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아버지는 누구인가?

황의정 목사 0 11,864 2018.04.28 07:37

아버지! 지난 해 6월, 어머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을 때에 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저 지난 주에 뵈었습니다. 혈색도, 거동도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모시고 사는 셋째 형님 내외분께 감사도 하고, 또 부럽기도 했습니다. 뜬금없이 새벽에 전화하여 보고 싶다고, 언제 오냐고 하시던 아버지입니다. 무섭고, 엄하고, 어렵던 아버지는 온데간데없고, 난생 처음 아들에게 용돈을 달라시는 모습에 코끝을 시큰둥하게 하는 85세의 노인이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누구인가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누구인가?

이명랑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일어나 바삐 달려가는 장소(그 곳을 직장이라고 한다)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 끝없는 일, 직장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진,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로는 웃고 있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문을 쳐다본다.

아버지가 가장 기뻐할 때는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 듯한 교훈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서는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갖고 있다.

아버지는 곧잘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 까닭은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제발 나를 닮지 말았으면’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판단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에 대한 판단은,

4세 때 - 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7세 때 - 아빠는 정말 아는 것이 많다.

8세 때 - 아빠와 선생님 중 누가 더 높을까.

12세 때 - 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아.

25세 때 -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미 갔습니다.

30세 때 - 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40세 때 - 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50세 때 -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셨어.

60세 때 -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꼭 조언을 들었을 텐테......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진,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우기도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큰 이름이다.


요즘 아버지는 더욱 초라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민 생활의 아버지는 더욱 왜소해진 느낌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넓은 마당이고 큰 산입니다. 아버지 여러분, 힘내세요.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자기와 함께 “아버지!\"라는 칭호를 사용하도록 허락한 사람입니다. 아버지되어 아버지가 어려운 자리임을 깨달아가는 것이 아버지지요. 하나님, 이 땅의 아버지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아버지 없이는 아버지하기 어렵습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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