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식당에서 나오는데 주차장에서 일하는 멕시코인 서너 사람이 둘러앉아서 박장대소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낯이 설어서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곧 얼마 만에 이런 큰 웃음소리를 들어보나 생각이 들면서 씩 웃었지요. 차를 몰고 돌아 나오면서 그들과 눈이 마주쳤는데 만면에 웃음 띤 얼굴로 인사를 합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근래에 저는 웃음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웃음에 대한 글들을 보면 꼭 스크랩을 합니다. 엊그제는 신문에 웃음과 유머에 대한 글이 세 개나 실렸습니다. 저는 큰 수확을 얻은 셈입니다.
사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지금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것이 의학 전문지에 처음으로 실린 것은 1976년 12월호의 “뉴잉글랜드 저널 어브 메디신”랍니다. 강직성 척수염(목뼈와 허리뼈가 달라붙어 로봇처럼 뻣뻣해지는 병)을 앓던 환자가 우연히 코미디 영화를 보고 통증을 잊을 수 있었던 경험에서 시작된 체험 이야기를 실은 것입니다. 그리고 “웃음 요법에 관한 국제 학술회의”가 1998년에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되었답니다. 웃으면 엔돌핀(통증을 없애주는 호르몬)이 다량으로 분비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혈액 순환을 도와주며, 백혈구 생성을 촉진한다는 등의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종교성은 우울하고 무겁고 엄숙합니다. 유교가 그렇고 불교가 그랬습니다. 스님의 웃는 얼굴이나, 회초리 없는 훈장님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교회는 예배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종종 이야기꺼리가 되곤 합니다. 한 번은 외국인이 한국 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에 “왜 한국의 신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예배를 드리냐?”고 물었습니다. 궁색해진 목사님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깊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러자 “부활하신 예수님은 안 생각하나요?”하더랍니다.
예수님을 생각하면 항상 십자가를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웃음이나 유머를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고난당하시는 모습만을 생각하는 것은 예수님을 크게 오해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기쁨과 감격을 몰고 다니신 분입니다. 문둥병자가 고침을 받고, 중풍 병자가 일어납니다. 앉은뱅이가 일어나 걷고 뛰며, 18년 동안 피를 흘리던 여인이 고침을 받았습니다. 목석이 아니라면 기쁨과 웃음과 감격 없이 그 현장에 있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요한복음 11:35]에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는 구절도 곧 이어서 살아날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웃음을 선물하신 분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웃음과 기쁨과 감격의 보고(寶庫)이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성격적으로 매우 과격하고 심각한 분이셨습니다. 바리새인이었고, 하나님을 섬기는 자세가 너무 진지하여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핍박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예수님을 만난 뒤에는 기쁨과 웃음의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살전 5:16)고 하신 분이시고, 빌립보서에서는 기쁨과 기뻐하라는 말을 열 번 이상 합니다. 감옥에 갇혀있으면서 쓴 편지에서도 그는 기쁨을 이기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위대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장면입니다.
어떤 이는 “웃을 일이 있어야지 웃지요!”합니다. 그러나 웃지 못 할 일이 아니면 웃는다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서 웃음으로 상황을 극복하고, 사태를 장악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웃음은 참으로 우리를 여유롭게 만들고, 웃음을 웃고 나면 창조적이 됩니다. 기독교가 가르치는 웃음은 고난 없이 형통할 때의 웃음이 아닙니다. 현실 도피 방편으로서의 웃음이 아닙니다. 무기력하게 웃음으로써 현실에 굴복하는 비굴한 웃음이 아닙니다. 고난 중에도, 환난 중에도,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웃는 것입니다. 이는 진정 강자의 웃음입니다. 승리자의 웃음입니다. 모든 상황이 마지막이 아니며, 최후 상황에서는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가 승자라는 확신에서 웃는 것입니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텔레비전 프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훨씬 이전에 성경에서 “항상 기뻐하라!”고 하셨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십자가에 기초합니다. 그러나 부활없는 십자가는 무의미합니다. 부활을 믿는 신앙으로 우리는 오늘도 웃으며 삽니다. 슬픈 예수님보다 기뻐하시는 예수님을 더 알아 가시기 바랍니다. 주님과 함께 많이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옵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