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내적치유 체험기 6. 선생님이 어려워요

황의정 목사 0 11,325 2018.04.21 09:52

풀러 신학교에서 석사 과정 공부할 때입니다. 교수님께서 박사 과정에 들어가 공부하기 원하는 사람은 지도 교수를 잘 만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자격 조건을 갖추어도 입학 사정에서 “이 학생은 내가 지도하겠습니다!”하는 교수가 없으면 박사과정에 들어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교단 선교회의 갱신과 선교 지도자 개발을 위한 제도를 연구할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로버트 클린턴 박사님의 “역동적 갱신의 이론과 실제”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이 분의 지도를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철저하게 예습과 복습을 하고, 창의적이고 인상적인 질문을 하려고 준비를 하였습니다. 몇 번의 칭찬을 들으면서 교수님의 눈도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교수님을 찾아가서 상의 드려야 할 때가 되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야 겨우 찾아갔습니다. 긴장이 되었지만 막상 교수님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저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석사학위 논문 계획서를 보시고 만족해하시면서 박사 과정에서는 이러이러한 주제로 연구를 하도록 하라고 친절하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박사 과정 입학 보증을 받은 것입니다. 

선교학 박사 과정은 지도교수 몇 분들과 함께 개인적으로 연구하여 소논문 6편과 방법론 소고 2편을 쓰고, 마지막에 학위 논문을 쓰기 때문에 교수님을 수시로 찾아가서 지도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각 교수님을 딱 2번씩만 찾아뵈었습니다. 처음 과목을 등록하고 논문 내용과 목차를 승인받을 때와 논문을 다 써서 제출할 때뿐이었습니다. 더 자주 찾아뵙고 지도를 받아야하는데 왜 그렇게 교수님을 찾아가기가 어려운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매번 얼마나 긴장이 되고 떨리는지 차일피일 하다가 시간을 많이 낭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부터 내가 선생님 찾아뵙기를 힘들어했나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고 하여 갔던 기억이 났습니다. 옆에 서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의정아, 편히 서라. 여기가 군대냐?”하시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군인처럼 부동자세로 긴장하여 서있었던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기독학생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학도호국단 중대장(당시의 총학생회장)도 하였지만 선생님들과 접촉은 최소로 하였던 기억이 났습니다. 선생님이 어려웠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선생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5, 6학년 담임이셨던 한대희 선생님은 저를 포함한 세 명에게 별명을 지어 부르시고, 시험지에도 항상 그 별명을 쓰도록 하셨습니다. 김대장은 해군 사관학교로, 박박사는 수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저는 국회의원이 되라고 황의원이라 부르셨습니다. 제게 웅변을 가르쳐 주셨고, 5학년 때는 전교 어린이 부회장이 되도록 도와주셨던 분입니다. 도서관 열쇠를 주시면서 독서를 격려하신 분도 바로 이 선생님이셨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제가 중학교에 진학할 때에 중학교로 오셨습니다. 영어와 국어를 가르치셨습니다. 어느 날 제 질문에 “그런 것도 모르냐?”하시면서 대답을 안 해주셨습니다. 섭섭한 마음에 아버님과 작은 아버님(당시 예비군 중대장)께 말씀드렸는데 작은 아버님께서 교장선생님께 항의를 하신 것입니다. 교장선생님은 전체 교사들에게 말씀하시고, 또 조회시간에 전체 학생들 앞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제 이름을 밝힌 것은 아닙니다만 1주일 후에 한선생님께서 저를 숙직실로 부르셨습니다. 사실을 확인하신 뒤에 아무 말씀 없이 담배만 몇 대를 피우시면서 한숨만 푹푹 쉬셨습니다. 그 때 이후로 저는 선생님들을 어려워하고 멀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죄책감에 주눅이 드는 것입니다. 

교수가 되어 전도사님, 목사님, 선교사님들에게 강의를 하는데 꼭 찾아와서 도움 받아야 할 분들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자주 격려하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참 많구나 생각합니다. 목사님을 찾아와서 상의하고 기꺼이 도움을 청하는 분들도 의외로 적습니다. 유교적 배경으로 어른을 어려워하는 것과 함께 상처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친구라고 하셨습니다. 편하고 즐거운 관계지요. 우리가 서로 의지하고 돕고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저와 같은 면이 있다면 예수님 안에서 용기를 내세요.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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