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세 살 버릇

황의정 목사 0 10,953 2018.05.03 08:45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보수적입니다. 대화를 하면 자기는 항상 새 것을 추구하며, 개혁적인 성향의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진정한 개혁자라고 알려진 사람들에게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아니 절대로 바꾸지 않고 옛 생각과 습관을 고집하는 면이 있거든요. 

저는 항상 개선책을 찾는 사람입니다. 무엇이든지 동일한 방법으로 계속하면 싫증이 나고 흥미가 사라지며 좀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좀 더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구태의연(舊態依然)하다느니 무사안일(無事安逸)이라느니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말을 싫어했습니다. 누가 보든지 아니 보든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중시했지요. 어려운 사람이 도와달라고 하든지 안하든지 상관없이 스스로 돕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식당에 가면 항상 먹던 음식을 시킵니다. 책상에는 항상 그것이 거기에 있어야 합니다. 청소하면서 제 물건을 옮겨놓으면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곤했습니다. 

로버트 폴검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베스트 셀러를 썼습니다.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와 같이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것을 나열했습니다.

● 모든 것을 나눠가져라.

● 정정당당하게 겨뤄라.

● 남을 때리지 말라.

● 물건을 사용하고 난 뒤에는 반드시 제 자리에 갖다 놓아라.

● 자기가 어지른 것은 자기가 치워라.

● 남의 것을 빼앗지 말라.

●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용서를 구하라.

● 식사하기 전에는 손을 씻어라.

● 용변을 본 뒤에는 반드시 변기 물을 내려라.

● 따뜻한 쿠키와 찬 우유는 몸에 좋다.

● 균형 잡힌 생활을 해라. 매일 무언가를 조금씩 배우고, 생각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공부해라. 

● 매일 오후에는 낮잠을 자라.

● 집 밖에 나설 때는 차를 조심하고, 손을 꼭 잡고 함께 다녀라.

● 경이로움을 느껴라. 스티로폼 컵에 심은 씨앗을 기억하라. 거기서도 뿌리를 내리고 식물이 자란다.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삶도 그와 같다. 

● 물고기, 햄스터, 흰쥐, 스티로폼 컵에 심은 씨앗까지 모두 죽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 그림동화와 맨 처음 배운 ‘이것 좀 봐!(Look!)'라는 단어를 기억하라! 

저는 유치원은 못 다녔습니다. 그러나 정직함과 부지런함과 성실하고 창조적인 면을 부모님께 배웠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평생 부모님의 삶과 언어로 가르쳐주신 것을 기억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언제부터 이런 생각, 이런 자세로 살았지? 하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영락없이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 신기합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신기하고 놀라웠던 것 중에 하나가 우리 부모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성경에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성경을 모를 때였는데 말입니다.

일본사람은 어려서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지말라!는 것을 가장 먼저 가르친답니다. 공공질서를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때문에 상거래에 신용이 높지요. 한국 사람들은 기죽지 마라!고 가르친다네요. 그래서 항상 경쟁하고, 상대방을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고, 이기기 위해서는 반칙도 서슴지 않는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습니다. 독일에서 교육학을 공부하신 목사님께서 자녀들 때문에 유치원 선생님의 호출을 받았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세계적인 기독교교육학자가 되어 지금은 한국의 어느 신학대학교에서 교수하시는 분인데 여느 부모님처럼 학교에 불려가서 부끄러움을 당했다고 하셨습니다. 역시 한국인이라나요?

90세가 넘은 할아버지, 카스테라와 물로 사시던 분이 계셨습니다. 평생 주님을 섬기지 않고 세상일에 매우 분주하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말을 안 하시던 그 할아버님이 식당에서 손을 불끈 쥐고 말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예수님을 믿습니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엄마 등에 업혀서 새벽기도를 다니며 자란 기억 때문에 생의 마지막은 아내를 따라 새벽기도를 하다가 천국에 가셨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간직해야 할 세 살 버릇을 간수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잘 변하지 않거든요.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고 하셨습니다. 비록 아이라도 그 동작으로 자기의 품행의 청결하며 정직한 여부를 나타내느니라 (잠 20:11). 자녀 교육측면에서 보다는 나의 세 살 버릇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의 세 살 버릇은 무엇입니까? 잘 못된 세 살 버릇에 아직도 매여 있는 것은 아닌가요? 보수적인 성향이 이런 면에 나타난다면 자신도 불행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얼마나 끼치는 사람일까요? 좋은 세 살 버릇을 회복하고, 자녀들에게 좋은 세 살 버릇을 들여주어야겠습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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