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결혼기념일-우리 가정 開庭節

황의정 목사 0 11,182 2018.05.03 08:39

어제가 저희 부부 결혼 26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개천절(開天節)에 결혼하면서 우리 가정을 여는 개정절(開庭節)로 삼았었지요. 83년, 군에서 제대한지 3년 만에, 아내를 만나 교제한지 4년 반 만에 고향 교회 본당에서 가난한 신학생이 신부를 맞이했습니다. 학기 중의 결혼식이고, 한 주가 지나면 중간고사가 있고 해서 무주구천동으로 검소한 신혼여행을 다녀왔지요. 늦은 밤에 도착한 구천동 깊은 산속 호텔에서 첫날밤을 지내고, 산채비빔밥으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 생활이 어언 4반세기를 지났습니다. 돌아보면 감사한 나날이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코끝이 시큰둥해지는 사건도 많고 사연도 많은 나날이었습니다. 싸이판으로, 그리고 미국으로 태평양을 넘나들며 살아온 세월이 에벤에셀(하나님께서 여기까지 도우셨다)의 은혜와 여호와 이레(하나님께서 예비하신다)의 삶이었습니다.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 감사합니다. 신혼의 기도가 있었습니다. 20대 중반의 헌신자 부부로서 하나님 앞에 이렇게 살겠다는 결심을 기도로 아뢴 것입니다. 40세가 되기까지 1. 대학원을 마치고, 2. 교회를 하나 개척하고, 3. 목사 안수를 받고, 4. 선교사로 2년을 봉사하고, 5. 미국에 가서 박사학위 공부를 한다. 그리고 40대 중반부터 70세에 은퇴할 때까지 선교사 50가정을 파송하고 후원하는 가장 선교적인 교회를 세워 목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도보다 5년이 긴 선교사역으로 좀 늦어졌지만 주님의 은혜로 다 이루었습니다. 둘로스 교회를 개척하여 선교적인 교회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은 마지막 단계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할렐루야!

세 자녀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첫 아들을 낳고 7년 만에 둘째를 얻었습니다. 80년대 중반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영양실조에 걸린 아내가 두어 번 자연유산을 하면서 좌절했지만 건강을 회복시켜주시면서 둘째와 막내로 딸을 주시되 연년생으로 주셨습니다. 딸 낳기를 그렇게 소원하던 아내 덕분에 셋째를 낳게 되었지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더니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고 하면서 하나만 낳기 운동을 하던 시절, 셋째는 의료보험 혜택을 안주는 정책을 펴던 때에 믿음 좋게 셋을 낳았습니다.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할렐루야!

열매가 풍성한 사역을 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부교역자로 섬길 때나 교회를 개척할 때, 선교할 때에도 항상 믿어 구원받는 사람이 일어나고, 헌신하여 목사가 되고 선교사가 되는 사람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가장 풍성한 열매는 신앙과 인격이 성숙하여 충성된 사람들이 많이 나온 것이었습니다. 죄를 떠나 거룩한 삶으로, 다툼을 버리고 화목한 부부로, 가난을 딛고 일어나 풍요한 삶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것은 목자로 사는 최고의 행복이었습니다.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언제나 우뚝우뚝 선 헌신자들이 있어서 보람과 행복을 함께 만끽하게 됩니다. 신혼에 시작한 개척목회에서부터 저희 내외는 동역자로 살았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심방하고, 함께 양육하였습니다. 항상 부부목사처럼 그리 사역하며 26년이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부부로서 적응과 변화와 성숙을 고백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성격으로 인해서 힘들어하고, 한 때는 아내가 저를 떠나고 싶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는 신혼 때보다 훨씬 성숙한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신뢰하고, 존경하고, 좋아하고, 또 그리워하면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로 제 편에서 회개와 변화가 많았기에 이렇게 글을 쓰자니 새삼 아내에게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가슴 가득 밀려오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은혼식이었던 2008년에 제가 결혼기념일을 까마득히 잊고 지나갔습니다. 아이들도 다 기억하지 못했지요. 선물이나 외식이나 감사의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지나가버렸습니다. 어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성도들의 생일을 챙겨 카드를 보내면서도 우리 가족의 생일은 잊을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너그러이 웃으면서 넘어가주었으니 감사하지요. 개정절에 가족들이 서로에게 사랑고백과 신뢰를 담아 축복을 하면 좋을 것을, 함께 살아준 것에 감사하고, 숱한 허물을 덮어주며 칭찬과 격려로 힘을 북돋아준 것에 감사하면 좋겠지요. 변함없이 사랑하고 존경하며 섬겨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다짐을 하면 좋겠습니다. 복을 복으로 인식하고, 복 위에 복을 쌓는 때가 기념일이니까요.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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