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희망의 소리, 절망의 소리

황의정 목사 0 11,154 2018.05.03 08:43

귀가 어두운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고속도로 변에 손수레를 세워놓고 핫도그를 팔았습니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도 대학에 다니는 아들 뒷바라지를 하는 아버지는 항상 즐겁게 큰 소리로 핫도그를 외치며 팔았습니다. 미국 생활이 그렇듯이 항상 그 시간대에 그 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수년 동안 계속된 노점상에 단골손님이 많았습니다. 우직하고 성실하신 아버지는 귀가 어두우니까 남의 말을 잘 듣지도 못하고,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잘 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장가를 들고 손주 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되면 아비로서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아들을 생각하면 찬바람도 훈훈하고, 거센 바람도 부드러운 솜털 같이 느껴졌습니다. 아버지는 행복했습니다.

졸업반이 된 아들이 방학 때에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경제학을 공부한 아들이 매몰차게 불어오는 불황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듣지 못하는 아버지 귀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쳐 전해준 것은 비관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직장을 잃을 것입니다. 수입이 줄기 때문에 지출을 줄일 것입니다. 자동차를 많이 안타게 될 것입니다. 고속도로 변에서 핫도그를 사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아버지도 핫도그 장사를 이제 접어야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철이 없는 아들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아무리 돈이 없어도 먹어야 사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막상 고속도로 변에 손수레를 세우고 핫도그를 사라고 외치려고 하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씩씩하게 손에 핫도그 몇 개를 높이 들고 외쳤던 것과 달리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것입니다. 저 사람들이 수입이 줄고 있다. 지출을 줄일 것이다. 혹시 직장을 잃은 사람일 수도 있다. 외치던 목소리가 잦아들고, 치켜든 손이 엉거주춤 내려왔습니다. 장사하는 태도가 현저하게 위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해진 할아버지의 태도 때문인지 불황이 닥친 여파인지 모르지만 매상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절반도 못 판 핫도그 수레를 끌고 터벅터벅 집에 들어오자 아들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내가 뭐라고 했어요? 불황이 왔다고 했잖아요? 사람들이 핫도그를 안 사먹을 거라고 했잖아요? 아버지는 속으로 말합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운 아들이 나보다 똑똑하구나!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었습니다. 먹고 살길도 자식을 대학 보낼 길도 막막해진 것이지요. 

언제 세상이 태평한 때가 있었을까요? 진나라 시황제 때가 그랬다지만 전쟁을 얼마나 했으면 더 이상 싸울 대상이 없었을까요? 세상은 항상 희망과 절망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습니다. 내가 희망의 줄을 보느냐 절망의 줄을 보느냐가 문제입니다. 에스키모 사람들에게 냉장고를 파는 세일즈맨이 있답니다. 온 집안이 다 냉장고인데 말입니다. 맨발로 사는 아프리카에 두 세일즈맨이 시장조사를 한 결과를 보고했다지요? 아무도 신을 신지 않으니 절망이라는 것과 아무도 신을 신지 않았으니 시장이 무한하다는 것입니다. 선글라스처럼 희망의 안목을 가진 사람과 절망의 안목을 가진 사람의 차이 아닐까요?

세상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서 하나님을 알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고 섬기지도 않을 때입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에 예수님께서 빛으로 오셨습니다. 희망으로 오셨습니다. 죄에 빠진 사람이 절망 중에 십자가를 붙들어 희망을 낚았습니다. 용서와 회복, 사랑과 돌봄을 얻었습니다. 그 희망의 빛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내가 너를 버리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으리라. 내가 너를 나의 의로운 오른 손으로 붙들리라! 네가 불 가운데 지날 때에 불이 너를 사르지 못할 것이다.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물이 너를 삼키지 못할 것이다. 외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십자가에 내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선물로 주시지 않겠느냐? 네게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네게 허락하지 않았다. 감당치 못할 시험이 다가오면 내가 반드시 피할 길을 내어줄 것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와 함께 한다. 그러므로 너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경제학도 아들은 절망을 말해서 한숨과 불면의 밤을 주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희망을 말씀하셔서 믿음과 담대함과 평안을 주셨습니다. 어느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겠습니까?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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