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배우는 즐거움

황의정 목사 0 12,044 2018.04.28 08:18

제자훈련 양육반을 시작하면서 

        공부가 즐거울 수 있을까요? 부모님은 공부하라는 말씀도 잘 안하셨고, 숙제 검사를 하신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아버님은 첫 아들을 기르시면서 심적으로 큰 변화를 겪으셨던 것 같습니다. 평생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정말 없으십니다. 젊은 시절 첫 아들을 혼내고 매질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살의(殺意)를 느끼셨답니다. “이러다가 내가 아들을 죽이겠구나!”싶더랍니다. 그 다음부터는 아예 자유방임으로 전환하신 거죠. “그래도 너희들 다 바르게 잘 컸잖아?”계면쩍게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이해가 안 되면 매우 답답했습니다. 의문이 생기면 다른 내용으로 옮겨가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산수 시간의 고민이 기억납니다. “기차가 시속 60km로 출발하였습니다. 3시간 뒤에 자동차가 시속 100km로 출발하였습니다. 몇 시간 후면 기차를 따라잡습니까?”제 생각에 기차나 자동차가 출발할 때부터 곧장 60km나 100km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속도가 나는 것이고, 또 빨리 갔다가 천천히 갔다 하잖아요? 이 생각에 골몰하여 문제를 풀지 못했습니다. “섭씨 40도의 물 1리터에다 섭씨 60도의 물 2리터를 부으면 온도가 몇 도입니까?”저는 또 생각합니다. 추운 겨울에 세수 대야에다 물을 부으면 금방 온도가 내려가는데 물을 붓는 동안에 온도가 달라졌을 것 아닌가? 어떻게 그것을 계산할 수 있을까? 우습지요? 하지만 저는 매우 심각했습니다. 이런 의문이 많으니까 항상 심각하였지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공부는 골치가 아팠습니다. 이런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면 제가 훨씬 공부를 잘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저런 것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지?”아마도 제가 실용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모양입니다. 왜 이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가를 설명해주신 분이 없었습니다. 딱 한 분 6학년 담임선생님께서 중학교에 진학하는 저희들에게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한 시간 내내 설명해 주셨습니다. 중학교에서 새로 배우는 과목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한 면도 있었습니다. 같은 말을 영어와 한글로 칠판에 쓰면서 영어가 훨씬 빠르다고 하신 것이나 영어가 옆으로 한 줄로 쓰는 대신 한글은 좌우상하로 쓰기 때문에 복잡하다고 하신 말씀도 기억합니다. 하지만 “왜”를 설명해 주신 분이셨고, 저는 중학교 이후 영어 공부를 참 좋아했습니다.

신앙생활은 한 편으로 배움의 생활입니다. 교회도 한자로 쓰면 敎會입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모임입니다. 예배 때마다 말씀을 배우는 시간이 있습니다. 설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기도회로 모여도 말씀을 듣는 시간이 있습니다. 제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저처럼 의문을 품는 사람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처음 성경을 접하는 사람, 아직 믿음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다른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합니다. 또 성경의 용어가 생소하기에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말씀을 해석하고 정리하여 가르치려고 하지요. 하지만 설교를 통해서는 성도들이 매우 수동적이 됩니다. 또 일방적인 가르침이기 때문에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 또 얼마나 실천을 하는지를 가늠할 길이 묘연합니다. 그래서 성도님들 중에 오랜 신앙생활에 듣기는 많이 들었어도 삶의 변화를 받지 못한 분들이 있는 것입니다.

제자훈련 양육반을 개강하였습니다. 성경은 머리의 지식을 위한 책이 아니고 삶의 변화를 위한 책입니다. 하나님은 지식 전달보다 삶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십니다. 즐겁게 배우는, 생각과 말과 인격과 삶의 변화 체험 현장이 될 것입니다.. 제자 훈련이라 함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의심이나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너희는 배우고 확신 한 일에 거하라!”(딤후 3:14)고 명하셨습니다. 즐거운 배움의 자리로 초대합니다! 기회는 다가올 때 꽉 붙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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