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소풍과 야외 예배

황의정 목사 0 11,201 2018.04.28 07:35

소풍!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초등학교(옛날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다시없는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일단은 공부를 안 해서 좋고, 다음에는 과자, 사탕, 사이다, 삶은 계란, 김밥, 그리고 용돈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은 배추 잎사귀 (100원짜리) 한 장을 받아오고, 가난한 집 아이들은 별 볼일 없지만 그래도 정성스레 싸주시는 도시락은 그 해에 먹어본 최고의 외식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장기 자랑 시간이 기대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깊은 산골에 살던 저는 소풍이나 되어야 물이 좀 많이 흘러서 소위 강이라고 부르는 데를 가 보았습니다. 이웃 동네라고 해도 좀처럼 구경 갈 일이 없었던 시절에 소풍이야말로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행사였습니다. 어떤 엄마들은 선생님께 드리라고 계란 한 줄도 따로 삶아 주시고, 예쁜 찬합에 도시락을 싸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가난한 엄마들은 도시락 준비가 버거워서 “왠 놈의 소풍은 이렇게 자주 가냐? 공부나 시키지 않고. . . ”볼멘 소리를 하시지만 우리는 아예“소풍 없으면 학교 안다닐 거야! 주의”였으니까요.


제가 아마 3학년이나 4학년 시절이었을 것입니다. 소풍날이 되었는데 아침부터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2살 더 많은 형이 용돈 조금 준다고 학교를 안가겠다고 버티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적었습니다. 사이다 한 병, 눈알사탕 한 알이면 동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어려운 살림에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그 때는 알 길고, 알려는 마음도 없던 철부지 둘이서 울고 서있었습니다. 저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화난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끔찍한 자식 사랑에 혼자는 우셔도 눈물을 보이시지 않고, 미안해 하시면서도 항상 다정하셨습니다. 그 어머님의 눈을 보면서 저는 학교를 향했습니다. 작은 형은 자기 용돈을 내게 주면서 “너나 다 써라!”합니다. 끝내 형은 소풍을 안 갔습니다. 철부지 의정이는 형의 용돈까지 다 까먹고 맨손으로 덜렁덜렁 집에 왔습니다. 눈이 빠져라 하고 하루 종일 기다렸을 형에게 알사탕 하나는 남겨주었어야 하는데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합니다. 그 때는 단 것이 그렇게 좋았거든요. 그렇죠?


소풍은 왜 가지요? 선생님은 그냥 언제 어디로 소풍 간다고 하면 좀 전에 눈물이 쏘옥 빠지게 혼이 났어도 금방 환호성을 올리던 우리였습니다. 선생님은 소풍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유익이 있으며, 어떤 자세로 소풍을 가야하는지 잘 가르쳐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아니, 제가 기억을 못하는 것이겠지요? 사실 소풍은 놀러가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네모난 교실에서 칸막이 없는 대 자연으로, 물가 교실, 백사장 교실, 계곡 교실로 옮긴 것입니다.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배우는 가장 교육적인 날이었습니다. 냇가에서 교과서에나 보던 차돌을 줍고, 조개껍질을 줍습니다. 막대기 들고 간수처럼 복도를 다니시던 선생님들의 인자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 날입니다. 선생님들끼리 농담하고 즐기시는 모습을 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어쩜 의미 있게 놀아보는 몇 날 중의 하루였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가 두 번째 야외 예배를 갑니다. 제가 야외 예배를 왜 가는지 말씀드린 기억이 없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교회당에서 예배 안 드리고, 들로 나가는 날입니다. 공부하기 싫은 아이처럼 예배가 답답하여 즐거워하는 그런 날은 아니시겠지요? 학생의 공부처럼 우리는 하나님을 예배합니다. 그런데 소풍은 벽이 없는 넓고 큰 곳에서 예배합니다. 지붕이 없어서 우리를 아버지께서 더 잘 보시는 곳에서 예배합니다. 성도가 모이면 교회이고, 성도들이 예배하는 곳이 예배당입니다. 그러니까 야외예배는 예배 처소의 확장입니다. 구역 예배로 가정을 교회당 만들고, 야외예배로 산과 들과 강을 예배당을 만듭니다. 우리를 만나러 비좁고 천정 낮은 예배당에 오시던 예수님은 오늘 넓은 곳에서 우리를 만나주십니다. 크신 하나님께 어울리는 참 예배당입니다. 설교가 없어도 말씀이 들리는 예배당, 찬양이 없어도 찬양이 넘치는 예배당, 아무 말 안 해도 기도가 절로 드려지는 신기한 예배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 수준의 훌륭한 예배당에 왔습니다. 할렐루야!!!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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