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죽어서도 사는 사람들

황의정 목사 0 12,520 2018.04.28 08:34

어느 미국 대학 미식축구 팀에 키가 아주 작은 후보 선수가 있었습니다. 한 번도 연습에 빠진 적이 없었으나 한 번도 실제 경기에 출전해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이 사실에 대하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선수가 아버님이 돌아가시어 장례를 치르고 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이 선수가 감독에게 꼭 경기에 출전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단 5분이라도 좋으니 꼭 출전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마지못해 약속은 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감독은 이 선수를 운동장에 내보내지 않습니다. 그러자 선수들 사이에 이상한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감독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잠깐만 뛰게 하다가 곧 빼내려는 속셈으로 이 선수를 필드로 내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가 얼마나 잘 뛰는지 경기가 반전되면서 계속 점수를 따고, 마침내 그 팀이 승리를 했습니다. 너무나 놀란 감독이 묻습니다. 너무도 멋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잘 하느냐? 사실 제 아버님은 장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식축구 선수라는 사실을 기뻐하였지만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것을 보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셨으니까 이제 저를 보실 수 있잖아요? 아버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살아계십니다!
저는 이번 주간에 죽음을 많이 생각하였습니다. 작년 8월 2일에 돌아가신 아버님 1주기 추도 예배를 위해서 한국 방문 중이므로 당연히 아버님의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고,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리무진 버스를 타자마자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아프칸에서 또 한 형제가 살해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대 선배 목사님 시무하시는 교회에서 금요 심야기도회에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모님께서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님은 86세에 하나님 나라에 평안히 가셨습니다. 자녀들에게 인사도 하시고,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부끄럽지만 저희 7남매 6형제는 그렇게 모범적인 관계를 갖지 못했습니다. 때론 한 두 형제가 서로 미워하고, 때로는 대화도 단절하고 그렇게 지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추도예배를 드리면서 큰 변화를 보았습니다. 막 개척교회를 시작하신 3째 형님은 아버지의 무지개라는 설교에서 홍수 심판과 무지개를 대비하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해석했습니다. 하나님은 홍수로 징계하셨으나 마음이 아프시어 무지개를 만들어 세우시며 다시는 홍수로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때로 가혹했던 징계 속에는 아버지의 무지개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숙연해지면서 아버님의 속 깊은 사랑을 회상했습니다. 함께 기도하면서 통곡이 터졌습니다. 서로 끌어안고 용서를 빌고, 감사를 고백했습니다. 큰 형수님은 부모님 살아계실 때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면서 우셨습니다. 살아서도 못 이루신 자식들의 화목을 돌아가셔서 이루신 것입니다. 아버지는 살아계십니다!

선배 목사님은 담담하게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3년 전 성전 건축을 시작하는데 사모님께서 염려를 하십니다. 교회가 기도의 불이 활활 타올라야 큰 역사를 이룰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다 사모님께서 암에 걸리셨음을 알게 되었고 온 교회는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기도의 불길 속에서 성전이 건축 되었지요. 사모님도 수술 경과가 좋아 건강을 회복하셨습니다. 금년 초에는 사모님께서 성전을 채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을 염려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너무도 갑자기 암이 재발하여 준비치 못한 상태로 제대로 유언도 못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결국은 집사람의 죽음으로 교회는 다시 기도의 불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젯밤 금요 심야 기도회에도 기도실에 빈 의자가 없을 정도로 많이 모였습니다. 살아서 못한 사역을 죽음으로 감당하시는 사모님은 아직도 살아계십니다!

아프칸에 뿌려진 순교의 피는 결코 허망한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 알의 썩어진 밀알이 되어 수많은 영혼들을 열매로 드리는 큰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젊은 나이에 한국에 왔던 토마스 선교사는 대동강변에서 무자비하게 죽임 당했습니다. 천만 신자는 그렇게 씨 뿌린 결과였습니다. 살아있는 인질들이 조속히 건강하게 석방되어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함께 오지 못하는 두 형제님들은 새로운 생명으로 우리에게 먼저 돌아오셨습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요11:25-26]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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