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내적 치유 체험기 2. 밀폐된 공간이 싫어요.

황의정 목사 0 11,588 2018.04.21 09:44

사람들은 참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성숙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매우 유치한 면이 드러납니다. 넉넉한 사람이 어떤 음식이나 옷가지 등 작은 것에 집착합니다. 평소에는 너그러운 사람이 어떤 면에는 매우 고집스럽고 까탈을 부립니다. 대부분의 갈등이 사실은 이런 것 때문이라는 것을 잘 모릅니다. 이럴 때 상처라는 관점을 가지고 보면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제가 Fuller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이 참 많았습니다. 아침 8시에 여는 도서관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저녁 10:30분에 벨이 울리면 주섬주섬 책과 컴퓨터를 챙겨서 나오곤 했습니다. 제 책상은 3층에 있었습니다. 밖을 환히 내다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자리였지요. 자료를 찾기 위하여 지하 서고에 가야할 때도 잘 안내려갔습니다. 또 책을 찾으면 얼른 올라왔습니다. 저는 지하실 서재가 조용하다고 수년 동안을 지하실에서 공부하는 동료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지하실 교회에서 목회할 때가 있었습니다. 예배 때만 교회에 갔었습니다. 몇 년 전에 엘에이에서 교회 개척을 하기 위하여 여기저기 장소를 보러 다닐 때 어느 교회 엘에이 지성전을 가보았습니다. 내부는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창이 없는 복도를 지나서 토굴을 지나는 듯 들어가는 길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어떤 곳은 1층이지만 창이 없는 곳을 넓게 교회로 꾸며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속에서 답답한 기운이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공짜라도 여기서 개척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서 모교의 교수님이 오셔서 모시고 새들백 교회 주일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설교 중에 목사님이 유명한 농구 선수의 개구쟁이 시절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하수도 구멍을 통하여 1-2마일을 걸어가서 짓궂은 장난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이 제 마음을 엄습했습니다.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이 되었습니다. 

조용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제가 오늘 경험한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두려워졌습니까?”그 때에 한 장면이 제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개구쟁이 친구들과 함께 학교 마룻바닥 밑으로 기어들어간 것입니다. 듬성듬성한 마룻바닥 사이로 빠진 연필, 칼, 지우개, 그리고 동전이 많이 있다면서 주우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한참 낮은 포복으로 기어 다녔지만 하나도 줍지는 못하고 바람구멍에서 너무 멀리 들어간 것입니다.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인 저는 엎드린 채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가물가물하게 멀리 보이는 바람구멍을 보면서 그만 공포를 느꼈습니다.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릅니다. 

제가 밀폐된 공간을 그렇게 싫어했던 원인을 알았습니다. 그 때의 경험과 느꼈던 두려운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오랫동안 그런 감정을 가지고 살았던 제게 주님께서는 그 날 새들백 교회에서 치유하시겠다는 신호를 보내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교실 밑바닥에 엎드려서 두려워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마음에 그리면서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예수님, 너무 무서워요!” 그러자 주님께서 제 곁에 저와 함께 엎드려서 웃고 계시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맘이 편해지고, 밀폐된 공간에 대한 두려움에서 치유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밀폐된 공간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도피하지는 않습니다. 창이 없는 사무실에 온 종일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써도 편안합니다. 

두려움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몹시 싫어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면도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혹시 자신이나 배우자나 자녀들이 어떤 일에 특이한 반응을 보이면 “혹시 상처가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상처를 다 아시고, 친절하게 고쳐주시는 분이십니다. 온갖 종류의 상처로 말미암아 건강한 인간관계가 손상되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상처받은 치유자이신 예수님 앞에 나오셔서 조용히 여쭈어 보십시오. “주님, 제게 어떤 상처가 있습니까?” “주님, 제 남편은 왜 자주 화를 냅니까?” 놀라운 응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상처를 치유하십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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