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5가지 신혼의 기도

황의정 목사 0 11,073 2018.05.03 08:45

때로는 어떤 일을 반복해서 하는 때가 있습니다. 꼭 필요해서도 그렇고, 좋아해서도 그렇습니다. 때로는 실수로 인하여 흔적이 사라졌기 때문에 다시 해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2004년 첫 주일부터 쓰기 시작한 목회서신이 오늘로 283회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 22번째가 5가지 신혼의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면서 잘 못하여 22번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혹시 인쇄된 것이 어디 남아있나하고 백방으로 찾아보고, 또 처음부터 목회서신을 열심히 읽으시고 모으시는 집사님께 여쭈어보았지만 그것만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어제는 장영일군이 한국에서 결혼한 날입니다. 겸사겸사 다시 신혼의 기도 이야기를 적으려고 합니다. 앵콜 편지가 되는 셈이네요.

83년에 결혼하면서 우리 부부가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훈련을 하여 주님의 마음에 맞는 사역자가 되고, 어떤 사역을 할 것인가를 기도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전과를 하여 아직 대학에 다닐 때였습니다. 제가 40세가 되기까지 5가지를 이루도록 한 것입니다. 1. 대학원을 졸업한다. 2. 교회를 하나 개척한다. 3. 목사 안수를 받는다. 4. 2년간 선교사로 사역한다. 5. 미국에 유학을 가서 박사과정을 마친다. 그리고 45세까지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고, 70세에 은퇴할 때까지 선교지향적인 목회를 한다. 선교사 50가정을 파송하고 후원할 수 있는 교회를 이룬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원 졸업하고, 교회를 개척하여 5년 동안 사역하고, 89년 4월에 목사 안수를 받고, 선교사로 5년을 사역하고 미국에 유학을 올 때 제 나이가 39세였습니다. 박사과정에 입학할 때가 40세였고 마침내 학위를 받을 때가 47세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여정에 함께 하시어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셨고, 열매 맺는 사역으로 축복하셨습니다. 그 과정에 2남1녀를 낳아서 기르게 하셨고, 저희 부부는 더 좋은 부부로, 동역자로 성숙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둘로스 교회를 개척하여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 기적을 늘 체험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도를 항상 기억하고 산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혼 시절에 함께 늘 기도했지만 어느 때부턴가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91년에 선교사로 나가게 될 때에 이 기도가 생각났습니다. 처음 3가지가 응답되었음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기도한 길로 갔습니다. 선교지에서 사역을 마치면서 다음 단계를 위해 기도하는데 어느 장로님께서 사이판에 오셔서 저희와 2주간을 함께 계셨습니다. 떠나시기 전에 제게 유학 가서 공부하라시면서 자기가 재정지원을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유학을 위한 재정적 준비가 전혀 없었던 터라 소원만 있고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서 고민하던 중인데 말입니다. 그 말씀을 엘리야의 조각구름으로 알고 96년에 가족을 이끌고 미국에 왔습니다. 그 장로님 사업이 한 번을 도와주시고는 부도가 났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1석2조, 1석3조의 일을 하게 하시면서 공부도 하고, 사역도 하고, 생활도 하도록 채워주셨습니다. 푸른 초장으로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셨고,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주님의 지팡이와 막대기를 붙잡고 따라 나오게 하셨습니다. 과연 여호와는 저의 목자셨습니다. 무엇이 좀 부족해도 부족하다 말할 수 없게 하셨습니다. 할렐루야!

주님을 섬기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바른 기도 제목을 정할 수가 있었습니다. 전심으로 기도한 뒤에는 묵묵히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성실하게 살았기에 곁길로 가지 않고 기도한 길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둘로스교회 개척 6주년이 되면서 4번째와 5번째 선교사 가정을 파송합니다. 비록 원래 기도한대로 한 가정에 2,000달러씩 지원하지는 못하지만 50가정 선교사 파송이라는 기도대로 가고 있습니다. 한 가정이 선교사 한 가정을 담당하여 매월 300달러, 500달러, 1,000달러씩 후원하는 가정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금년 들어 조각구름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할렐루야! 5가지 중 4가지를 이루어주신 하나님이시잖아요. 

제가 학위를 마치고 또 선교사로 갈 수도 있었고, 신학교 교수가 될 수도 있었고, 또 선교국장이 되어 교단의 선교행정책임자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좀 큼직한 교회에 청빙을 받아갈 기회도 아주 없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도한 것이 있었기에 친구들의 만류에도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뻔한 고생길에 들어선다고 측은한 눈으로 보던 어떤 이들이 이제는 놀라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제가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교회가 성장하는 것으로 말하기도 하는가봅니다. 그러나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신혼 때부터 기도한대로 되고 있습니다! 기도했기에,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저희 부부의 기도를 응답해주셨기에, 유혹에 흔들리거나 편한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새벽에 일어나 4시 30분에 집을 나서면서 아이들 방에 들어가 안수기도한지가 수년이 되어갑니다. 가끔 기도하고 나오면서 흥분이 됩니다. 궁금합니다. 아들을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을 다 성취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아비라도 어찌 그 계획을 다 알 수 있나요. 하지만 제 가슴이 벅차오를 그런 영광스런 삶이 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무릎을 꿇는 시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요. 하지만 일어서서 싹을 보고, 잎을 보고, 꽃을 보고, 열매를 보는 일은 스릴 넘치는 삶입니다. 기도하시나요? 무엇을 기도하시나요? 지금 거두는 것은 이미 기도한 것이고, 앞으로 거둘 것은 지금 기도하는 것이지요. 기도하실 거죠?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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