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고 고금화(에스더) 선교사님을 생각하며. . .

황의정 목사 0 11,416 2018.05.03 08:26

몇 년 전에 고 에스더 전도사님께서 저희 교회를 찾아오셨습니다. 작은 예배당에서 함께 예배하고, 힘차게 찬양하고, 금요 성령 대망 기도회에서 함께 오래오래 기도하셨습니다. 일본에서 오래 사시면서 홈레스(노숙자) 사역을 하시던 분입니다. 신학 공부를 더 하시려고 유학을 오신 것입니다. 

전도사님은 영적으로 매우 민감한 분이셨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전혀 또는 잘 느낄 수 없는 영적인 실체에 대하여 쉽게 감지하여 본인들은 왜 고통을 당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중보기도를 드리고, 영적 전쟁을 하시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당시 출석하시던 Koreatown의 큰 교회에서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교회와 담임목사님을 위해서, 그리고 영적으로 눌리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중보기도를 드리셨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스스로도 많은 영적 공격을 당하면서 힘들어하셨습니다.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제가 인도하는 내적 치유 세미나도 참석하시고, 개인적인 치유 상담도 두어 차례 받으시면서 많은 자유를 얻으셨습니다. 영적 전쟁의 용사처럼 담대하고 도전적인 면과 함께 뭔가 불안하고 늘 쫓기는 듯한 모습, 이런저런 원수들의 공격에 지친 모습으로 인하여 좀 이상한 인상을 풍길 정도였습니다만 얼굴 표정부터 부드러워지고, 말씨도 많이 순화되고, 잘 웃기도 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한 동안 저희 교회에 나오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Fuller 신학교 선교대학원에 진학하여 선교목회학 박사과정을 공부하시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또 만나게 되었지요. 제 수업도 들으시고, 마침내 작년부터 박사학위 논문을 쓰시게 되었고, 저는 논문 지도교수가 되었습니다. 역시 전도사님답게 일본에서의 영적 전쟁을 통한 교회 개척에 관한 논문을 쓰시기로 한 것입니다. 이번 봄에 학위를 받고 일본에 건너가서 교회개척을 해야 한다고 몹시 서두르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풍으로 쓰러져서 파사데나 헌팅턴 메모리얼 병원에 입원 중이신데 의식불명(코마상태)이라는 것입니다. 금요일 아침에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코에 입에 호스를 달고, 무의식 상태에서 누워계셨습니다. 한 두 시간 기다리자 일본에서 두 따님이 도착하였습니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가족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어제 오후 늦게 들은 소식은 가족들의 동의하에 산소 호흡기를 제거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미 뇌사판정을 받았던 것입니다.

저는 전도사님께서 논문만 쓰고 계신 줄 알았기에 연구에 과로하여 변을 당한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바쁜 중에도 최근에 한국 대학생들 전도에 매우 열심이셨다는 것입니다. 쓰러지는 그 날도 저녁 7시경에 한 대학생을 만나서 구원상담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한 5분정도 복음을 전하시다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 화장실에 가셨는데 거기서 피와 함께 많이 토하셨습니다. 더 이상 사역이 어려워서 댁으로 옮기셨는데 벌써 자기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었고, 앰뷸런스로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혼수상태에 빠졌었답니다. 내내 현장에 함께 있던 청년은 전도사님께서 영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을 전도하려고 얼마나 열심이셨는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평소 고협압으로 고생을 하셨는데 연구와 사역으로 과로하여 변을 당하셨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 영혼을 구원하려고 발버둥을 치던 영적 군사가 쓰러졌습니다. 너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전하기를 힘쓰라는 명령,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힘쓰시던 전도사님은 충성되고 위대한 분입니다. 거인이 누워있구나! 이렇게 돌아가시면 순교가 아닌가? 생각하며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내 너를 위하여 몸 버려 피 흘려 네 죄를 속하여 살길을 주었다. 널 위해 몸을 주건만 너 무엇 주느냐? 널 위해 몸을 주건만 너 무엇 주느냐?(찬311장)라고 주님 물으시면 무어라 대답할까요? 고금화전도사님은 주님, 제 생명을 드립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시겠습니다. 스데반 집사님을 영접하시려고 일어서셨던 주님께서 또 한 번 벌떡 일어나시어 고전도사님을 맞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저와 여러분도 이렇게 죽을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 .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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