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2007년 거리의 크리스마스

황의정 목사 0 12,090 2018.04.28 08:59

거리선교회(The Street Mission)는 7년 전에 김수철목사님과 이은주전도사님이 엘에이 다운타운의 홈레스(노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아침을 나누어주는 사역으로 시작했습니다. 궂은 날이나 맑은 날이나 한결같이 아침 7시면 사역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거리에서 홈레스 형제자매들을 만나서 함께 찬양하고, 말씀을 나누고, 그리고 빵과 커피를 나눕니다. 저는 둘로스 교회를 개척하면서 매주 월요일마다 자원봉사 설교자로 함께 하였습니다. 또 거리선교회 재활센타에 기거하면서 동역하는 형제들이 우리 교회에 출석하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엘에이는 비가 많이 안 오고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날씨 때문에 홈레스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제6회 거리의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의 율동찬양과 악기 연주, 남가주 장로 성가단의 남성 4중창과 합창, 그리고 김수철목사님의 설교가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제가 설교를 했는데 금년에는 통역을 맡았습니다. 김목사님은 확실한 홈레스 사역철학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눅 9:58)하신 말씀을 인용하면서 예수님도 홈레스였고, 천국에 있는 우리들의 영원한 집에 돌아갈 때까지 우리 모두는 홈레스라고 했습니다. 4년 전 처음으로 거리에서 설교할 때 주님께서 제게 주셨던 바로 그 메시지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지극히 작은 자 하나를 먹이고, 마시우고, 입히고, 돌아보는 것이 곧 예수님께 해드린 일이기 때문에 거리선교회의 모든 사역은 예수님을 섬기는 사역입니다. 술과 마약과 도박에 찌들어 사는 사람들이고, 제사에는 생각이 없고 젯밥에 정신이 팔렸다고 찬양과 말씀에는 무관심하다가 빵을 나누어줄 때면 하나 더 달라고 실랑이를 벌이거나 아예 슬쩍 집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월초에는 정부에서 주는 생활보조비를 받기 때문에 많이 모이지 않다가 돈이 다 떨어지면 모여듭니다. 어떤 홈레스는 군대생활을 22년이나 하고,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한국말로 인사도 합니다. 연금을 매월 2,200달러를 받는데도 홈레스입니다. 마약 때문입니다. 월초면 마약에 취해 지내는데 두어 달 동안은 돈을 다 강도당했다고 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처자식들도, 그리고 희망도 다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김목사님은 달리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더니 꼬깃꼬깃하게 만들고, 땅에 던져서 더럽혀졌다고 하면서“이제 이 돈은 얼마짜리입니까? 더럽혀졌어도, 꾸겨졌어도 돈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지요? 여러분의 인생은 꾸겨지고 망가지고 병들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는 여전히 소중한 아들이요 딸입니다. 여러분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홈레스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합니다. 어떤 이들은 고개를 떨어뜨립니다. 실패자요 패배자요 자기도 자기를 멸시하고 싫어하는 홈레스이지만 새롭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장로성가단에서 준비한 점심과 선물, 중앙일보와 한인 사회에서 제공한 잠바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예수님께 생일상을 차려드리고, 추운 겨울을 나시라고 따뜻한 옷을 입혀드리는 마음으로 섬겼습니다. 성탄절은 선물의 계절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위대한 선물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셨습니다. 큰 선물을 받은 우리들은 서로서로 작은 선물을 나눕니다. 감사와 인정과 칭찬과 격려와 다짐, 그리고 희망의 확신이 담긴 선물입니다. 제 옆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10살쯤 되는 멕시칸 소년이 앉아있었습니다. 깨끗하게 차려입고 왔습니다. 소년에게 이름을 물었습니다. 하비어(Javier)랍니다. 손을 꼬옥 잡아주면서 지폐 한 장을 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어떤 분이 신혼여행중에 있는 친구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사랑 안에는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는 구절을 찾았습니다. 내용이 기니까 간단하게 요일4장18절이라고 전보를 쳤습니다. 그런데 그만 우체국 직원의 부주의로 요4장18절이라고 보냈습니다. 호텔에서 기쁨으로 성경을 편 신랑과 신부는 경악을 했습니다. 네가 남편이 다섯이 있었으나 지금 있는 자는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 김목사님은 크리스마스에서 예수님이 빠지면 이렇게 된다면서 예수님을 믿으라고 격려했습니다. Merry Christmas!!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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