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시집가는 날

황의정 목사 0 11,017 2018.05.03 08:39

결혼은 하나님의 아이디어입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모를 떠나 결합하여 한 몸이 되고 가정을 이룹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을 누리며 사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 가장 오래된 제도와 기관이 결혼과 가정입니다. 21세기에 와서 결혼 제도가 크게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결혼과 가정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시집가는 것을 머리올린다고도 했습니다. 결혼 전 처녀들은 빨강 댕기로 머리를 묶고 다녔습니다. 첫 생리를 하는 날부터 매고 다니던 댕기는 시집가면서 버리고 머리를 올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처녀입니다!하는 표를 머리에 달고 다녔다는 것이 부끄럽게 생각도 되지만 당시에는 매우 자랑스럽게 매고 다녔으며, 동시에 시집 보내주세요!하는 의사표현도 되었을 것입니다. 

중매든지 연애든지 결혼할 상대가 결정될 때가지 수많은 생각이 오가지요. 할리우드식 사랑에 의한 한 눈에 뿅 간 사람은 이것저것 잴 것이 없이 결혼으로 몰입하지만 이런 경우는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사실 그리 많지도 않거든요. 일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한 인격에 대하여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내가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인생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나의 사람을 보는 눈이 얼마나 균형 잡혀있는가? 내가 이성적인 사람인가 감정적인 사람인가? 내가 허세를 좋아하나 실속을 좋아하나 하는 모든 것이 배우자 선택 하나로 다 드러납니다. 어떤 사람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지만 어떤 이는 상대방에 의하여 끌려서 결혼하기도 합니다. 제가 만난 부부 중에는 서로 결혼하자는 말을 한 적이 없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단 배우자를 선택하고 결혼을 결정하면 모든 것이 현실적인 문제가 됩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고민하는 것이 한두 가지인가요. 청첩장을 만들어 보내고, 가족과 가까운 친척에게 보내는 예단에다, 신혼살림을 위한 혼수에다 결혼식장 준비에다 신혼여행까지. . . 모든 것이 첫 경험인데다 모든 것이 돈입니다. 벌기는 어려운데 쓸 데는 왜 그렇게 헤픈지요. 알뜰살뜰하게 준비하려고 해도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잘 하고 싶은 마음과 형편 사이에서 수많은 갈등을 하게 됩니다. 특히 신부 측에서 준비하는 예단과 혼수는 결혼 이후에 시댁과의 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보면 막상 중요한 것은 뒤로 밀립니다. 두 사람이 인생을 함께 설계하는 것과 서로의 자라난 배경이 다른데서 오는 갈등과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서로 사랑할 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던 성격과 습관의 차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등. 사실 결혼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에 가장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이런 것인데 겉으로 드러난 결혼식이라는 엄청난 사건에 밀려서 정작 소홀하게 됩니다. 결혼식은 한 번이고 간단하게 지나가지만 결혼은 삶인데 말입니다. 장사하러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서양의 격언이 있습니다. 결혼과 가정은 많은 기도 가운데 이루어지고 유지되어야 합니다. 

요즘 신부들은 결혼식장에서 싱글벙글합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신부가 식장에서 웃으면 딸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웃고 싶어도 절제를 해야 했겠지요. 결혼식장에서부터 딸을 기피했으니 이 땅의 딸들이 얼마나 서럽겠어요. 엊그제 중국 선교사님에게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무남독녀 외딸로 자란 분입니다. 친구와 결혼하는 식장에서 신부가 얼마나 우는지 화장이 다 지워졌지요.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가 얼마나 많이 우는지 예배당에 가득한 하객들이 숙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사업을 물려줄 사위를 원했을 텐데 신학생을 사랑해서 가난뱅이 목사의 아내가 되는 딸을 슬퍼했을 것입니다. 그 아버지가 최근에 돌아가셨는데 사모님이 이렇게 썼어요. 하나님, 우리 아버지, 하나님을 잘 섬기지는 못했지만 무남독녀를 하나님께 바쳐 선교사가 되었으니 우리 아버지를 받아주세요!라고 기도했답니다. 

우리 김집사님 딸이 오는 토요일에 시집갑니다. 제가 주례를 준비하면서 딸을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고, 시집가는 딸을 많이 생각합니다. 시집가던 날을 기억해보세요. 그리고 그 때의 꿈과 희망과 비전을 이루고 사시나 돌아보세요. 잘 살아보겠다던 각오를 새롭게 하고 무릎을 꿇으세요. 행복을 위해서!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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