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잃어버린 자전거 이야기

황의정 목사 0 11,652 2018.04.28 07:44

고등학교 때 일입니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학교에 갔습니다. 대학교 교수 연구실이 직장이었지요. 처음에는 학교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교수님들과 한 버스를 타는 것도 쑥스럽고, 그렇다고 대학생들과 함께 학생버스 타는 것은 왠지 창피하고 해서 결심하고 자전거를 샀습니다. 75년경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빨간 색의 멋진 새 자전거를 30,000원에 샀습니다. 월급을 받아서 매월 3,000원씩 주기로 하고 소위 월부로 샀습니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요. 학교 가는 길이 멀어서 3-40분을 타고 갔지만 조금도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학교가 있어서 내려서 끌고 가야 했지만 그래도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갈 때는 내려가는 길이 정말 시원하고 상쾌하거든요. 헌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학생들을 흘끗흘끗 바라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으쓱한 마음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한 열흘 쯤 지났습니다. 저녁에 수업을 마치고, 청소를 다 하고, 자전거 세워둔 곳으로 기분 좋게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내 자전거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습니다. 수많은 자전거가 빼곡히 서 있는데, 제 자전거만 없어졌습니다. 다리에 힘이 쑥 빠졌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 갈 때까지 서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새 자전건데. 아직 월부를 아홉 달이나 부어야 하는데. . .

그 날 이후에 저는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지나가는 빨간 자전거는 모두 제 것으로 보였습니다. 세워둔 빨간 자전거도 모두 제 것이었습니다. 길가에, 가게 앞에 세워둔 빨간 자전거에 가까이 가서 찬찬히 살펴보기를 여러 번 했지만 분명히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확실하게 표시해 놓지 못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을 의심하면서 몇 달을 보낸 것 같습니다. 이대로 의심하면서 미워하면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온 세상이 자전거 도둑으로 보이니 제 맘이 불편하고 괴로워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달리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내 자전거 훔쳐간 사람을 용서하자. 그리고 그를 축복하자. \"하나님, 제 자전거 훔쳐간 사람을 용서합니다. 그리고 부자가 되게 해 주세요. 그래야 다시는 남의 것 훔치지 않고 살지 않겠습니까?\"

그 날 이후 저는 자유로웠습니다. 자전거 타고 가던 길, 버스 타고 가던 길이 다시 제게 말을 걸어오더군요. 월부를 부으면서도 미운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다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일을 경험하고 삽니다. 좋은 일도 있지만 생각도 하기 싫은 불쾌한 일도 많습니다. 분노와 증오, 원망과 자책을 일으키는 사건들도 많습니다. 이런 일들은 무의식 속에 남아있습니다. 자기도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때가 많습니다. 자기 일이 아닌데도 흥분하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그만 일인데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존심을 조금만 상해도 체면이나 예의를 다 팽개치고 소리소리 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일에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것을 지나치게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 배후에는 쓴 뿌리가 된 경험들이 숨어있습니다. 어려서 무시를 많이 당하고 산 사람들은 성인이 된 뒤에 무시당하는 것을 못 참습니다. 음식을 탐하는 사람, 옷에 집착이 강한 사람, 외모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 부부나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모두 과거 경험의 피해자들입니다. 쓴 뿌리가 나서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더럽게 할까 두렵다고 하셨습니다 [히 12:15].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바로 쓴 뿌리입니다.

저는 자전거를 잃어버렸지만 마음에 쓴 뿌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훔쳐간 사람을 용서하고, 축복함으로써 마음에 품지 않고 자유로워졌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축복하시기 바랍니다. 용서하는 생활! 우리 성도들의 가장 아름다운 한 모습입니다. 과거의 상처를 자꾸 말하지 마세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예수님께 말씀드리세요. “예수님, 아무개가 제게 이런 상처를 주었습니다. 오늘 제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용서합니다. 또 제가 미워하고 복수심을 품었던 것을 회개합니다!”용서와 회개, 이 두 단어가 여러분을 해방하는 열쇠가 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