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아버지 예찬

황의정 목사 0 11,030 2018.05.03 08:35

어머니날이 있고 아버지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날을 맞이하는 자세와 아버지날을 맞이하는 자세가 많이 다릅니다. 저부터도 지난 주일이 아버지날인데 깜빡 잊었습니다. 제가 아버지라서 섭섭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아버지들에게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소홀히 여기거나 무시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찬양으로 제 마음은 늘 가득합니다. 제가 아버지 됨이 감사하고 때때로 감격스럽게 여깁니다. 가뜩이나 아버지들은 감성이 무딘데 세상이 온통 감성시대가 되면서 아버지는 더욱 왜소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때론 아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아버지의 자리와 무게는 더욱 소중합니다. 여기 이메일 한 통을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워서 소개합니다. 



존경하는 교수님께

교수님, 그 동안 평안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답니다.

예전 같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하였을 터인데

주님께서 제게, 아니 저희 가정에 평강을 허락해 주심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기에 가족 모두 주님께 감사와 찬송을 올립니다.



어제는 아버지의 날이었어요. 교수님.

예배 가운데 아버지의 날인 것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몇 일 전에 들어 알고 있었는데 깜박하고 있었거든요)

예배 가운데 한국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훌륭하시다거나 그리고 많이 배우신 분은 아니지만 

자식에게 있어서 헌신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 어느 부모님보다 뛰어나시거든요.

저에겐 오빠가 한 분 계십니다. (5남매)

부모님께서는 나이 어린 오빠에게 사업을 시켜 주셨습니다.

젊은 날에 많은 돈을 만지던 오빠는 세상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였고, 방탕한 생활은 곧 오빠를 완전히 망하는 자리에까지 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아버지께서는 많은 부채를 시골의 땅을 팔아 변제해 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시골 분이시라 ‘땅을 팔았으니 죽어서 조상님들의 얼굴을 어떻게 보냐’고 늘 한탄하셨고 오빠를 늘 원망하셨습니다. 그 원망은 다시 어머니께로 향하였고(자식 교육을 잘못 시킨 어머니의 탓이라고) ,더 나아가 우리 가족들 모두에게 돌아왔습니다.)



당시 오빠는 완전히 망함을 통해 주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평신도로서 정말 쉽지 않은 사역들을 감당하셨습니다.

다시금 비즈니스를 하는 오빠는 성품이 선한지라 늘 퍼주기에 급급했죠, 

한마디로 실속 없이 사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아시는 아버님은 늘 그 부분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오빠는 소명을 받고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믿지 않는 아버님께 말씀을 드렸을 때

당시 제사 문제로 늘 신경질적인 아버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너는 아무리 보아도 사업가 기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너의 성품엔 목사가 딱 맞다.

하기야 요즈음 보니까 목사도 밥은 먹고 사는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잘 생각했다.” 고 하시고는 공부하는 나이 많은 아들을 위해 8년 동안 그 뒷바라지를 하셨습니다.

그리고도 여전히 그 아들을 위해 지금도 너무나 헌신적으로 뛰고 계시답니다.

물론 지금은 아버지께서도 주님께 돌아오셨고, 어머니와 함께 새벽기도를 다니시며 돕고 있답니다. 

할렐루야!

그러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스치면서 예배드리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또 두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는 남편을 생각 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너무나 헌신적인 남편이 생각에 스쳤고,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얼른 감사 헌금 봉투를 집어 들어 지갑을 털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주님, 나 다 텁니다.’ 하고 기쁨으로 드리면서 주님께 얼마나 감사 드렸는지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새벽에 그런 아버지께 사랑을 전하고자 전화를 드리니까 

여전히 오빠를 돕느라 집에 안 계셨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를 마치고 다시 전화를 드릴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



교수님. 

늦었지만 “Happy father’s day!” 입니다.

늘 평안하시고 또 메일로지만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현숙 올림

보통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제 아버님은 제가 어린 나이에 전도사가 되자 얼른 교회를 나가셨습니다. 수년 뒤에 여쭈었더니 뜻밖의 대답을 하셨습니다. 네가 전도할 때에 “자네 아버지도 그 예수를 믿는가?”하고 물을 때에 아직 안 믿는다고 하면 “이 사람아, 자네 아버지도 안 믿는 것을 왜 나보고 믿으라고 하나?”하면서 거절하면 내가 네 인생을 막는 것이 아니겠냐? 그래서 나갔다! 그리고 웃으셨습니다. 아버지의 최고의 사랑 고백으로 이 말씀을 간직하고 삽니다. 

아버지는 사랑입니다. 아버지는 근원입니다. 아버지는 중심입니다. 아버지는 말없이 말을 하십니다. 아버지는 움직임으로 훈계를 하십니다. 아버지는 사랑을 느낄수록 밖으로 나가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하십니다. 아버지는 고집쟁이지만, 체면을 중시하지만 자식을 위해서 탁 꺽어버립니다. 아버지는 자존심으로 사는 남자지만 자식을 위해서 기꺼이 비굴해지기도 합니다. 냉수를 마시고도 이를 쑤시면서 집을 나서지만 자식을 위해서는 아쉬운 소리도 하십니다. 아버지는 특이한 계산법을 가지고 사십니다. 큰 것을 주고도 작은 것을 사십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말입니다. 

하나님을 알면 아버지를 알게 됩니다. 많이 부족하지요. 똑같을 수가 없지요. 그래도 아버지는 하나님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독생자 예수를 주고 우리를 사신 하늘 아버지를 닮은 까닭입니다. 우리 아버지,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 때문에 존재하고, 아버지 때문에 살아갑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아-버-지--!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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