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황의정 목사 0 3,038 2018.05.04 08:31

    느 날중국에 사는 한국인 변호사님 가족이 사무실에 찾아오셨습니다이 분은 한국에서의 변호사 생활을 청산하고 중국 연변에 땅을 크게 장만하여 농장을 하시는 분이셨습니다대화를 마치고 기도를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아내와 아들과 딸을 위해서 축복하고남편을 위해서 기도하는데 성령님의 감동을 따라 산과 같이 바위와 같이 견고하고 든든한 아버지로남편으로가장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칭찬해드렸습니다기도를 마치자 부인이 묻습니다. “목사님어떻게 아셨어요우리 아이들이 하나는 아버지를 바위라고 하고다른 아이는 산이라고 부릅니다!” 저도 사실 놀랐습니다후에 중국에 갔을 때에 그 가족이 연길까지 나와서 맛있는 점심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요우리 한국 아버지들은 미국의 아버지처럼 다정다감하고 친구 같은 아버지가 많지 않습니다훌륭한 선생님처럼 삶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신앙에 대하여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아버지도 많지 않습니다지금 미국에서는 아이들의 40%가 아버지가 없이 자란다고 하는데 아직 한국의 아버지들은 그렇게 무책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가끔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떠올립니다유치원 어린이가 그린 가족 그림에서 아버지가 없다든지누워서 잠을 자는 아버지, TV만 보고 계신 아버지늘 화만 내는 아버지. . . 그러나 과연 우리들의 아버지가 이 정도밖에 안될까요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요?

     아버지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잘 표현하지 않으십니다아니지요화를 내는 것은 잘 하시지만 아무 근심 없이 호탕하게 웃지를 않으십니다아무리 슬프고 힘든 일이 있어도 자녀들 앞에 눈물을 보이지 않으십니다한국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감성 표현을 경멸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어려서부터 남자는 우는 것 아니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자랐습니다유독 눈물이 많았던 제가 잘 압니다표현하지 않는다고 희로애락이 감소하거나 소멸하는 것이 아닙니다오히려 속으로 한이 되어 쌓여가지요한국 사람들이 술을 세계적으로 많이 마시는데 아마도 아버지들이 술기운을 빌어서 쌓인 한을 풀기 때문일 것입니다평소에 전혀 말이 없던 샌님 같은 아버지도 술에 취하면 술술 실타래 풀리듯이 이야기를 하십니다음정과 박자가 틀려도 늘어지게 한 곡조 뽑으시는 것도 술이 거나하실 때에 보여주시는 아버지의 여유입니다.아버지를 어떤 사람입니까?

     아버지를 묵상하면서 떠오른 이미지가 있습니다방파제(防波堤)입니다바닷가에 파도를 막아 가옥과 농지를 보호하도록 만들어 놓은 제방입니다아무 말이 없습니다자신을 뽐내는 멋진 자태도 없습니다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으로 항상 거기 있습니다철부지들은 그 위에서 뛰어 놀지만 그 방파제가 있어서 큰 파도가 밀려와도 태풍이 불어도 물을 막아준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어린 시절 아버지 추억에 아버지의 목마가 있습니다시장에 갈 때추석 성묘 길에동네 잔칫집에 다녀올 때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앉아 아버지 머리를 감싸 쥐고 아버지 걸음대로 출렁거리며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아래로 동생이 둘이나 있었기에 아버지의 목마와 넓은 등은 제 차지가 되기 어려웠습니다그러나 아버지 등에 업혀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려대며 침을 흘리며 자던 잠은 정말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행복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입니까어느 섬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보았습니다바다를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습니다거친 바람을 막기 위해서 심어놓은 방풍림(防風林)이었습니다험한 세파를 당당하게 온 몸으로 막아주는 방풍림바로 그것이 아버지입니다몸을 향해 부는 바람마음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그리고 영혼을 침식하려고 휘몰아치는 바람을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주는 것입니다견디다 못해 뿌리가 뽑히기도 하고허리가 부러지기도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바람막이가 아버지입니다특별히 해방 이후에 세계에서 가장 어지러운 속도로 변화한 한국의 아버지들은 정말 정신없이 사셨습니다.

     감성시대가 되어 다정한 아버지신세대가 되어 친구 같은 아버지를 찾을 때에 우리들의 아버지는 기가 죽습니다물질만능의 시대가 되어 모든 것을 경제적인 성공의 척도로 판단하니 서민으로 사는 아버지는 기가 죽습니다파도를 막고 바람을 막다가 지쳐서 큰 소리라도 치고분에 섞인 매라도 들었다 치면 여지없이 상처를 준 몹쓸 아버지로 정죄 받는 초라한 아버지가 됩니다함께 놀아주지 못한 아버지인정과 칭찬의 말을 해주지 못한 아버지선물도 안 사주신 아버지안아주지도 않으시고볼을 쓰다듬어주시거나 손을 잡고 산보를 못해주신 아버지무엇을 사주시겠다어디를 함께 가겠다던 약속을 어긴 아버지. . . 이 모든 것은 아버지들의 죄목입니다또 할아버지의 죄목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모르고아버지를 오해하고아버지를 원망하고 살다가 아버지가 무엇인지를 조금 알 것 같은데 벌써 제가 아버지로서의 황금기를 지나가고 있습니다철없이 살아온 아버지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한 아버지자녀들에게 아버지를 잘 이해시키지도 못한 아버지. . . 아버지는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나도 산과 같고 바위와 같은 아버지였습니다방파제 같고방풍림 같은 아버지였습니다그런데 이것으로는 부족했음을 절감합니다이제라도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모든 아버지의 아버지 하나님우리 아버지들을 도와주세요아무리 둘러봐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외에는 어디 손 내밀 곳이 없습니다!



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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