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과거를 묻지 마세요!?

황의정 목사 0 11,975 2018.04.28 08:51

요즘 한국은 가짜 학력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문화 예술계의 유명 인사에서부터 연예인과 스님까지 가짜 학력을 자백하는 분들이 줄을 잇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터질 수밖에 없었던 시한폭탄이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학력에 목을 매는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거나 일류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것으로 인해서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지나친 학벌 위주의 사람 평가 관행에 나도 모르게 젖어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반성도 해 봅니다. 이번 가짜 학력 파문에 연루되어 수모를 당하는 분들이 자기 분야에서 매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면서 진짜 학위를 가진 사람들보다 더 성공적인 사람들이라는데 놀랍니다. 오히려 학력을 속이지 않았으면 더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 탁월한 인재들입니다. 차제에 우리 사회가 학력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는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풀러 신학교 학생들이 저희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치유 사역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저의 세미나도 듣고 함께 교제하려고 오셨습니다. 그 분들 중에는 미술 대학교를 중퇴하고 가수가 되어 성공한 뒤에 학사 학위도 없이 대학교의 실용음악과 교수가 된 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의 가시나무라는 노래 말(詩)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습니다. 물론 이 분은 교수가 된 뒤에 가르치면서 계속 공부를 하여 학사 학위, 석사 학위를 받으셨고, 이번에 휴직을 하고 박사 과정 공부를 하러 유학을 오신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더 많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한 번은 어느 여전도사님이 미국 목회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미국의 처음 목회지에서 담임목사님의 지시사항을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묻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고향을 묻지 말라! 체류 신분을 묻지 말라! 결혼 관계를 묻지 말라! 가족 관계를 묻지 말라! 나이를 묻지 말라! 직업을 묻지 말라! 그리고 학력을 묻지 말라! 하셨답니다. 이런 것을 묻지 않고 어떻게 목회를 할 수 있지요? 그 전도사님의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각박한 이민 생활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가는 중에 이런저런 내용을 속이면서 사는 것이 관행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어느 목회자는 이 말을 듣고 거짓으로 만들어진 자기 이미지가 드러날 때마다 교회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민 교회는 신자 이동이 많다고 쉽게 말합니다.

교회는 세상의 어느 모임과도 구별되는 독특한 공동체입니다. 서로의 기쁨과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 돕고 섬기면서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입니다. 함께 가장 거룩한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입니다. 그 안에서 거짓이 사라지고 참이 드러나며, 거짓으로 인한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는 신비한 체험들이 늘 일어나는 곳입니다. 특별히 저는 치유목회를 하면서 성도들의 과거를 많이 묻습니다. 어쩌면 저는 성도들의 깊은 내면을 잘 들여다보는 시대를 역행하는 목회자가 아닌가 생각도 합니다. 제가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신자들이 자기의 과거를 목사님께 다 이야기하면 교회를 떠나지 않나요? 하는 것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아픔과 고통의 상처를 부여안고 살 때에는 한 곳에 머물 수 없지만 다 털어내고 홀가분해진 사람은 더 이상 떠돌 필요가 없습니다. 내 병을 잘 모르는 의사보다 족집게 같이 숨은 병을 찾아내어 고쳐주는 의사를 더 좋아하고 따르는 심정이라고 할까요? 육체의 질병과 마음의 병에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과거를 캐묻지는 마세요. 더욱이 나쁜 마음으로 상대방의 허물을 들추려고 하지 마세요. 하지만 예수님의 사랑과 능력으로 치유할 수 있으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나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체하지 말고 스스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우리 죄를 사하시며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요한1서 1:9)이라는 약속을 믿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5:17). 과거를 묻지 않는 것이 능사가 아니요, 오직 치유할 수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과거를 물으십니다. 그 분은 치유자이시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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