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내적치유 체험기 5. 글쓰기가 어려워요

황의정 목사 0 1,453 2018.04.21 09:51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제가 학교 예배의 성가대원도 하고, 기독학생회 활동도 활발하게 참여하던 때입니다. 기독학생회에서 회지를 발간한다고 하면서 제게 시를 한 편 써서 내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가끔 시상이 떠오르기도 했었건만 막상 부탁을 받고나니 전혀 생각이 안날뿐만 아니라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결국 끙끙 앓다가 어찌어찌해서 말도 안 되는 것을 시라고 적어냈고, 끝내 실리지 못했습니다. 
그 때 저는 글쓰기를 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일기도 안 쓰고, 어떤 글짓기 대회에도 출품하지 않았다는 기억이 났습니다. 후에 대학에 진학하여 보고서 쓸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을 치면 참 좋겠는데 어떤 교수님들은 꼭 보고서를 내라고 합니다. 저는 머릿속에는 논리 정연하게 생각이 있는데, 말로 하라면 식은 죽 먹기인데 왠지 글로 써서 내라고 하면 모든 것이 얼어붙는 것입니다. 

제대하고 교육전도사로 일할 때 대학부 학생들이 제게 글을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또 대학부 회지에 실을 글입니다. 마감일을 넘기면서 겨우겨우 짧은 글을 써주었는데 너무도 힘이 들고,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많습니다. 손님 모시기, 기마전, 풍선 터뜨리기, 100m 달리기 등과 함께 맛있는 도시락을 먹었던 운동회, 알사탕과 칠성 사이다를 먹을 수 있었던 소풍, 교내 노래 자랑, 웅변대회, 그리고 수학여행 등이 있습니다. 

저는 원래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발표력이 좋고, 공부도 잘하는 소위 똑똑한 아이였습니다. 운동하고 그림 그리기만 빼고는 다 웬만큼 했었습니다. 위로 형들이 2년 터울로 학교를 같이 다니면서 다들 공부를 잘하였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집안 아이들로 소문이 났었습니다. 제가 책 읽기를 좋아해서 5-6학년 담임선생님은 제게 학교 도서관 열쇠를 주셨습니다. 아무 때나 들어가서 책을 읽고, 마음대로 집에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것입니다. 대체로 학교생활을 즐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제게는 아픔으로 남아있는 한 가지 행사가 있습니다. 그것은 교내 백일장이었습니다. 전교생이 글짓기를 하여 제출하면 잘 된 글을 뽑아서 상을 주던 그런 행사였습니다. 아마 3학년이나 4학년 때로 기억이 됩니다. 시 한편을 지어 제출했는데 가작 상을 받았습니다. 그 대회에서 형은 전교에서 최고상인 장원을 했습니다. 저는 형이 장원이고 나는 가작이니까 기분이 좋았지요.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서 형이 제 시를 보자고 하여 선뜻 내주었습니다. 한 번 쭉 읽어보더니 종이를 홱 던지면서 “이런 것을 시라고 썼냐?”하는 것입니다. 이리저리 날아가는 종이를 잡으러 뛰어가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같이 가던 친구들 얼굴보기가 너무도 창피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글을 쓰지도 않고, 혹시 써도 아무에게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목회자가 되어 수없이 설교문을 썼습니다. 토씨 하나까지 완벽하게 원고 쓰기를 수년을 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설교 원고를 보여 달라고 하면 주저하고, 핑계하면서 피했습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성도들에게 매주 목회서신을 쓰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제가 이를 극복하게 해달라고 많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형을 용서도 하고, 사슬이 된 그 말의 권세도 깨뜨리는 기도를 했습니다. 앞으로 책을 많이 써서 출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성도들에게 교회의 이런저런 일을 하라고 부탁할 때 지나치게 강한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를 봅니다. 전에는 무조건 순종해라, 좋은 기회다, 은사가 있지 않느냐하고 설득하려고 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생각합니다. 혹시 나처럼 상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해가 안 된다. 이상하다. 다른 것은 다 하면서 왜 그것은 못하냐? 하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만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은 약합니다. 치유를 받아야 할 상처가 많습니다. 우리 모두는 상처받은 치유자 예수님 안에서 종합 정밀검사를 받고, 치유를 받아야 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Comments

반응형 구글광고 등
State
  • 현재 접속자 6 명
  • 오늘 방문자 83 명
  • 어제 방문자 214 명
  • 최대 방문자 1,115 명
  • 전체 방문자 321,538 명
  • 전체 게시물 404 개
  • 전체 댓글수 0 개
  • 전체 회원수 4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