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난 주간에 플로리다 주 올란도에서 개최된 ABHE 67차 총회에 다녀왔습니다. 이 단체는 기독교대학 학력 인준기관입니다. 미국은 학교를 세우고, 자격을 인정하고, 학점을 교류하는 제도가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학교를 세웁니다. 학과와 학생모집 정원까지 모든 것을 정부에서 주도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훨씬 간단하게 학교를 세웁니다. 주정부에 신고하고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정부의 장학금이나 융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대학교를 졸업하고서 다른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처음 학교를 세울 때에는 다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학교가 발전하여 다른 학교들과 학점을 서로 인정하고,자격을 인정하려면 사설 학력인준단체를 통해서 자격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학생들이 주정부나 연방정부의 장학금과 학자금 융자의 혜택을 받고, 유학생을 유치하려면 반드시 이런 학력인준단체를 통해서 자격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성경대학, 신학대학교, 크리스천 대학교 등을 위한 단체가 ABHE(Association of Biblical Higher Education)입니다. 전국에서 약 200개 기독교 사립대학들이 이 단체를 통해서 인준을 받았습니다. 교수와 학생,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의 설립목적과 교육목표, 방법, 커리큘럼과 평가 방법까지 세세하게 점검하여 지원자 단계, 준회원 단계, 그리고 정회원 단계로 발전하고, 정회원이 되어도 5년마다 재평가를 받습니다. 한국 대학들은 교육부 감사가 무섭지만 미국 대학들은 이런 사설 인준기관의 감사를 무서워합니다. 이 기관의 감사결과에 따라서 정부의 각종 혜택을 받게 됩니다.
우리 교단 신학교인 미주성결대학교 (America Evangelical University)는 현재 ABHE의 준회원이고, 내년 2015년 2월 총회에서 정회원이 되기 위하여 학교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같은 성격의 단체이지만 신학대학원만을 위한 단체로 ATS(Association of Theological Seminaries)에는 지원자 단계이며, 금년 6월 총회에서 준회원이 될 것입니다.이런 자격을 갖추어 인준을 받으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확보해야합니다. 우리 교회가 이 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금요일 저녁 만찬에서 새로 정회원이 된 두 대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란 것은 한 학교가 1879년에 개교하여 지금까지 135년의 역사를 가진 훌륭한 학교였기 때문입니다. 이 대학교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그 긴 세월 동안 인재를 양성하던 학교가 시대가 바뀌어 다른 대학들과 교류하고, 인정을 받는 절차를 성실히 수행하여 정회원이 되었다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자부심도 있고, 자격도 갖추고 있었지만 객관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격을 따집니다. 결혼할 때도 신랑 신부의 자격을 따집니다. 학력도 좋아야 하고, 가문도 좋아야 하고, 직장도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이와 성격도 맞아야 합니다. 이런 수없이 많은 자격 조건을 따지고도 인정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족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여 좌절하고 비관하고 불행하게 살아갑니다. 직장을 구할 때에도 탁월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눈물 나는 노력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서 휴학하고 언어연수 등을 다녀오는 일이 보편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가격을 갖추었다고 해서 다 정당하게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자격을 갖추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잘 갖춘 사람이 있어서 취직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겠지요. 하지만 나보다 자격을 못 갖추었지만 인정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는 누가보아도 금메달을 받을 탁월한 경기를 펼쳤지만 심판들은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주었습니다. 세상은 그래서 항상 불공평합니다. 놀랍게도 갈라 쇼에서 김연아 선수는 국경과 전쟁과 갈등이 없는 하나의 세계를 꿈꾸는 노래에 맞춘 멋진 연기를 펼침으로서 온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나는 얼마나 자격을 갖추었나를 생각했습니다. 학교도 선수도 신랑과 신부도 자격을 따져 실망하고 좌절하고 때론 환희하는데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 얼마나 자격을 갖추었을까요? 천국에 들어갈 자격을 얼마나 잘 갖추었을까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천국에 들어가려면 죄가 전혀 없어야 합니다. 하나님처럼 거룩해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순결하고 성숙하여 하나님을 쏘옥 빼닮아야 합니다.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무자격자가 심판의 인정으로 금메달을 땁니다. 심판을 비난하고, 그렇게라도 금메달을 딴 것을 기뻐하는 선수를 조롱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오로지 예수님의 인정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인정을 받아 무자격자가 천국을 상속하게 되었습니다. 세상과 마귀는 이를 부당하다고 난리입니다.
세상에서는 항상 자격이 미달입니다. 하나님 안에서는 항상 인정을 받습니다. 세상은 우리를 비판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자격은 부족하나 인정은 넉넉히 받고 사는 것, 이것이 은혜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예수님처럼 말하고, 예수님처럼 행동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인정하고, 칭찬하며 살고자 발버둥을 칩니다. 이것이 신앙이고 경건이지요. 신학교가 세상의 인준기관의 요구조건을 갖추려고 노력하듯이 우리도 천국백성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기 위해서 쉬지 않고 정진합니다. 과분한 은혜 가운데 삽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