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세 가지 대화법

황의정 목사 0 11,461 2018.05.03 09:16

말이 문제입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찰떡같이 말해도 개떡같이 알아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르게 알아듣는 것입니다. 대화란 말하기와 듣기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이루는 것입니다. 

가정의 달입니다. 행복의 산실이어야 할 가정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들 중의 하나는 대화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부부의 말하는 법이 다르고, 알아듣는 법이 달라 원만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깁니다. 혈관이 막히면 동맥경화와 고혈압이 생기듯 대화가 잘 안될 때에 가정 행복에 경화현상이 일어나고 혈압이 오르듯 분노와 좌절이 높아집니다. 그러므로 서로의 대화법을 파악하고 거기에 적절히 대응하는 적응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세세하고 자상하게 그리고 길게 이야기합니다. 종종 이야기하다가 하고자 하는 말을 놓치기도 하고, 분명히 말은 하지만 장황하게 말을 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집중하지 않으면 그 뜻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아내들이 이런 화법을 구사합니다. 남편들은 인내하지 못하고 그러니까 요점이 뭐야? 간단하게 핵심을 말해봐! 하면서 아내를 화나게 만듭니다. 이런 대화법이 지속되면 남편들은 아내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습관이 생기고, 아내들은 속으로 쌓이는 분노와 좌절과 절망감으로 맥이 풀립니다. 

어떤 사람은 간단명료(簡單明瞭)하게 말합니다.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밑도 끝도 없이 말하기도 합니다. 무슨 뜻인지 파악하지 못하여 상대방을 늘 긴장하게 만듭니다. 이런 사람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정확하고 중요합니다. 오히려 분명하고 간단하게 말을 한 다음에 뜻을 해석해주기도 합니다. 길고 자세하게 말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이런 사람의 말을 흘려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처럼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간단하게 말하는 사람은 길게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직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데도 그 자체를 핵심이나 결론처럼 생각하여 자기 의견을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도통 말이 없습니다. 아무 말도 안하고 사는 사람 같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의 뜻이 분명하게 표현되었으며, 사람들이 그의 뜻을 분별하고 있습니다. 말 수가 적은 사람은 눈빛으로 말하고, 손놀림과 고갯짓과 얼굴 표정으로 말을 잘 합니다. 함께 오래 살다보면 이런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게 됩니다만 처음 만나는 사람은 아무 의견도 말하지 않았다고 속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세가지 종류의 대화를 하는 사람을 모두 만납니다. 자기가 어떤 유형이든지 상관없이 자기 방법을 고집하는 사람은 대화에 서툰 사람이 됩니다. 자기의 대화법이 어떠하든지 상대방의 대화법을 파악하여 적절히 대응하는 사람이 대화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대화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구약 성경에는 이야기가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길고 자세하게 말씀하시는데 그 이야기 속에 하나님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구약성경을 공부할 때에는 요절을 암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과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의 깊은 뜻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금요일저녁마다 구약성경을 강해합니다. 2004년에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매주 한 장씩 공부하여 설교했습니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 사사기, 그리고 현재 룻기를 강해하고 있습니다. 각 장의 내용을 단락구분하여 설명하고,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뜻을 찾아서 삶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구약의 하나님은 이야기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 구약성경의 히브리어가 바로 이야기체에 적합한 언어입니다. 

신약성경은 간단명료하게 기록되어있습니다. 한 단어 한 단어가 중요하고 심오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 주일 낮 예배에서는 신약성경을 강해하고 있습니다. 개척 6년 동안 겨우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강해하는데 그쳤습니다. 단어와 문장과 문단이 다 중요하여 일일이 해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약을 기록한 헬라어는 철학의 언어입니다.

하나님의 제3의 대화법이 있습니다. 구약시대와 신약성경 시대 사이에 약 400년의 신구약중간기가 있습니다. 구약의 마지막 책인 말라기가 쓰인 뒤 신약의 첫 책이 기록될 때까지 하나님께서 침묵하고 계셨습니다. 암흑기라고나 할까요? 하나님의 말씀이 없었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에 구약과 신약을 이어주는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이스라엘의 신앙에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침묵가운데 말씀하신 것입니다. 성전 중심의 제사신앙에서 회당중심의 말씀신앙으로, 현세주의 신앙에서 내세주의 신앙으로, 물질주의 신앙에서 영적인 신앙으로, 제사장 중심의 신앙에서 랍비 중심의 신앙으로 변화했습니다. 레위인도 아니요 제사장도 아니신 예수님께서 영적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시는 랍비였기 때문입니다. 내세 신앙 때문에 회개와 천국을 외칠 때에 백성들이 예수님께 몰려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법으로 말하시나요? 말을 많이 하십니까? 적게 하십니까? 아니면 침묵하십니까? 어떻게 말해도 잘 알아들으십니까? 하나님처럼 다양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훈련하시기 바랍니다. 의사소통이 행복 창조와 행복소통의 지름길입니다. 마음과 뜻이 사통팔달로 소통되면 행복과 건강이 보장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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