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빛나는 졸업장

황의정 목사 0 10,561 2018.05.03 07:36

졸업 시즌입니다. 우리 둘째도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추웠던 한국의 2월 졸업시즌과는 정취가 다르지만 미국에서의 졸업식도 즐거움과 감사와 축제의 절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어제는 제가 몇 번 졸업했나를 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졸업식을 반추해보았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던 중학교 졸업식이 제일 쓸쓸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기억에 남는 것도 없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왠지 외롭고, 누군가에겐지 모를 분노(?)가 있어서 아무도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혼자 쓸쓸히 졸업장과 상장을 받아들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제일 추억이 많은 것은 역시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였지요) 졸업식입니다. 

교실 칸막이를 터서 만든 강당에 졸업생과 재학생, 그리고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이 모두 참석하여 엄숙한 예식으로 치러졌습니다. 웃고 떠들던 말썽꾸러기들도 이 날만은 모두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지요. 

재학생 대표가 읽던 송사가 있고, 졸업생 대표가 답사를 했었지요. 이상하지요? 그 송사와 답사,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있었다는 것은 기억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납니다. 오직 기억나는 것은 답사를 읽던 학생 대표가 울먹일 때에 코끝이 찡해졌었다는 것, 그리고 졸업의 노래를 부를 때에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여기저기서 많은 학생들이 훌쩍이며 울었다는 것입니다. 졸업의 노래를 기억하세요? 저도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언니께만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봤습니다. 


1 절 (후배들이 불러줌)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2 절 (졸업생들이 부름)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군이 되겠습니다. 

3 절 (다같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 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꽃다발은 없었습니다. 책도 물려받은 헌책이 아니라 새 책으로 공부했지요. 하지만 아무도 이 노래를 시비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건네준 졸업선물은 졸업장을 둘둘 말아서 담을 수 있는 제법 예쁜 통이었습니다.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가장 목이 메던 대목입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멋진 다짐입니다.

미국의 졸업식은 눈물은 없고, 기쁨과 즐거움의 축제더군요. 졸업생을 호명할 때면 가족들과 친구들이 괴성을 지릅니다. 멋진 춤을 추면서 교장선생님께 가서 졸업장을 받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여 생각에 잠겨보며 잠시 행복했습니다. 졸업식은 영어로 commencement라고도 합니다. 이는 시작, 개시라는 뜻입니다. 학교에서 훈련을 받아 이제 사회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학교 졸업한 뒤에 책과 담 쌓고 사는 분들은 없는지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서 인생학교를 졸업할 때에도 빛나는 졸업장을 받아야겠습니다. 지난 5월에 은퇴하신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님은 답사에서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졸업가의 3절처럼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코흘리개의 다짐이 백발의 노인이 될 때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모든 물이 바다에서 만나듯이 우리 모두 하나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빛나는 졸업장은 이것입니다.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큰일을 네게 맡기리라! 미리 축하드립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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