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황의정 목사 0 10,775 2018.05.04 10:04

      묘두현령(猫頭懸鈴) 또는 묘항현령(猫項懸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말입니다. ≪순오지 旬五志≫에 ‘묘항현령’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고, 이솝 우화에도 나오고,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구전(口傳)된 것으로 보입니다. “쥐가 고양이에게 자주 잡히자 견디다 못한 쥐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였습니다. 쥐들은 서로 지혜를 짜내어 고양이가 오는 것을 미리 알아내는 방법을 궁리하였으나, 크게 신통한 의견은 없었습니다. 그때 조그만 생쥐 한 마리가 좋은 생각이 있다면서 나섰습니다. 그 묘안은 고양이 목에다 방울을 달아 놓으면 고양이가 움직일 때마다 방울 소리가 날 것이므로, 자기들이 미리 피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쥐들은 모두 좋은 생각이라고 감탄하고 기뻐하였습니다. 그때 한 구석에 앉아 있던 늙은 쥐가 ‘누가 고양이에게 가서 그 목에다 방울을 달 것인가?’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방울을 달겠다고 나서는 쥐는 없었습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았으나 막상 실행할 수가 없으면 허사라는 교훈을 줍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특공대 쥐가 없어서 두려움과 공포 속에 살고, 차례로 고양이의 밥이 됩니다.


          살면서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만 막상 해결책을 알면서도 그냥 세월만 보내고, 동일한 문제로 계속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너무도 흔합니다. 개인적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 지속되는 문제도 있고, 정말 문제의 원인이 되는 사람에게 찾아가서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말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목회하면서 이런 문제로 답답할 때가 참 많습니다. 어떤 성도는 자신의 그릇된 생각으로 자꾸 시험에 듭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의 문제라고 깨닫게 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어떤 성도는 아무 의식 없이 툭툭 던지는 말에 상처받고 시험 드는 성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조심하라고, 말씨를 좀 고치라고 말해주지 못합니다. 고민하는 동안에 희생자(?)는 늘어갑니다. 어느 목사님은 제게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원로 목사님이 한 분 계신데 신자만 오면 목사님보다도 먼저 심방을 가신답니다. 여기까지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그런데 찾아가서 목사님 흉보고, 교회를 비판하고, 이 사람 저 사람 허물을 다 말해줍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새 가족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제가 막 달려가서 따끔하게 깨우쳐주고 싶다는 열망이 불같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교회만이겠습니까? 그리고 교회만입니까? 집안마다 형제자매가 많으면 이런 사람이 한 명씩이 양념처럼 있지 않나요? 회사마다 약방의 감초 같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윗사람에게 아부하고, 아랫사람 심하게 부려먹는 사람이 있지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요?


          구약성경의 이스라엘 초대 왕 사울은 40년 동안 왕위에 있었지만 처참하게 실패한 왕이 되었습니다. 사울의 삶을 위협하는 내적인 문제와 외적인 숱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깨우쳐줄 사람이 부족했습니다. 당대에 최고의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멘토이신 사무엘이라는 역사상 가장 경건하고 위대한 멘토가 있었습니다만 사울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 긴 세월 엉뚱한 행동으로 일관하는 왕에게 제대로 조언하는 신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달랐습니다. 사무엘부터 시작하여 목숨 걸고 충언을 아끼지 않는 선지자 나단도 있었고, 충신들이 즐비했습니다. 다윗을 위협하는 고양이들은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충성과 헌신으로 하나씩 그 목에 방울이 달렸고, 다윗은 항상 깨어 살 수가 있었습니다.


           솔로몬 왕은 전무후무한 지혜자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타락으로 나라와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왕이 되었습니다. 너무 지혜가 많아서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신하들이나 제사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탓이라고 봅니다. 사울 왕은 자기 고집이 너무 세서, 솔로몬은 자신의 지혜를 너무 믿은 나머지 실패했습니다. 오직 다윗은 사울과 솔로몬보다 못한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승리했습니다. 사울과 솔로몬을 위해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사람이 없었고, 다윗을 위해서는 평생에 이런 충신과 멘토들이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 방울을 달아줄 사람입니다. 현대의 세련된 말로 하면 멘토(Mentor)라고도 하고, 코치(Coach)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부드럽게 지적해 주고, 깨우쳐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되고, 훨씬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지식과 기술을 전수해 줌으로 삶을 살아갈 기본기를 다져주는 스승, 삶의 기본이 되는 가치관을 세워주는 사람,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을 찾도록 인도하고 영감을 주는 사람, 위기 때마다 찾아가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상담자, 적절한 때에 사람과 자원을 연결해주는 후원자, 온 마음으로 닮고 싶은 인생의 모델 등이 우리에게 필요한 멘토의 여러 얼굴입니다. 이런 멘토들은 우리 삶을 위협하는 고양이들의 목에 방울을 달아주는 고마운 분들이요, 꼭 필요한 분들입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발견하지도 못하고 더더욱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주변의 멘토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겸손이 필요합니다. 용기와 겸손, 이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혼자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주어야 합니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서 그를 위협하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줄 용기가 필요합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함과 같이 친구가 그의 얼굴을 빛나게 합니다 (잠27:17). 혼자 있어 넘어지고 일으켜줄 자가 없으면 화가 미칩니다(전4:10). 그러나 형제는 위급한 때를 위하여 주신 선물입니다 (잠17:17).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줄 것입니까? 그런 사람이 몇이나 있으십니까? 나는 누구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줄 수 있나요? 딸랑! 딸랑! 딸랑! 할렐루야!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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