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소풍가는 날

황의정 목사 0 11,096 2018.05.03 08:30

두 가지 소풍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학교에서 가는 소풍이고 또 하나는 교회에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소풍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빠짐없이 갔지만 교회 소풍은 중학교 3학년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우선 “소풍가는 날”을 참 좋아했었다는 생각이 납니다. 공부를 안 하는 날이라서 좋고, 부모님께서 용돈을 두둑이 주셔서 좋고, 또 평소에 가보지 않은 곳을 구경하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도시락입니다. 없는 살림에 항상 콩장에 무장아찌 반찬으로 만들어주셨던 벤또(도시락)가 변하여 여러 칸으로 된 예쁜 찬합이 됩니다. 계란 프라이와 갖가지 나물을 담고 아래 칸에는 흰 밥이 가득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님도 행복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주먹만 한 다마(알) 사탕을 물고, 칠성사이다 한 병 끼고, 소금처럼 아껴먹어야 했던 과자가 그득한 가방 메고, 시끌벅적 난장판의 주인공이 됩니다. 사탕이 너무 커서 침을 질질 흘리고, 말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마냥 좋기만 한 날이었습니다. 

좀 잘 사는 아이들은 선생님 도시락도 싸왔지요. 한 번은 여러 명이 선생님 도시락을 싸오는 덕에 우리들이 함께 먹었는데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에는 눈도 즐겁다는 것을 그 때에 처음 경험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사이는 고기 없는 밥 먹기가 어려울 정도 흔해빠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그 때는 다 어디 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들끼리 둘러앉아 허리 띠 풀어놓고 맛있게 잡수시던 모습을 흘끗거렸던 코흘리개 시절이었습니다. 즐거움 속에 아려오는 슬픔은 그 소풍날이 잘 사는 아이와 못 사는 아이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것이었지요. 

점심먹고 나면 물가 자갈밭에 둘러앉아 노래 자랑이 벌어집니다. 어려서부터 유행가를 정말 잘 부르던 애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박수를 치면서 좋아합니다. 중학교 때는 허재국 김인성이라는 아이들이 이미자 노래 그렇게 잘 불렀습니다. 소풍날은 교내 가수의 데뷔하는 날이었지요.

다음 주 어린이 주일에 둘로스 가족들이 El Dorado Park로 소풍(야외예배)를 갑니다. 각 전도회와 목회자들, 그리고 장로님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하여 맛있는 점심 바비큐를 준비합니다. 성도님들의 선물 Donation으로 푸짐한 상품을 만들어 즐거운 게임 때에 나누어줄 것입니다. 교구별로 운동회도 있습니다. 각박하고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호수공원에서 크게 쉼호흡도 하고 가벼운 산책을 겸한 운동도 합니다. 둘로스 Chef들이 만들어주는 최고급 요리를 즐기면서 형님먼저, 아우먼저의 우애를 나누게 됩니다. 한 교회 식구이지만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못한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서 또 영화의 주인공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인생을 이야기하며 사귐을 갖습니다. 다마사탕, 칠성사이다는 없어도 아쉬움이 전혀없습니다. 부잣집 아이가 가져온 선생님 도시락보다 훨씬 나은 진수성찬을 즐기면서 행복해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매년 소풍을 갈 때에도 1부 예배를 드리고 일터로 나가야하는 분들이 계신 것입니다. 들뜬 분위기를 좋아하다가도 문득 생각이 이에 미치면 미안해집니다. 서로 돌아보고 위로도 하시고, 또 한 분이라도 더 참가할 수 있도록 구역별로 전도회별로 독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우리들이 행복하기를 참 원하십니다. 즐겁기를 원하십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에게 놀이 본능을 주신 것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특별히 수고하시는 준비위원들께 미리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 소풍갑시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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