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뒤바뀐 운명과 십자가

황의정 목사 0 11,625 2018.04.28 09:04

사극(史劇)은 깊은 인상을 남기는 특징이 있나봅니다. 양반의 아들과 종의 아들이 뒤바뀌어 자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양반으로 자라는 종의 아들은 과거를 자꾸 떨어지는데 종이 되어 어깨 너머로 배운 양반의 아들은 과거에 급제하여 신분을 속이고 벼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은 신생아실에서 뒤바뀐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친자녀를 찾은 다음에는 둘 다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기른 정은 끊어야 하고, 나은 정은 아직 정으로 다가오지 못합니다. 비극입니다.

하지만 행복하게 뒤바뀐 운명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목에 걸린 십자가는 로마제국의 가장 잔인한 사형 틀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사렛의 예수라는 청년이 이 형틀에 달린 뒤에 십자가의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런 상징이 가장 사랑받고 흠모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정죄와 증오와 저주의 상징이 용서와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 십자가가 사람의 운명을 바꾸고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능력이 되었습니다.

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만나 우리는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 신과 풍속을 좇고 마귀에게 굴복하고(엡2:2), 죄와 사망의 법에 매여 있던 우리들(롬8:2), 하나님의 나라와 능력과 은혜에 외인이었던 우리들(엡2:12)이 하나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었습니다. 생명의 법, 성령의 법에 따라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지옥을 벗어나 천국에서 영원히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 오천년 역사에 진정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해보지 못했었습니다. 비록 다른 나라를 침공해서 해악을 끼친 적은 없었다고 하나 늘 생존을 위해 비굴함을 감수해야 하는 동방의 조그만 오랑캐에 불과했었습니다. 하지만 1884년에 선교사들이 들어와 예수님과 십자가를 증거하자 100년도 못되어 세계적인 나라가 되었습니다. 경제대국이 되었고, 유엔사무총장도 배출하고, 전 세계 유수한 대학의 교수도 수없이 배출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한국이 세계 제2의 선교강국이 된 것입니다. 비록 국가 차원의 구제는 아직 미미하나 교회가 나서서 세계 곳곳에 나가 복음을 전합니다. 옛날 선교사님들이 우리나라에서 했던 것처럼 고아와 노약자를 돌보고,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세우고 있습니다. 18,000여명의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170여 개국에 흩어져서 두루 다니며 착한 일(행10:38)을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홍익인간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서양 선교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 때문에 우리들은 백인만 보면 다 선교사님처럼 좋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 방방곡곡에 한국사람을 보면 다 선교사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로 우리 민족처럼 멋지게 변신한 민족도 세계 역사에 드물다하겠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운명을 바꿔보려고 끊임없이 성공의 사닥다리를 오르고자합니다. 넘어진 사람, 주저앉은 사람, 병들거나 실패한 사람, 외로운 사람을 거들떠볼 여유 없이 내달립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제자리입니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짓밟고 올라가는 자의 실상입니다. 이만하면 됐는가 싶지만 다시 절망하게 됩니다. 우리의 노력이 무력함을 깨닫고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됩니다. 옛것이 지나가고 새 것이 됩니다(고후5:17). 예수님은 운명을 바꾸는 분이십니다.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하늘에 계실 분이 땅에 오셨습니다. 존귀한 분이 낮고 천한 말구유에 누우셨습니다. 가장 의롭고 거룩하신 분이지만 창기와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 되시어 낮고 천한 사람들 곁에 계셨습니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다 하시며 늘 병들고 귀신들려 고생하는 사람들 곁에 계셨습니다. 존귀한 분이 멸시와 천대를 받고, 조롱을 당했습니다. 결국 죄를 알지 못하시는 분이 가장 흉악하고 추한 죄인이 되어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하나님이신 분이 지옥에 떨어지는 형벌을 받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불행한 사람이 있는 곳으로 끝까지 내려가 그 자리에 쓰러진 영혼을 붙들어 올리십니다. 무덤에서 살아나시듯이 말입니다. 오르려고 하지 않고 기꺼이 내려가심으로 운명을 바꾸는 분이 되셨습니다. 변화된 운명의 주인공 여러분, 운명을 바꾸는 사람이 되십시오. 이 고난주일에, 어디 더 내려갈 곳이 없나 살피시고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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