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지도자란 무엇인가?

황의정 목사 0 11,163 2018.05.03 08:38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즈음하여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라(히9:27)고 하셨습니다. 무지하고 가난한 백성도 죽고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호걸도 자기의 때를 따라 죽습니다. 금년에 우리나라에서 유독 큰 지도자들이 많이 돌아가십니다. 김수환추기경과 노무현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께서 서거하셨습니다. 모두가 가는 길이지만 큰 어른들이 국민들의 곁을 떠날 때마다 집에 한 쪽 벽이 사라진 듯하기도 하고, 어느 기둥이 빠져버린 듯 불안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한경직목사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그 분의 자리를 대신할 지도자가 있는가를 걱정하였는데 아직도, 아니 점점 더 그 어르신의 자리가 텅 비어있음을 느낍니다. 어느 지도자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목사가 정치인의 죽음 앞에 글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에 국한하여 지도자에 대한 생각을 나누려고 합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파란만장한 현대 한국 정치사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만큼 고난을 겪은 정치인이 또 있을까요?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대통령이 되어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공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요. 자신이 지도하고 지지한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줌으로써 성공적인 후계자를 세운 성공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르게 정치 9단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실상 그 분은 정치 9단에 걸 맞는 경력과 지식과 경륜을 두루 갖춘 지도자였습니다. 

지도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입니다. 지역적 지도자, 국가적 지도자, 그리고 국제적 지도자가 다 자기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지요. 바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몇 가지 덕목이 있습니다. 첫째, 지도자는 역사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보고 이를 기초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역사적 안목에서 나옵니다. 흔히 이것을 비전이라고 합니다. 뚝심의 지도자는 항상 역사의식에 기초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였습니다. 둘째, 지도자는 대화의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따르는 자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해시키고 지지하며 따르도록 만드는 능력입니다. 설득력이 없는 지도자의 사상과 비전은 실현될 수가 없습니다. 셋째, 지도자는 추진력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려는 열정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넷째, 지도자는 관대하며 희생적이어야 합니다. 독재자는 타인에게 잔인하고 자신에게 관대합니다. 참 지도자는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면서 자기희생적입니다. 다섯째, 지도자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합니다. 이런 지도자가 있는 국민과 나라는 복이 있습니다. 필리핀의 막사이사이 대통령, 싱가폴의 이광요 수상,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베트남의 호치민 수상 등은 이런 덕목을 두루 갖춘 탁월한 지도자였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 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지도자였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감옥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봉함엽서로 집에 편지하도록 허락을 받아서 쓴 것들을 모아서 출판한 것입니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첫째는 봉함엽서 한 장에 그 많은 분량을 적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봉함엽서 한 장의 내용이 책으로 여러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당신에게라고 시작하는 부인 이희호여사에 대한 호칭에 놀랐지요. 그러나 제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해박한 지식과 방대한 독서였습니다.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 . 모든 편지는 어느 책을 넣어달라는 책 목록으로 마치고 있었습니다. 

이런 면을 생각하면 그 분의 비전과 정책과 일관된 추진력을 이해하게 됩니다. 통일에 대한 일념과 그 방안(고려연방제, 남북한 UN동시가입 등), 집권 당시부터 일관되게 추진하고 주장한 햇볕정책, 대중경제학으로 알려진 서민경제 정책, 동서화합의 정치를 추진한 점 등이 그를 성공한 대통령이요 민족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이런 지도자가 많이 나와야 백성이 편안하고 나라가 발전해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이룰 수 있을 텐데 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주님, 우리나라가 지도자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가 되고,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나오게 해주세요! 아멘!!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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