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자녀의 진로(進路) 지도하기

황의정 목사 0 12,350 2018.04.28 07:43

졸업과 진학의 계절입니다. 주일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어린이도 있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청소년도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니까 직업 선택이 당면 과제가 되지만 실상을 대학 진학 때, 또는 전공을 바꾸는 1-2학년 때가 중요합니다. 이런 때에 학생 자신들과 부모님들은 장래의 직업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됩니다.
청소년들이 부모님과 장래 희망에 대하여 나누는 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만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좌절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의 장래에 대한 원대한 포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려고 보면 아이들이 너무도 시시한 꿈을 갖고 있거나 너무 허황된 생각을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아예 미래를 고민하지 않고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럴 때 부모님의 마음은 답답하고, 때론 절망합니다.

한 번은 고등학생들 수련회에 강사로 갔었습니다. 미래에 대하여, 직업에 대하여 말을 하면서 부모님과 대화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더니 대뜸 한 여학생이 말합니다. “우리 부모님은 무엇이든지 제가 원하는 것을 하라고 하세요. 그래서 고민 끝에 하나를 선택하여 이런 직업은 어떻겠느냐고 물어보면 그것은 안 된다고 하시지요. 또 다른 것을 선택하여 여쭈어 보면 또 그것만은 안 된다고 하십니다. 결국은 부모님 마음에 있는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할 때까지 오케이를 안 하십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예 부모님이 뭘 원하시는지 물어보는 것이 상책입니다!”자녀들도 좌절하고 있습니다. 혹시 “내 얘기하고 있구나!”싶은 분은 반성해야 합니다. 부모님의 생각을 고정시켜놓고 대화를 하자고 하는 것은 속이는 것이지요. 대화는 열린 마음으로 해야 하잖아요? 자녀의 일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안 된다면 불행한 일이지요.

저희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학생 대표 연설을 할 때였습니다. 뜻 밖에도 아버지하고 나눈 진로 대화를 소개하면서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것입니다. 장래 직업이 한 달 간격으로, 일주일 간격으로, 그렇게 수없이 변화하였지만 그 때마다 좋은 생각이라면서 그 직업에 대하여 더 연구해보고 최종 결정을 하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큰 아이는 의사, 변호사, 통계 전문가, 경제인 등 유명한 직업을 다 섭렵했습니다. 왜 그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었지요. 뜻밖에도 많은 친구들이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제대로 대화를 못해서 힘들어하였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그렇게 해서 경제학과에 들어갔지요. 하지만 1학년이 마치고 언어학과 일본어 전공으로 바꾸어 금년 12월에 졸업하게 됩니다. 아직도 변화의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입니다.

부모로서 자녀들과 진로 문제로 대화할 때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직업은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으로 받아야 하는 신성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아이에게 주신 은사와 재능이 있고, 성격을 결정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으신 분의 뜻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둘째,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표준 직업 분류에 의해서 약 12,000가지의 직업이 있으며, 미국은 21,000, 일본은 36,000, 그리고 영국은 46,000 종류의 직업이 분류되어 있습니다. 1970년에 우리나라 직업이 1,300여 종이었고, 1986년에 10,000가지가 되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이 발전하고 세분화 되면서 직업의 종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직업의 25%는 25년 전에는 없던 것이랍니다. 또 2,000년대에는 20세기 후반의 직업 52%-70%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부모는 구세대 사람입니다. 자녀들의 세계는 자녀들에게도 현기증이 날만큼 급변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특정 직업을 강요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고 무모한 일입니다. 세 번째로 기억할 것은 자녀들의 인생은 결국 자녀들이 살아야 합니다. 부모가 대신할 수 없는 절대 영역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첫째는 직업윤리와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업은 생계의 수단이지만 자아실현의 방편이고 하나님의 소명 성취의 수단도 됩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만족, 성장, 그리고 섬김을 위한 직업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는 자녀를 신뢰하여야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기꺼이 선택하도록 밀어주셔야 합니다. 손오공이 뛰어봐야 삼장법사의 손바닥 안에 있듯이 하나님 손을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는 기도할 일입니다. 무더운 여름날에 자녀와 함께 도란도란 대화를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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