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신앙과 애국정신 - 3.1운동 96주년 기념일에

황의정 목사 0 10,519 2018.05.04 10:05

      우리나라는 지정학(地政學)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동으로는 태평양과 미국을 대하고 있고, 북으로는 소련이, 서쪽에는 중국이, 그리고 동남쪽에는 일본이 있습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터지는 고난을 많이 겪었습니다. 특별히 근대에 들어와서 러일전쟁과 중일전쟁의 장이 한반도였으니 그 폐해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 번도 중국이나 소련이나 일본을 침략해 보지 못했지만 99번 이상 외침(外侵)을 받았으니 그 고난의 역사가 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국인의 심성 중에 임기응변이 능하고, 적응력이 탁월한 것은 이런 환경에서 개발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 난리가 날지 모르니까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거나 투자를 하는 등에 비교적 약한 것도 여기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 임금들과 지도자들은 이런 샌드위치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나라의 운명을 지켜왔습니다. 또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인 고 이승만 대통령은 한반도의 중요성을 정치학적으로 정리하여 미국을 설득함으로써 거의 무한정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수완이 있었습니다. 한반도가 공산화되면 미국은 태평양 전체를 방어하는데 엄청난 군사력이 필요하니까 대한민국을 반드시 미국의 우방으로 지켜주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 된다는 이론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무속신앙을 뿌리 깊은 종교성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불교와 유교와 천주교와 기독교 등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에 남달리 심취하는 종교성이 탁월한 민족입니다만 특징은 반드시 종교를 애국의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고려가 불교를 숭상하고, 조선이 유교를 숭상한 것도 국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합천 해인사에 보관되어있는 국보 32호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경판 81,258개)은 불경을 목판에 새긴 것입니다. 고려 고종 때에 불심(佛心)으로 외적을 물리치려는 애국신앙으로 만든 것입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군(僧軍)을 이끌고 혁혁한 공을 세운 것도 이런 신앙 애국의 민족적 전통에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1919년 3월 1일에 일제의 폭압에 항거하여 일어난 비폭력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꼭 96년이 되는 날입니다. 1910년에 일본이 조선을 강제로 병합시킨 이후 일본의 강압적인 통치에 분연히 일어나 조선의 독립을 선언하고 백성들이 일어나 만세운동을 벌인 이 사건은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큰 사건이었습니다. 독립을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일본의 강압 통치는 문화통치로 방향을 선회하게 만들었습니다. 민족 대표 33인 또는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지 않은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48인이 주도하고, 10대 후반의 유관순 열사와 심지어는 수원의 기생(妓生)까지도 앞장섰던 민족적 항거였습니다. 이미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민족 대표들 중에는 각 종교의 대표자들이 포함되었으며, 그 중 절대다수가 기독교신자들이었습니다. 역시 신앙을 애국심으로 승화시킨 사건인 것입니다.


           경건한 신앙은 그 자체가 애국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유교나 불교나 천주교나 기독교 어느 종교든지 소위 고등종교라고 하는 종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간직하고 함양하며, 도덕성을 개발하고, 자기희생을 가르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종교든지 그 민족이 숭상하는 종교가 건전하게 발전할 때에는 항상 나라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구약성경의 사사시대와 열왕기 시대에서 보듯이 신앙심이 쇠락하면 항상 윤리도덕의 해이와 타락이 따라오게 되고, 그 결과는 항상 경제적 어려움과 군사적인 침략으로 인해 고난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앙과 애국 신앙은 남다른 면이 있습니다.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은 백성은 복이 있다(시편33:12)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민족과 국가의 흥망성쇠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신다는 것입니다.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롬13:1)고 하시면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라(롬13:2)고 선언하십니다. 성경적 신앙은 반드시 민족과 국가를 위한 애국신앙이요 애족신앙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 신앙은 애국정신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소돔과 고모라 성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때에 아브라함의 간청에 따라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이 무엇입니까? 의인(義人) 10명이 있으면 심판을 면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온 백성이 타락해도 하나님의 심판이 유보되는 이유는 전심으로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소수의 의인들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인으로 삶으로써 애국신앙을 표현합니다. 이는 신앙인이 불의한 자가 될 때에 더 큰 심판을 자초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의롭게 사는 것은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는 애국심입니다.


          의인으로 사는 길은 개인적인 경건과 더불어 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의인이라도 불의한 사회에서는 의롭게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성도는 삶의 자리에서 불의에 항거하고, 개선하는 변화의 촉매자가 될 것을 요구받는 것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고, 세금도 잘 내고, 평화의 사자가 되는 것이 애국 신앙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사는 성도는 하나님의 마음에 아픔으로 있는 백성들을 보게 되고, 섬기게 됩니다. 고아와 과부와 노약자들, 병든 사람들과 갇힌 사람들이 눈에 밟히게 되지요. 한국교회가 전국의 고아원의 95%를 운영하고, 노인복지관이나 양로원을 대부분 맡아서 운영하고, 노숙자들을 찾아서 섬기고, 무료 병원도 만들어 치유하는 것이 다 이 마음입니다. 몇몇 지도자들이 힘쓰고 많은 성도들이 기도와 물질로 도와서 이 일을 합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이 시대의 애국신앙입니다. 지도자는 훈련으로 됩니다. 한국에는 유초등부 중고등부와 청년부가 없는 교회가 절반에 이른다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교회마다 사명을 가지고 해야 할 일입니다. 신앙으로 현세와 내세에 이바지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주여, 우리를 도우소서! 애국하는 신앙인이 되게 하소서!!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