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맑은 물 붓기

황의정 목사 0 11,607 2018.05.03 07:38

사람의 마음은 참 섬세하고 복잡합니다.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은 맑고 깨끗하게 지으셨을 텐데 상처로 얼룩지고, 일그러지고, 깨진 마음은 자신이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덕규 형제는 가시나무라는 노래에서 자신의 내면의 복잡함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도 알 수 없는 다른 내가 여럿이 들어앉아 있습니다. 헛된 바램들로 가득합니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어둠과 슬픔은 무성한 가시나무 숲과 같습니다. 그 복잡한 마음에 주님을 모시고 살다보니 주님께서 편히 쉬지 못하십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심지어 자녀들도 내게 의지하고 위로받기 위하여 다가오다가 가시에 찔려 도망갑니다. 그래서 한탄합니다. 

마음은 이성과 의지와 감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거절을 당하고, 무시당하고, 소외되면서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랍니다. 과거에 받은 상처가 건들여지면 종기 난 자리를 만질 때처럼 깜짝 놀랍니다. 악 하고 소리를 지르듯이 지나친 반응을 합니다. 분노하고, 미워하고, 저주하고, 자신도 거절하고 소외시키면서 상처받은 영혼이 또 상처를 줍니다. 

감정적인 상처가 많은 사람은 이성적 판단이 흐려집니다.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려고 억지를 부리지만 자신은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아니, 알아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의나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의 상한 감정을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기 상처 보호에 급급하다보니 지식도 경험도 신앙도 제 구실을 못하게 됩니다. 이성이 마비되는 것입니다. 

감정이 상하고,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은 자기 보호의 한 방편으로 도피합니다. 도박으로, 술로, 마약으로, 게임으로, 또는 섹스로 도피합니다. 이런 사람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쉽게 중독이 됩니다. 인생이 무너집니다. 그 중독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수없이 결단을 하지만 이미 의지가 꺾였기 때문에 스스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감정이 상하고, 이성이 마비되고, 의지가 꺾인 사람의 마음은 깜깜한 어두움입니다. 그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일 공동체의 최일도 목사님은 상처받은 마음을 잉크 방울이 떨어진 물 컵으로 묘사했습니다. 상처를 받을 때마다 새로 잉크 방울이 첨가되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 색깔이 없던 맑은 물은 금방 검은 잉크 색으로 변해버립니다. 한 동안 잉크가 더해지지 않아서 가라앉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탁한 물일뿐입니다. 조용하여 그런대로 살만하다가도 한 마디 말이나 사건으로 인해 가라않았던 상한 감정이 치솟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더럽고 어두운 마음이 됩니다. 어릴 적에 속을 끓이는 자식을 앞에 놓고 땅을 치면서 이놈아, 네가 왜 내 속을 뒤집어 놓냐? 너는 자식이 아니라 원수다 원수! 하고 통곡하는 어머니들을 보았습니다. 아, 가슴이 아파옵니다. 시골 장날, 막걸리 몇 잔을 드시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면서 집을 향해 걷던 어르신들이 취기가 더해가면서 흥겨움이 슬픔으로, 탄식으로 변하고, 마침내 장탄식과 함께 짐승처럼 울부짖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엉켜서 엎치락뒤치락 싸우기 일쑤였습니다. 우리 민족의 가슴에는 풀지 못한 한이 있습니다. 한의 민족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까요? 큰 주전자에 하나 가득 맑은 물을 담아 조금씩 검은 물 컵에 붓습니다. 맑은 물이 계속 부어지면 컵 속에 있던 더러운 물이 넘칩니다. 그리고 조금씩 맑아집니다. 한 컵 두 컵이 아닌 10컵 20컵의 물이 쉼 없이 부어질 때, 마침내 컵 속에는 맑은 물만이 가득하게 됩니다. 이를 보면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가슴에서는 강물이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이것이구나! 맑은 물 붓기가 해답이구나! 

예수님은 용서의 맑은 물을 부어주십니다. 치유의 물도 부어주십니다. 인정과 칭찬의 맑은 물도, 격려와 사랑의 말씀으로 부어주십니다. 한 번 두 번이 아니고, 매일 매 순간 성령의 세미하고 자비한 음성으로 들려주십니다. 지칠 줄 모르는 맑은 물 붓기가 사랑입니다. 우리는 목이 마릅니다. 맑은 물을 갈망합니다. 인정과 칭찬의 말 한 마디, 또 한 마디를. . .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치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6:9). 맑은 물 붓기가 선입니다. 낙심도 말고, 피곤치도 말고 맑은 물을 부어주세요.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 . 오늘도 내일도. . .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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