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내심 크게 놀랍니다. 아버지로서 체면을 세우려고 허세를 부려보지만 실상 아버지 자신의 속에서도 자신을 별로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절망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또 절망할 아버지도 아닙니다. 아버지는 오뚝이니까요. 

가끔 비범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얼른 떠오르는 사람으로 맹인 강영우 박사와 고광림박사가 있습니다. 두 분 모두 미국 주류사회에서 크게 성공하여 국위를 선양한 분들이고, 자녀교육에 특별히 성공하여 주목을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신 분들입니다. 맹인인 강영우박사는 아이들이 잠들 때에 항상 불을 꺼놓고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점자책으로 동화를 읽어준 것입니다. 아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에 이것을 에세이에 써서 크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고광림/전혜성박사 부부는 여섯 자녀들을 모두 하버드와 예일대학에 보냈고, 고위 지도자로 미국에서 봉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분이 좋은 아버지 되기의 비결 중의 하나는 아침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었답니다. 매일 아침 6:30분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도 하고, 학습지도, 진로지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 때는 이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고박사님이 6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된 것입니다. 새벽 3:45분이면 기차를 타야했습니다. 그래서 이 가족의 아침 식사는 새벽 2:45분으로 앞당겨졌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 꼭두새벽 2시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어른이 된 자녀들이 이때의 추억을 이렇게 말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남들보다 하루를 길고 부지런하게 살 수 있었다! 

자녀 성공의 Key는 아버지가 쥐고 있다는 책을 쓰신 이해명교수는 좋은 아버지 되는 15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교육학박사님이기도 하고, 스스로 실천한 방법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1. 일주일에 최소 1시간은 자녀와 함께 보내라. 

2. 아침 식사는 꼭 온 가족이 함께하라. 

3. TV를 끄고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라. 

4. 자녀에게 편지를 써서 사랑을 표현하라. 

5. 직장에서 일어난 일을 자녀에게 이야기하라. 

6.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라. 

7. 자녀와 함께 여행하면서 세상을 가르쳐라. 

8. 재능 발견의 때를 놓치지 말라. 

9. 자녀에게 돈의 개념을 가르쳐라. 

10. 자녀와 함께 물건을 만들어라. 

11. 컴퓨터와 휴대폰을 통제하라. 

12. 자녀에게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라. 

13. 부드러운 말투로 자녀에게 계속 질문하라. 

14. 자녀와 함께 가족회의를 하라. 

15. 자녀가 독립할 나이에는 그들의 세계를 인정해 주어라.


제가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사실 이 내용들 중에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일단 자녀들에게 시간을 후하게 쓰지 못했으니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좋은 아버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을 깨달을 뿐입니다. 막내가 대학을 들어가고 난 뒤이니 기회도 다 놓친 셈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이 마음 독하게 먹는다면 이제부터라도, 이 중의 가장 쉬운 것 한가지부터 실천한다면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아버지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또 마음의 소원과는 달리 아버지들을 주눅 들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미안하네요. 그래도 도움이 되시지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던 분이라면 최소한 현주소 파악은 할 수 있으셨지요? 이미 잘하고 계신 아버지시라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버지들을 격려하고 돕는 도구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아버지에서 좋은 아버지로, 좋은 아버지에서 위대한 아버지로의 발전을 막을 자는 없습니다. 아버지 여러분, 화이팅!!!

건강한 둘로스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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