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어금니 하나 뺀 날부터

황의정 목사 0 1,506 2018.04.21 09:25

어금니 하나 뺀 날부터 

주자가 가르친 [10가지 후회] 중에는 “부모님께 불효하면 돌아가신 뒤에 후회한다”는 항목이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어머님을 여윈 후에 자주자주 어머님께 대한 불효 생각을 하였습니다. 살아계실 동안에도 이 말을 기억하면서 설교도 하고, 효도하도록 도전을 하였지만 막상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시고는 이 말이 채찍이 되어 다가오는데 한없이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어머님 말씀 잘 듣는 아들로, 심부름도 잘하고, 말썽을 피우지 않는 아들로 인정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실상 저는 여러 번 어머님을 몹시 실망시켜드린 적이 있고, 부모님의 분노를 산 적이 있습니다. 

제가 어려서 손버릇이 좀 나빴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남의 것보다는 주로 아버님 지갑의 돈에 손을 대곤하였습니다. 남몰래 알사탕을 사서 우물우물 먹는 맛이 그리웠지만 실상 마음이 늘 불안하여 다시는 안하리라고 다짐을 하곤 했었습니다. 한 번은 어머님께서 돈 심부름을 시키셨는데 100원짜리 100장 묶음, 그러니까 만원 다발 여러 개를 이장님 댁에 전해주는 심부름이었습니다. 수백 장 중에서 한 장 정도 빼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저는 큰돈이었던 100원을 훔쳤습니다. 친구의 부친이셨던 이장님도 제가 워낙 모범생인줄 아신지라 어머님께 말을 하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너, 의정이 그러면 못쓴다!”하고 넌지시 말씀하습니다. 

제가 이런 경력 때문에 항상 죄의식에 시달렸습니다. 중학교 때에 교회에 처음 가서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말씀에 저는 전혀 저항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죄책감에 늘 시달려서 매사에 자신감을 잃어 갈 무렵에 예수님의 용서의 손길은 제게 말 그대로 구원의 손길이었습니다. 제가 말과 돈에 대한 정직한 자세를 갖게 된 것은 이런 어린 시절의 아픈 체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일로 다시는 부모님께 심려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은 예수님 믿기 전에 중병을 앓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수님의 기적적인 치유를 경험하면서 우리 가정이 하나님께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애 후반 30여년은 건강하게 사셨습니다. 워낙 희생적이신 분이시라 여간 아픈 것은 말씀을 안 하시고 꾹 참으시는 분이셨습니다. 무심한 아들들은 그런 어머님의 가까이서 살펴드리지 못했습니다. 10여년 전에 신장 결석 수술을 받았을 때에 고승의 사리만큼이나 많이 쏟아져 나온 돌들을 보면서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많을 돌을 몸에 품고 어떻게 사셨냐고 하셨다는 말을 듣고 많이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 제가 먼저 생각한 것은 어머님께서 베푸신 사랑과 희생, 그리고 모범적 신앙인의 모습이었습니다. 눈물로 감사를 드리고 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정말 후회가 막급한 사건이 자꾸 떠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태평양의 작은 섬인 사이판에서 선교할 때에 부모님께서 오셔서 여러 달을 머물다 가셨습니다. 어느 날 무심결에 식탁에서 어머님 얼굴을 바라보다가 밥을 잡수시는 어머님의 아랫 턱 움직임이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 내외가 발견한 것은 기형이 된 어머님의 치아였습니다. 어금니는 없었습니다. 앞니만으로 음식을 잡수시는데 아래턱을 좌우로 움직여 갈아 잡수신 까닭에 앞니가 어금니처럼 표면이 넓어진 것입니다. 저렇게 대충 삼키는 음식이 소화가 잘 될까? 음식 맛이나 제대로 느끼실 수 있을까? 선교사 형편도 못되고 마음만 아프다가 형님들께 넌지시 말씀을 드렸더니 잇몸이 약해서 틀니를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그냥 믿고 잊어버렸습니다. 아버님은 여러 번 틀니를 새로 하셨는데 어머님은 평생 한 번도 못하셨습니다. 

몇 주 전에 어금니 하나를 뺐습니다. 사랑니 2깨를 뺀 것 외에는 생니를 빼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얼마나 불편한지요. 한쪽으로만 음식을 먹으니까 입모양이 틀어지는 느낌도 듭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님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빚을 내서라도 틀리 해드리지 못한 것이 몹시 후회가 됩니다. 내 어금니 하나는 이렇게 소중한데 어머님의 모든 어금니를 무심하게 넘겼습니다. 불효자는 후회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부모님 치아를 한 번 살펴보시지요. 속옷도 훔쳐보세요. 신발도요.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은 오래 사시어 기회를 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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