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仙人掌)
선인장이 한데 어울려 군락을 이루었다.
온통 가시 천지였다.
험한 세월에 얼마나 모질게 맘먹고 살았을까?
부대끼며 받은 상처가 모두 가시가 되었나보다.
큰 잎에서 수많은 작은 잎이 돋아났지만
모두 가시 옷을 입고 있었다.
상처받은 부모에게서
상처받은 자녀들이 나왔나 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아팠으면
저렇게 가시 갑옷으로 온 몸을 감쌌을까?
아무도 오지 마라!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
나 혼자 잘 살것다!
억지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 같다.
외로움이 사무칠 때 고개 들어 두리번거리더니
살며시 수줍은 꽃 한 송이 피웠다.
진한 향기 뿜어 손짓을 해댔다.
그러나
가시에 막혀 아무도 오지 않는다.
숨넘어가듯 숨이 가빠
입을 크게 벌리고
붉은 색이 되었다.
벌 한 마리 날아왔다.
가시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인장 꽃 속에 풍덩 빠졌다.
아, 얼마나 행복할까? 일순간에 아픔과 슬픔과 상처가 다 낫는 것 같다.
꼭 날 찾아오신 예수님처럼
선인장 꽃에도 벌이 날아왔다.
황의정 목사2021.06.08. 엘에이 인근 감림산 기도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