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교회 개척(敎會開拓) 둘로스 창립11주년을 맞이하며

황의정 목사 0 10,828 2018.05.04 10:03

       교회를 시작하는 것을 교회를 개척한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Church Planting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보다 훨씬 소망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플랜팅이란 말은 씨 뿌리기, 심기, 재배하기란 뜻입니다. 산야 황무지를 일구어 논밭을 만든다는 개척보다 어감도 좋고, 더 성경적인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교회는 생명체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스무 살에 처음 담임전도사로 청빙을 받았습니다. 성도가 한 자리 숫자로 줄어든 교회에 가서 몇 번 설교했습니다. 뜻밖에도 만장일치(?)로 청빙을 받았습니다. 지하 예배당 구석방으로 이사했습니다. 성미로 모아놓은 쌀자루를 열면 새까맣게 벌레가 나왔지만 물을 부어 벌레를 제거하고 밥을 지어먹었습니다. 새벽에도 저녁에도 기도를 하고, 낮에는 학교공부도 하고, 심방도 했습니다. 예배에는 눈물과 감격이 있고, 병이 낫고, 기적이 일어나고, 신자들이 날로 늘어갔습니다. 철도 없고, 목회가 무엇인지 모르고 목회를 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항상 풍성하고 넉넉했습니다.


           군에 입대해서는 동시에 여러 교회를 세우려고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전에 목사님(軍牧, Chaplain)께서 사역하던 자리에 사병으로 목회를 했습니다. 예하 부대에 교회를 세우려고 군용 Jeep차를 몰고 막사로, 운동장으로, 체육관으로 다니며 전도하고 예배에 초청했습니다. JSA(Joint Security Area)는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판문점이 있는 곳입니다. 북한 공산군과 함께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근무하는 부대라서 군기가 정말 엄합니다. 거기까지 들어가서 군인들에게 예수님을 전했습니다. 거의 매주 아무도 오지 않는 예배당에서 혼자 엎드려 기도하고 돌아오기를 1년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외롭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동행하심을 늘 느끼며 살았습니다. 또 군복무 중에는 문산 영생원이라는 고아원에서 매주일 오후에 예배를 인도하면서 고아들을 섬길 수 있었습니다. 고아들과 함께 놀고, 찬양하고, 예배할 때면 천국 같았습니다. 제 열 손가락마다 한 아이씩 매달려서 함께 걷고 . . . 이 시기에는 끊임없이 유동하는 교회를 보았습니다.

 

           신학교 졸업반이 되었습니다. 다들 청빙을 받아서 목회하러 가는데 저는 결핵을 앓고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교회를 하나 더 개척하고 싶었습니다. 그 때 소개받은 교회가 3년 된 교회였습니다. 신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들과 세 식구가 정말 끼니 간 데가 없는 세월이었습니다. 아내는 영양실조로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고,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던 고달픈 세월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자랐습니다. 성도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하여 새 사람이 되고, 평생 변치 않을 인격을 갖추어갔습니다. 목회가 무엇인지 좀 아는 목회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 때에도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 아닌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복음전도하고, 성도를 양육하고 세우는 것이 사명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종이니까 하나님의 체면을 손상시킬 일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없어도 없다고 말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여호와 이레 하나님은 신실하셨습니다.


           선교사가 되어서도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정말 논산 훈련소와 같은 개척 목회를 했습니다. 전도하여 양육하다보면 2년 만에 90% 이상이 중국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중국에 가서 어떻게 주님을 섬겨야할 지에 목표를 두고 목회를 했습니다. 5년 동안 전도와 양육목회를 하여 수백 명이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내는 주야로 기도하고, 새신자 양육하는 일에 헌신했습니다. 중국에 다녀오면서 아내에게 설교를 부탁했더니 성도들이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게 묻습니다. “목사님, 왜 사모님은 설교 안 하시고 목사님만 혼자 하세요? 사모님 설교가 더 듣기 좋아요!” 사모님이 설교하는 교회가 천에 하나, 만에 하나도 안 된다는 것을 알 길이 없는 중국 신자들의 말에 웃기만 했습니다.


           11년 전에 둘로스교회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 시작했다가 폐쇄직전에 있던 교회를 맡아서 했었는데 둘로스는 처음부터 우리 부부가 몇 분 성도님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경험적으로, 학문적으로, 그리고 인격과 영성에서 이전과 다른 40대 중반에 시작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복음의 능력을 믿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고, 마땅히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선후배 목사님들과 신실하신 집사님들의 희생적인 후원도 있었습니다. 신혼에 드렸던 기도대로 선교하는 교회를 세우려고 작정하고 시작했습니다. 오늘 4가정의 선교사를 파송함으로써 모두 14가정 선교사를 파송후원하게 됩니다. 재정 수입의 20%는 임대료로 지불하지만 그 보다 훨씬 많은 재정은 선교비로 지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 선교적인 교회를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장로님과 성도님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평생 교회를 개척하는 사역을 한 것은 더 없는 영광입니다.


           요즘은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이 아주 적습니다. 교회 개척이 어렵다는 말이 전염병처럼 퍼졌습니다. 누가 개척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말리기도 합니다. 요즘 신자들은 약아빠져서 개척 교회에는 안 온다. 이제 교회 개척 시대는 지나갔다. 개척 잘 못 시작했다가는 목회 인생을 망친다. 어렵다. 힘들다. 아니다. 큰 일 난다. . . 심지어는 어리석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한 세대 전보다 교회 개척 사역의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옛날에는 개척이 훨씬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비교할 수 없이 힘들고, 외롭고, 고달픈 사역이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교회는 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세워진 교회들입니다. 교회 개척이 힘 든 일이라면 그 만큼 주님께서 더 많이 도와주실 것입니다. 기존의 큰 교회에 편승하려는 나약한 성도들도 없지 않겠지만 주님을 위해서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헌신되고 성숙한 성도들도 많이 있습니다. 평생 개척 목회를 한 제게는 개척 목회가 제일 축복이었습니다. 가장 위대한 교회는 아직도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하시는 둘로스 여러분이 소중하고, 자랑스럽습니다. 11년 동안 베푸신 하나님 은혜 감사합니다! 아멘! 아멘!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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