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London 올림픽 경기가 곧 폐막합니다. 먼저 일생을 걸고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여 자국에서 정상에 오른 선수들이 자기 나라의 명예를 걸고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에서 사투하는 모습은 한 경기 한 장면이 모두 감동이었습니다. 선수들에게 무한의 경의를 표하며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선수로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다는 것은 인생의 승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메달에 목을 걸고 목을 매고 연습에 연습을 더합니다. 부귀도 영화도 메달에서 나오니까요.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이 되었습니다. 어제까지 금메달 13개를 포함하여 스물일곱 개의 메달로 세계 5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피땀 흘린 노고의 결과이며,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국민들의 아낌없는 성원이 삼위일체가 되어 일구어내 쾌거입니다. 체조에서 금메달도 나오고, 축구 같은 구기 종목에서 동메달이 나왔습니다. 레슬링과 태권도와 양궁 등 주로 개인 경기에서 메달을 많이 따던 것과는 많이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운동선수들에게 무서운 첫 번째 복병은 부상입니다.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와 발목을 잡고 허리를 휘어 감고 나뒹구는 부상은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도 가차 없이 그 무서운 이빨로 사정없이 물어뜯었습니다. 한국에서 훈련 중에, 선발전에서, 그리고 올림픽 첫 경기에서 부상으로 물러난 선수들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부상으로 고생한 선수들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체력의 한계상황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훈련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승자가 되는 치열한 운동에서 부상은 무서운 적입니다.
두 번째 선수들의 적은 슬럼프입니다. 부상이 몸의 문제라면 슬럼프는 마음의 부상입니다. 의욕이 상실되고, 동기가 상실되고, 피곤하고 지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거슬러 싸워야 하는 무서운 적입니다. 그래서 정신훈련을 무섭게 하지 않으면 운동선수들은 소리 없이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고, 인생에서 낙오자가 됩니다. 오로지 운동만 하던 선수들이 부상이나 슬럼프로 물러나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세 번째 적은 국내외의 여론입니다. 지독한 훈련과 죽기 살기의 경기에서 살아남아 메달을 목에 거는 선수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관심과 지원과 칭찬이 쏟아집니다. 무명의 선수가 하루아침에 국민 영웅이 되고, 신이 되기도 합니다.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를 “마루의 신”이라고 부르더군요. 메달권에 든 선수에게는 과분한 찬사와 국민적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놓고, 조금 부진하면 교만해졌다느니 배가 불렀다느니 불성실하다느니 무섭고 잔인하게 매도합니다. 수영의 박선수, 여자 태권도의 황선수, 태권도의 이선수 등 여러 명의 선수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선수들의 컨디션이 계속 좋다고 해도 세계적인 경쟁에서 어떤 복병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메달권에서 밀렸다고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적 기대를 짊어지고 격려를 받았다고 해도 경기에서 항상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스포츠강국이 되었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아직 여론을 통해서 보이는 국민들은 걸맞은 성숙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선수들은 실상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들보다 수백 배 더 많은 선수들이 저변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느 광고에서처럼 사표를 쓰는 사람을 보면서 “취직이 되어야 사표도 써보지!”하는 것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는 선수들을 보면서 맞을 때 맞을망정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만 보았으면 좋겠다는 선수들이 그렇게 많은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전혀 국가적인 재정 지원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고생만하다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국민적 관심은 잘할 때에 칭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못할 때, 부상과 슬럼프로 나락에 떨어져서 허둥대고 있을 때에 더욱 따뜻한 격려와 도움을 베푸는 경지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축구 응원은 세계 스프츠계의 한 전설이 되어 확산되고 있답니다. 그런데 한국의 프로축구 경기는 항상 관중이 없어서 썰렁하고, 오직 월드컵 대회와 올림픽 같은 큰 국제 경기 때만 반짝한다고 어느 나라 외신에서 지적했습니다. 유명한 선수들도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내서 국가적인 관심을 받기까지는 오직 자기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며 가야합니다. 잘 할 때나 잘 못할 때나 지속적인 지원과 격려를 할 때에 성숙한 국민이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할 것은 아직도 한국은 스포츠가 엘리트 스포츠입니다. 모든 국민이 즐기는 국민 스포츠가 없고, 극히 일부 선수들만이 목숨을 걸고 운동을 합니다.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되려면 각 종목에 대한 고른 관심과 함께 각 종목마다 열성적인 지지자와 애호가가 넘쳐나야 합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성숙한 교회는 성도마다 성령 충만하고, 말씀대로 살고, 기도와 찬양과 예배에 헌신적이고, 전도에 매진합니다. 엘리트 신앙인들로 구성된 교회가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운동선수들 마냥 우리들도 부상을 조심하고, 슬럼프를 조심해야 합니다. 여론을 의식한 신앙보다는 오직 하나님 한 분을 목표삼고 묵묵히 달려가야 할 신앙의 경주를 합니다. 소위 시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숨겨져 있는 선수들, 이름도 없고 빛도 없는 선수들에게 더 깊고 진한 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넘어진 선수에게 멸시의 눈길보다는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어야겠습니다. 메달을 따지 못하였지만 여전히 한 나라의 국가를 대표하는 훌륭한 선수들을 귀하게 여기시기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늘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성숙한 여러분을 더욱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