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부부의 패러다임(Paradigm)

사이트관리자 0 794 05.19 01:08

부부의 패러다임(Paradigm)

 

어느 어머니가 오랜만에 자녀들 집을 방문했습니다. 먼저 딸네 집에 가서 며칠을 머물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친절하고 싹싹한 사위가 부엌에 들어가서 딸을 거들어주는 모습이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물도 좋고, 돈도 잘 벌고, 집안도 좋아서 사위로 맞이할 때부터 만족스러웠지만 이 정도로 딸에게 자상하게 잘해 줄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요즘 아이들은 다르구나! 생각하였습니다. 흡족한 마음으로 옆 동네에 사는 아들네에 들렸는데 어머니의 마음이 형편없이 구겨졌습니다. 아들 녀석이 칠칠하지 못하게 부엌에 들어가서 앞치마 두르고 요리를 돕고, 식후에 설거지하는데 속이 상해서 밥맛이 사라졌습니다. 내가 어떻게 기른 아들인데 집에서까지 부엌데기를 만들었나 생각하니 2대 독자 외아들에게 시집와서 두 아들을 낳아준 며느리지만 미웠습니다.

 

오래전에 어느 나라에서 가정이란 무엇인가하는 가정의 정의를 공모했답니다. 재밌게도 1등에 당선된 것은 이 세상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으면서도 불평이 제일 많은 곳이었습니다. 정말 공감이 갑니다. 불평만 많은 곳이 아니라 가장 귀하게 대접받으면서 가장 무례하게 행동하는 곳이고, 가장 사랑받으면서 미움이 가장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장 보호받으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곳이지요. 가정에서 행동하듯이 밖에 나가서 행동하면 살인납니다! 왜 사람들은 가정에서 가장 무례하고, 가장 잔인(?)하고, 가장 몰염치하게 행동할까요?


람들의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의 패러다임에 근거합니다. 패러다임이란 사고의 틀, 생각의 틀입니다. 가치관과 신앙과 성품을 반영한 내면의 모습이면서 말과 행동을 주장하는 기준입니다. 사람이 행복하고 불행하게 느끼는 것도 이 패러다임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자기 패러다임이 용인되면 행복하고 만족스럽지만 자기 패러다임이 거부당하거나 무시당하면 모독 감을 느낍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와 비슷한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이고, 내가 싫어하고 밥맛없어하는 사람은 나의 패러다임과 충돌하는 사람입니다. 위에 나오는 어머니는 2중적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은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전통적 패러다임입니다. 하지만 사위의 경우 딸을 도와주는 것을 보고 좋아합니다. 전통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사위와 동일한 행동을 하자 이전의 패러다임이 나타나서 불쾌하게 된 것입니다. 어정쩡하게 변한 패러다임이지요. 사람이 진정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바로 이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남편들의 가정에 관한 패러다임은 무엇일까요? 가장인 내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곳이다. 가족들은 무조건 내 의견에 따라야 한다. 나는 가족들을 위해서 밖에서 열심히 일하니까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하고 쉬어야 한다. 밖의 일로 너무 피곤하니까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 밖에서 고분고분하고 자존심 다 내려놓고 고생했으니 집에서는 제왕처럼 명령하고 고함을 쳐도 된다. 자식 교육은 아내 책임이다. 아마 전통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이런 패러다임을 가진 남편들이 많을 것입니다. 결혼 초에는 아내들이 잘 참아주다가 중년이 되어 몸도 마음도 병이 들게 되면 반항하게 되고, 급기야는 이혼을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남편들은 이런 위기가 와도 그 진짜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답답한 노릇이지요.

아내들은 어떤 패러다임을 가지고 살까요? 살림만 하는 아내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도 집에서 일이 많다. 새벽부터 일어나 밥하고 빨래하고 자녀들 돌보고, 청소하고 밤늦게까지 쉴 틈이 없다. 너무 일이 많다. 그러니까 남편이 집에 오면 가사에 협조해야 한다. 나도 너무 피곤하니까 주말에는 남편들이 아이들을 돌보아주어 나를 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남편은 온종일 사람들 속에서 살지만 나는 너무 외롭다. 종일 남편 귀가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남편은 퇴근하면 나를 위로해주고, 나하고 대화해주어야 한다. 헛된 기대로구나! 내가 일찍 포기해야지! 숱한 좌절에 이런 생각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생각이 변화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갈등과 실망으로 사랑이 식어가고, 삶이 고달파지겠지요.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내가 이 세상에서 선택한 단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내 사명이다. 이 사람을 섬김으로 나는 온 세상을 섬기는 것이다. 가장 품위 있게 대하고, 가장 인내하고, 가장 아름다운 말로 대화하고, 이 사람을 위해서 죽는다! 매일 매일의 삶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고, 제일 나중에 만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고, 이 사람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고, 이 사람의 이상이 나의 이상이다. 나는 모든 말을 들어준다. 나는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 나는 모든 경우에 이 사람을 위한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할 사명 자다.

 

예수님은 교회를 위해 돌아가셨듯이 남편들도 아내를 그렇게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교회가 예수님께 복종하듯 남편에게 그리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남편과 아내의 패러다임의 기본입니다. 무엇을 더 말하겠습니까? 다만 이에 이르지 못함을 한탄하며 앓는 소리 내어 기도할 뿐입니다. 주여, 사랑하게 하소서! 주여, 섬기게 하소서! 주님께서 보여주신 대로 살게 하소서! 아멘!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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