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감사의 신통력(神通力)

황의정 목사 0 10,955 2018.05.03 08:22

첫 경험은 참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어려서부터 셀 수 없이 설교를 하였지만 2번의 설교가 기억에 남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 처음으로 주일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주일 새벽에 모이는 어린이 새벽기도회에서 소경 바디메오가 예수님께 소리소리 질러서 마침내 눈을 뜬 이야기로 설교했습니다. 두 번째 기억에 남는 설교는 신학교 기숙사 생활할 때에 수요예배에서 설교한 것입니다. 감사가 주제였습니다. 한 끼를 감사하면 2끼를 먹게 되고, 라면을 감사하면 밥을 먹게 해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늘 하는 말처럼 들리는 것이 가난한 신학생이었습니다. 요즘에는 교회 봉사도 안하고 대학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졌다지만 7-80년대에는 희귀한 경우였지요. 

기숙사 밥 한 그릇이 4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반 학생 중에 하루 세끼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제가 반대표를 하는 한 해 동안 식권을 얼마나 많이 모아서 나눠주었는지요. 과 예배 때에 헌금을 합니다. 그러면 식권이 수북하게 나옵니다. 하루에 두 끼를 먹기로 구입한 식권들이니까 헌금 통에 넣은 숫자만큼 한 끼만 먹는 날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체육대회 상금, 부활절 찬양대회 상금도 몽땅 식권 값입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많았습니다. 식당에 며칠을 내려오지 않는 친구에게 식권을 주니까 웃으면서 자기는 금식하니까 괜찮다고 합니다. 아예 바쳐버리고 굶는 것입니다.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 사정을 더 잘 알잖아요? 가난한 학생들이 더 열심히 나눠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사람이 밥을 사서 두 사람이 머리를 부딪치면서 나눠먹기도 합니다. 눈치 빠른 식당 집사님들은 식판에 수북하게 밥을 담아주고, 국도 넘치도록 퍼 줍니다. 어떤 친구들은 숫기가 없어서 두 번째 밥 타로 못 갑니다. 하지만 3번씩도 당당하게 타다 먹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권사님, 감사합니다! 큰 소리 들리면 틀림없이 넉살좋게 헤 웃는 얼굴이 식판을 들고 옵니다. 

엊그제 교회를 개척하면서 고생하시는 친구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Gas 값이 없어서 심방을 못가는 때가 있다고 할 때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가난했던 신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신학교 다닐 때에 학교 서점 옆에 있는 식당과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식당에 자기 이름으로 외상장부를 만들어놓고 배고픈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언제든지 가서 먹으라고 했던 친구입니다. 하루에 한 끼만 먹으라고 했답니다. 한 달에 5-6만원씩은 그 외상 밥값을 지불했다고 하니 신학생들이 밥을 굶는 것은 참 흔한 일이었습니다. 가끔 큰 교회 목사님이 설교차 오셨다가 고깃국을 대접하는 날은 식당이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 때에 한 끼 라면을 감사함으로 먹자고, 그러면 2끼를 주실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후에 개척을 하면서 제가 불평불만하면 고난이 고무줄처럼 늘어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지만 가난과 고생이 고무줄처럼 늘어날까 두려워서, 그리고 감사하라고 명령하셨으니까 순종한다고 하면서 감사기도를 드렸답니다. 하루 세끼 밥도 제대로 못 먹여주면서 억지 감사를 강요한 전도사 남편을 떠나지 않은 것이 기적이지요? 감사합니다!할 때마다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습니다. 작은 감사와 억지 감사가 쌓여서 크고 놀라운 감사의 노래가 됩니다. 

감사는 신비입니다. 그 안에 믿음이 스며있습니다. 내가 믿고 의지하는 분이 선하신 하나님이심을 아는 것입니다. 그 분이 모든 것을 주관하심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감사는 굴종이 아니라 승리입니다. 감사는 현실에 순응하는 패배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풍요와 축복의 산을 향하려 뛰어오르는 함성입니다. 감사는 고생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드는 마술입니다. 과거를 뒤로하고 전진할 때에 감사로 마무리된 것만이 우리의 참다운 역사가 됩니다. 감사할 수 없는 것을 감사할 때 진정한 감사가 됩니다. 

불경기에 많이 위축되어 있지는 않으세요? 깊어가는 시름소리에 두려움이 엄습하지요? 지금은 감사할 때입니다. 우리의 어리석음과 탐욕과 부정을 뉘우치면서 우리가 아주 진멸되지 않음을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장래 소망을 주려는 것이 하나님의 생각이심을 알기에 오늘도 감사의 깃발을 쳐듭니다. 감사하세요! 감사로 마무리하고, 감사로 새 문을 엽니다. 새 은혜, 새 능력, 새 역사의 문이 감사로 열립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감사합시다! 감사의 신통력을 누리세요!!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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