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義人)과 덕인(德人)

지난 주간에 한국에서 참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직 대학 교수님이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품고 재판을 맡았던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쏴서 부상을 입힌 것입니다. 그 분은 일류대학을 나오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 교수로 재직하시다가 교수재임용에서 탈락하였습니다. 십여년을 뉴질랜드와 미국에서 무보수 연구교수로 재직하다가 몇 년 전에 귀국하여 복직을 위한 소송을 냈는데 원고 패소판결이 나자 이런 기이한 행동을 한 것입니다.
지성인이요 사제이신 분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하셨을까 궁금하여 신문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사연은 교수 재직 시에 입학시험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고 의견을 냈으나 무시당하였고, 같은 과 교수님들은 이 분에 대한 징계 청원을 하여 징계도 받았답니다. 그 해에 부교수 승진에서 탈락하고, 곧 이어 재임용에서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의 의견이 옳다고 전국 수학과 교수 140여명이 성명서를 낼 정도니까 이 교수님이 실력도 있고, 양심도 살아있고 의를 위해서 나서는 용기도 있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사에 보면 이 교수님은 다른 교수들을 비방하고, 학생들을 무시하며, 심지어 데모하는 학생들을 보고 “총이 있으면 쏴 죽이고 싶다”고 말을 할 정도여서 학생들에게 수업거부를 당하기도 했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떠오른 말씀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 말며 지나치게 지혜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스스로 패망케 하겠느냐 (전도서 7:16).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큼 나쁘다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도 자칫하면 의를 주장하면서 사랑을 소홀히 하거나 덕을 상실할 수가 있습니다. 의인이로되 지나치면 의만을 주장하고 다른 모든 덕목을 소홀히 하는 것입니다.

신학교 시절 대 선배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힘이 있습니다. 영력(靈力), 지력(智力), 체력(體力), 덕력(德力)이 필요합니다. 목회자는 일반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여 지력을 함양함에 열심히 있습니다. 그리고 기도와 훈련을 통하여 영성을 개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자칫 소홀하기 쉬운 것이 체력관리와 덕성 함양이라고 하셨습니다. 선배 목사님은 후배 목회자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사실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말씀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님들이 자녀양육에서 애쓰는 부분이 잘 먹이고 공부 잘 시키는 것입니다. 체력과 지력(知力)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도 허점이 많습니다. 체력은 잘 먹이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운동과 휴식을 겸한 균형 잡힌 식생활로 관리해야 합니다. 지력도 학교만 좋은데 보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지식과 지혜는 많이 다릅니다. 지식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것이 지혜니까요. 지식은 많으나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 많습니다. 영력은 하나님과의 친밀함에서 얻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연구하고 묵상함으로써, 또 그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영력이 강화됩니다.

그러나 덕성 함양은 더 허술합니다. 지덕체(智德體)라고 하여 덕을 중시하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지혜였습니다. 그런데 덕인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기능적으로 유능한 사람만이 출세하는 듯이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가 됩니다. 덕력은 홀로 있을 때에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그 사람의 덕이 흘러나옵니다. 말에서도 행동에서도 덕성이 드러납니다.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에서 지식보다 체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덕입니다. 성경은 덕인이 됨에 대하여, 덕 세움의 삶에 대하여 많은 교훈을 줍니다.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지니라 (롬 15:2). 이러므로 우리가 화평의 일과 서로 덕을 세우는 일을 힘쓰나니 (롬 14:19). . . .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 (고전 8:1) . .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 .더하라 (벧후 1:5).

의롭게 사세요. 그러나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 마십시오. 덕을 세우는 일에 힘쓰세요.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의인이면서 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