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비난(非難)을 삼가라!

황의정 목사 0 11,886 2018.04.28 08:53

어느 학회에서 젊은 학자가 노학자의 이론을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서구사회에서 건강한 비평을 하는 학풍에 익숙한 젊은이의 발언 그 자체에 크게 문제 삼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노학자는 대노하여 큰 소리로 반박을 하다가 그만 뇌일혈로 쓰러졌고, 급기야는 죽고 말았습니다. 비난으로 생각하고 모독을 느낀 나머지 흥분한 것입니다. 비판을 비난으로 느낀 것과 이론에 대한 학술적 반박을 인격에 대한 모독으로 오해한 데서 온 불상사였습니다.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한국인들에게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체면과 서열이 분명한 사회에서 아랫사람이나 연하의 사람이 윗사람이나 연장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자기의 입장이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자칫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건전한 판단과 비평을 비난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비난은 남의 잘못이나 흠을 나쁘게 말하는 것이며, 비판은 잘잘못을 들어 따지는 것입니다. 비난은 항상 부정적이고 악의적입니다. 비판은 목적이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으나 그 자체로는 중립적인 입장입니다. 비난은 없어도 전혀 아쉽지 않고, 비난으로 어떤 선도 이룰 수 없습니다. 상처만 입히고 파괴적인 결과만을 낳습니다. 그러나 비판은 발전과 향상에 필수적인 중요한 행위입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으면 남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적게 되고, 비판을 받음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프카니스탄에 인질로 잡혔던 형제와 자매들이 40여 일만에 석방되어 조국의 품에 안겼습니다. 배목사님과 심형제의 죽음으로 안타깝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여론이 매우 부정적입니다.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조차 건전한 비판보다는 비난을 일삼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어쩌다가 한국 교회가 이렇게 사회로부터 맹렬한 비난의 대상으로 전략했나? 과연 한국 교회는 이렇게 비난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 비난의 글을 쓰는 분들은 과연 그 저급한 언어와 악의적 표현, 그리고 비인간적인 사고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동족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단기선교에 참여하였다가 어려움을 겪은 분들에 대하여 호의적인 입장입니다. 제 자신이 선교사 출신으로 선교학자이고, 목회자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어른의 입장에서 젊은이들이 남을 위해서 희생하다가 이런 어려움을 당했다는 것이 대견합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의 정신이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방탕한 젊은이들, 무분별한 해외여행에 싹쓸이 쇼핑, 섹스관광으로 혐오스런 한국인이란 이미지를 남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국가적인 어려움을 초래하였고, 국민들의 마음에 큰 염려를 끼친 것을 죄송스러워하면서 살아났다는 기쁨을 속으로 감추는 그들을 볼 때 가슴이 아프지 않아요? 누가 하나님의 사랑에 순종하여 오지에 갔던 제자들에게 돌을 던질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건전한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여 한국 교회가 선교 방식을 재고하고 발전을 도모해야겠지요.

예수님은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잘못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셨습니다. 독사의 자식들아! 하고 악담을 하시는 듯한 말씀도 있고, 화있을진저, 너희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아! 하고 외치는 소리는 소름이 끼칠 만큼 무섭습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교인 하나를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 (마 23:15). 그러나 예수님은 이들을 비난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끌고 온 분노한 군중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8:7b)하시고,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겠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요8:11)고 하셨습니다. 이혼을 다섯 번하고 또 다른 남자와 동거하던 사마리아 여인에게도 따뜻한 대화 속에서 그를 구원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게도 이렇게 해주십니다. 저는 죄와 허물이 큰 우리를 비난치 않고, 분명하게 깨우쳐주시고, 따뜻하게 위로하시며, 격려하시는 예수님을 믿고 또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예수님을 닮고 싶어서 오늘도 몸부림을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저와 함께 노력합시다. 아무도 비난하지 않도록. . .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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