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둘로스 교회, 여섯 살의 추억

황의정 목사 0 11,066 2018.05.03 08:46

2004년 2월 1일 주일에 둘로스교회가 창립예배를 드렸습니다. 몇 몇 가정이 모여서 소박하게 시작한 예배는 혼자서 2-3인 역할을 하는 키보드 연주자 덕분에 우선 뜨겁게 찬양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개척자의 담대함이 큰 포부를 말함으로써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몇 몇 분들이 희생적으로 재정지원을 하시고, 또 동료 목회자들이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 주어 외롭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증거를 보면서 믿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목회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양편에 모두 부실했던 것을 떨쳐버리고 목회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오래전에 기도한 바가 있으니 그 기도의 응답을 기대하면서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깨울 듯 고성을 지르고 태어나는 갓난아이처럼 그렇게 둘로스가 탄생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다음 주일이 창립 6주년이 됩니다.

첫 해에 출석 100%, 둘째 해에도 출석 100% 성장을 보면서 신바람이 났습니다. 100%라고 해봐야 20명, 그리고 40명이 된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감사하지요. 한 목사님께서는 코리아타운에 있는 교회에서 한 2년간 섬길 때에 단 한 명도 방문객이나 새가족으로 등록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셨거든요. 3년째는 60% 성장했습니다. 3년 만에 총 600% 성장했습니다. 이런 수치로 이야기하니까 이상한 생각도 듭니다. 1000명 교회가 10%만 성장해도 100명이 늘어나는 것인데 우리 교회는 첫 3년에 600% 성장했어도 늘어난 신자는 55명이었으니까요. 그 후 3년 동안에도 꾸준히 성장하여 이제 갓난아이까지 총 200여명이 되었네요. 

전도해야 교회가 성장한다고 믿고 처음부터 설교 CD를 매주 300개씩 제작하여 마켙 앞에서 나눠주고, 식당과 서점과 은행 앞에 비치했습니다. 285호에 달하는 목회서신을 매주 써서 역시 설교 CD와 함께 나누었습니다. 다들 수고했지만 최장로님은 초기에 새벽기도회부터 시작하여 저녁마다 CD 제작과 주2회 노방 전도에 헌신하셨습니다. 2년이 지나면서부터 일을 분담할 수 있는 일꾼들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첫 헌금부터 십일조를 떼어서 거리선교회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성도들만 십일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도 십일조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성도 개개인의 생활에서만이 아니라 교회도 씨앗과 같은 십일조를 써버리면 어떻게 하나님께 재정적인 복을 받을 것인가 믿고 살던 저의 목회철학과 선교하는 교회를 세우려는 목회비전 때문이었습니다. 창립 3주년 기념일에 세계 최대의 나라에 선교사 파송예배를 드렸는데 6주년이 되면서 4번째와 5번째 가정을 선교사로 파송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체 헌금의 17.5%를 선교와 전도비로 지출하였습니다. 25%나 되는 교회당 임대료와 관리비가 지출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나누는 교회가 될 수 있는 것은 비밀이 있습니다. 하나님께 드린 헌금을 성도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첫 주일부터 점심식사를 하면서 친교 하였지만 교회에서 부담한 적이 없습니다. 초기에는 가정별로 돌아가면서 준비했고, 조금 성장한 뒤로는 구역에서 담당했습니다. 교회의 크고 작은 행사가 있어도 교회 재정에서 부담하는 경우는 매우 적고 그 액수가 미미했으나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들이 큰 손이 되어 부담했습니다. 원래 구제와 선교는 먹고 쓰고 남을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안 먹고, 안 쓰고 절약해서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우리 둘로스 성도들 한 분 한 분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항상 자랑합니다. 믿고 따라주며 말없이 충성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지요. 

하지만 목자로서 저의 행복은 이런 외적인 것 말고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폭풍 속에, 살얼음판 위에, 피터지는 사각의 링에 선 듯한 사람들, 뻣뻣한 목, 오만한 눈, 쌀쌀맞고 멸시에 찬 냉소, 하는 짓이 못미더운 장기판의 훈수꾼. . . 말씀과 기도, 성령님의 따뜻하고 포근한 품에서 바람도 자고, 얼음도 녹고, 무섭고 파괴적인 언어가 순화되고, 따뜻하고 평안한 미소, 그리고 순한 양처럼 변하여 순종하는 기적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메마른 눈을 촉촉이 적셔주는 성령의 임재, 나도 알 길 없던 깊고 어두운 터널 같은 마음을 치유하시고 회복하시는 은혜, 비늘이 벗겨지는 개안(開眼)의 신비체험, 가출해서 코리아타운에 어렵게 살다가 가족 품에 돌아간 남편, 예배 때마다 들려주시고 채워주시는 음성, 은혜, 감격, 도전. . . 헤아릴 수 없는 간증이 줄이었습니다. 

둘로스는 아직 어리지요. 그러나 결코 미숙하지 않습니다. 천방지축(天方地軸)하는 철부지가 아닙니다. 조숙한 교회에서 성숙한 교회로 도약합니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선봉에 선 당찬 교회입니다. 성도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령의 성전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세상을 경영하는 하나님의 자녀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진취적인 교회입니다. 이런 교회를 세우도록 부름받음이 감사하고, 이 일을 위해 함께 하는 일꾼들이 일어남을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5:17)고 하시며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쉼 없이 정진하신 예수님 덕분에 우리도 오늘 일하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창립 6주년을 맞이하면서 둘로스를 통해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헤아려봅니다. 그리고 어느 나병환자의 기도 말을 읊조립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이렇게 큰데, 저는 어떻게 보답할까요?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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