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가르쳐주세요!

황의정 목사 0 10,524 2018.05.03 08:38

딸아이가 화장실을 쓰고 나오면 싱크가 엉망이었습니다. 몇 번을 혼냈지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아이에게 화장실 사용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루는 간단하지만 사용 지침을 가르쳐주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었습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이렇게 쉬운 것을 하면서 속으로만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탁구장에 다니면서 한 주에 한 번 레슨을 받고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베니어판으로 만든 라켓으로 탁구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친구하고 탁구장에 가서 몇 시간씩 휘청거릴 때까지 놀기도 했습니다. 신학대학을 다닐 때는 잘 치는 친구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배웠습니다. 졸업 한 뒤에 처음으로 제 라켓을 샀습니다. 그러나 막상 탁구를 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요. 운동을 하려고 하는 것이니까 무조건 세게만 치는 습관이 배어있고, 공격일변도의 탁구를 했었나봅니다. 나름대로 머리를 쓰면서 한다고 했지만 엉터리였음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쓸데없는 몸놀림이 많고, 발을 움직이지 않고 팔로만 치는 습관, 그리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 소견에 옳은 대로, 습관대로 탁구를 했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처음부터 바로 배웠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제 생각하니 제 주변에 제법 탁구를 잘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제대로 배워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탁구가 아주 과학적인 운동임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이 이론적으로 설명이 되고, 코치의 말대로 하면 신기하게도 내가 염려하는 것과는 달리 공이 제대로 들어갑니다. 먼저 설명을 듣고 마음에 새기고, 옛 습관을 버리고, 배운 대로 해보기까지 생각의 변화가 힘들지만 일단 배운 대로만 하면 확실하게 달라졌습니다. 자세가 중요하고, 타이밍이 중요하고, 발의 움직임이 중요하고, 타점이 중요하고, 상대방의 라켓에서 공이 어떻게 맞는지를 주시해야 하고, 순간에 임팩(impact)을 주어야 하고. . . 지당하신 코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배웠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배우니까 탁구가 훨씬 더 재밌습니다. 

신앙생활도 배워야 잘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도가 그렇습니다. 세례 요한이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친 모양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달라고 하면서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준 것 같이 우리에게도 기도를 가르쳐달라(눅11:1)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르쳐 주신 기도가 바로 주기도문입니다.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 . 이렇게 시작하는 기도지요.

돌아보면 기도에 관한 가르침을 많이 받았고,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기도란 무엇인가? 기도의 중요성, 기도의 종류, 기도의 결과 등등 기도에 관하여 배웠습니다. 그러나 막상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도할 것인지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마치 번쩍이는 금빛 열쇠가 자물쇠를 더 잘 열기라도 할 것처럼 청산유수로 나오는 기도는 잘하는 기도이고, 떠듬떠듬하면 잘 못하는 기도라고 생각했지요. 제가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97년이었으니까 목회를 시작한지 20년간 그냥 그렇게 기도한 셈이네요. 

이번에 1기 기도학교에 60여 명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성도님들도 저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듣고, 깨달으면 그 말씀에 응답하는 기도를 드려야하는데 성경 따로 내 기도 따로였으니까요. 이번에 기도학교에서는 4가지 유형의 기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거룩한 삶을 위한 성막기도, 승리의 삶을 위한 전신갑주 기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주기도문 기도, 그리고 교회를 위한 기도입니다. 초대 교회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우리 교회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기도하는 것을 배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됩니다. 

겸손한 사람만이 배웁니다. 신앙생활만이 아닙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오직 겸손한 사람만이 배우고, 겸손한 사람이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쳐주세요!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가정생활, 사회생활, 취미생활 등 모든 것이 배움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기본을 잘 배워야 합니다. 다치지 않고, 싫증나지 않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본기부터 잘 배워야 하거든요. 사랑하는 여러분은 기꺼이 배우는 분이 되세요. 저를 가르쳐주세요!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세요!!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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