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동계 올림픽 이야기

황의정 목사 0 10,591 2018.05.03 09:02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는 동안 어린 시절 얼어붙은 논바닥에서 썰매를 타던 생각이 났습니다. 신발 만하게 송판을 오려서 밑바닥에 굵은 철사를 대고, 옆에 못을 띄엄띄엄 박아 토종 원조 스케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운동화 신은 발을 송판 스케이트에 올려놓고 검은 고무줄로 칭칭 동여맸지요. 그리고 뒤뚱뒤뚱 걸으면서 앞으로 밀고 나갔지요. 저는 이런 스케이트를 잘 못 탔습니다. 그래서 일찍 포기하고 넓은 송판에 올라앉을 수 있게 만든 썰매를 탔습니다. 끝에 대못을 박은 막대기를 양손에 들고 힘차게 밀어내면서 앞으로 달렸습니다. 형들은 멋을 내느라고 막대기를 길게 만들어서 서서타곤 했습니다. 그 시골 스케이트장과 올림픽 스케이트장이 겹치면서 초라한 내가 화려한 경기장을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잠시 행복한 착각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제대로 된 스케이트를 한 번도 신어보지 못했네요. 

올림픽 때마다 새로운 영웅을 배출합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스타가 되고 영웅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김연아 선수는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지만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온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은 여자 쇼트트랙에서 좀 부진하여 기대에 못 미쳤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수확을 얻었습니다. 모태범선수와 이상화선수는 남녀 500m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최초의 금메달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거죠. 이정수 선수는 1500m와 1000m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이승훈 선수는 10,000m에서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지요.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모든 선수, 그리고 메달 권에 들지 못한 더 많은 선수들 모두 대단한 젊은이들입니다. 세상은 어찌 보든지 제가 보기에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를 생각해보세요. 

선수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하나의 감동의 드라마입니다. 남자 10,0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이승훈 선수는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입니다. 잘 살던 어린 시절, 자가용을 타고 스케이트장을 다니다가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스케이트를 그만두라는 부모의 만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계속 꿈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작년 7월의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였습니다. 이에 실망하지 않고 평소에 지구력에 자신이 있었으므로 장거리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어 당당히 국가대표가 되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10,000m 실전 경험이 아주 부족합니다. 이번 올림픽이 3번째였는데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제일 아쉬운 것은 성시백 선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경기에서 은메달을 딸 수 있었는데 그만 우리나라 선수와 함께 넘어지면서 불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침내 은메달 2개를 목에 걺으로써 만회하였지만 모든 이들을 안타깝게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스포츠 관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올림픽 경기는 종종 보려고 노력합니다. 한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마음껏 축하하고 칭찬할 일입니다. 또 비록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어도 모든 선수들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잖아요? 금메달과 4등의 차이가 10분의 1초 100분의 1초 밖에 안 됩니다. 제 마음대로 하라면 모두 금메달을 걸어주고 말겠습니다.

사도 바울은 우리의 삶을 경주에 비유하곤 하였습니다. 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들이 다 달릴지라도 오직 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인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상을 받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고린도전서 9:24절). 냉혹한 경기장의 현실입니다.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하나 금메달은 한 사람만이 받습니다. 우리도 금메달을 받기 위해서 운동선수처럼 무섭게 달려야 합니다.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서 처절한 절제의 삶을 삽니다. 어린 소년 소녀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운동에 집중합니다. 음식을 절제해야 하고, 놀이도 절제합니다.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집중합니다. 철저한 계획표에 따라서 수없이 반복합니다. 얼마나 많이 넘어지면 어린 피겨 선수가 온 몸에 멍이 들어 학교에 갔더니 부모님께 아동 학대를 당했다고 신고하려고 했던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겠습니다. 이랬다저랬다 할 수 없습니다. 성공적인 운동선수들은 어느 종목이 됐든지 차라리 수도사적인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명예와 부가 따릅니다. 푸짐한 상금과 연금, 그리고 여러 가지 혜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운동선수들의 받는 상을 사도 바울은 냉혹하게 말했습니다. 저들은 썩을 면류관을 얻고자 하되. . .(고전9:25). 그렇습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강한 감동과 도전을 주기에 열중하여 지켜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썩지 아니할 것을 얻고자 하노라. 그러므로 나는 달음질하기를 향방 없는 것같이 아니하고 싸우기를 허공을 치는 것같이 아니하며,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고전 9:25-27).

우리도 영적 올림픽의 선수들입니다. 동계올림픽 선수들보다 더 중요한 메달을 얻기 위해서 달리는 선수들입니다. 절제하고, 인내하며 하나님의 영광이란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따라 달립니다. 우리들의 금메달, 썩지 않을 면류관을 위해 힘차게 달립시다! Hallelujah!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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