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주간에는 늘 마음이 가라앉고,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실상 예수님의 부활 주일을 앞두고 있지만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성금요일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던 시간은 믿음을 가진 성도로서 평범하게 지내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무 죄가 없으시지만 우리들의 모든 죄를 몽땅 뒤집어쓰셨습니다. 죄인 중의 괴수가 되어 철저한 심판과 응징을 당한 것이 십자가의 죽음입니다. 그러니 믿고 용서받은 우리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이 사랑과 은혜를 깊이 묵상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의 삶과 마음 자세를 돌아보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금년은 특별히 더 슬프고 우울한 고난주간이었습니다.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사건 때문입니다. 수백 명의 고등학생들이 배 안에 갇힌 채로 침몰함으로 인해 온 국민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대부분16-17세의 꽃다운 나이의 청소년들이 수학 여행길에 참사를 당했습니다. 모든 상황에 안전 불감증과 부주의와 책임전가와 늦장대응 등 사람들의 실수가 너무 많아 재난이 더 큰 재앙이 되었습니다.
선장은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선원법에도 선장은 승객과 화물 등 모든 대피조치를 취하고 최후까지 배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되어있답니다. 그러나 그런 의연한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누가 그 영혼들을 위로할까요? 누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치료하고, 그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자꾸자꾸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젖고, 멍하게 앉아있게 됩니다. 모든 국민이 흘린 눈물과 한 숨을 누가 다 닦아 줄까요? 서로의 잘 잘못을 따지면서 정죄하고 비난하고 욕하고 분을 낸 그 상처는 어떻게 할까요? 저절로 주님을 부르게 됩니다. 배에 갇혀있는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해달라고 기도를 하다가도 절망하고, 절망하다가도 두 손을 모으기를 몇 번을 했는지요. 우리 성도님들도 다 저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선장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그리고 둘로스의 담임목사로서 나는 과연 그 선장과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하고 심히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선장이 키를 잡고 운항을 책임져야 할 중요한 시간에 제 자리에 없었습니다. 우리도 우리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다른 곳에 있을 때가 있지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때가 있지요. 책임을 져야할 때에 이를 회피한 때도 많았습니다. 내가 죽어야 할 자리에서 살아나왔던 때도 있었습니다. 내 탓입니다!하고 겸손해야 할 때에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강변하였습니다. 어쩌다가 내가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하니 괴롭습니다. 이 과정에서 희생당한 가족들과 성도들 때문에 한없이 미안하고,죄송합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선과 악이 공존합니다. 천사 같은 모습도 있고, 악마 같은 모습도 있습니다. 죄인으로 사는 동안에는 천사 같은 나는 맥을 못 추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선보다 악을 향해서 더 크게 기울어지는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주님, 이번 부활절에 내 안에 선한 본성이 부활하게 하소서! 하나님께서 아담 안에 심어주셨던 흠이나 점이나 티나 주름 잡힌 것이 없이, 온전히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그 아름다움을 살려주시옵소서!
주님은 우리에게 기도라는 은혜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처음 은혜를 받고 기도가 즐거웠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릎을 꿇고 부르짖었습니다.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고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에게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연약합니다. 깨어있어야 합니다. 원수들이 작심하고 불화살을 쏘아댑니다. 기도만이 이 시험을 이길 수 있는 영적인 민감성을 길러줍니다. 기도만이 다가오는 위험을 물리칠 능력을 줍니다. 그런데 어느덧 그 기도의 영성이 메마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주여, 우리 안에 기도의 영성과 열정을 부활시켜주시옵소서!
주님은 어둔 세상을 살아갈 때에 등불을 주셨습니다. 성경을 주신 것입니다. 구원을 얻게도 하시고, 의의 길로 인도하시고,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하시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우리 영은 말씀을 양식으로 삼기 때문에 늘 진리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내 길에 빛이요 등이 되는 말씀이 있으면 길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첫 사랑에 빠졌을 때 그 무엇보다도 말씀에 대한 사랑이 컸습니다. 주야로 성경을 붙들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세월에 그 감격과 열정이 식어졌습니다.그래서 기도합니다. 주요, 내 안에 진리를 사모하는 마음을 부활시켜주시옵소서!
잘나고 못난 사람이 아니라 구원받은 사람과 못 받은 사람이 관심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외모가 아니라 중심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잘 차려입은 사람, 학벌과 지위가 높은 사람을 우러르고, 없는 사람, 못 배운 사람, 낮은 사람에게 무관심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주여, 제 안에 중심을 보는 눈을 부활시켜주십시오. 영혼의 가치를 제일로 치는 영적 가치관을 부활시켜주십시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번 부활절에 여러분 안에 진정한 우리의 모습, 참 영성이 다시 살아나는 은혜를 받으세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Jesus is Risen!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