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아버지를 위한 변명(辨明)

황의정 목사 0 10,221 2018.05.04 09:29

      오늘은 아버지의 날입니다행복한 아버지날입니다! Happy Father’s Day! 아버지가 아버지 되심으로 인하여 우리 자녀들이 받은 은혜와 사랑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아버지감사합니다!

 

           어느 미국 목사님 말씀입니다어머니날에는 모든 어머니들이 행복합니다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생각하고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감사한 마음으로 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립니다하지만 아버지날에는 모든 아버지들이 죄인이 됩니다아버지는 잘 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아버지들은 너무도 부족해서 아버지날의 설교는 아버지들을 정죄하고 공격하기 일쑤입니다그래서 어머니날에 어머니들은 교회가기를 좋아하시지만 아버지날에 아버지들은 교회가기를 싫어하십니다이 땅의 아버지들이 이렇게 대접받지 못해서 되겠습니까?

 

            이 시대를 아버지 부재의 시대라고 합니다산업혁명 이전의 아버지들은 농사를 짓든 사냥을 하던 물고기를 잡든 가정의 중심이었습니다자녀들은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 아버지를 닮으려고 노력하고아버지처럼 되는 것을 이상으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소위 인생의 역할 모델(Role Model)이 아버지였습니다힘 센 아버지는 더 없이 큰 방패가 되고의지가 되고자랑이 되었습니다이마에 흐르는 땀을 보면서아버지 손에 들린 먹거리를 보면서 아버지를 찬양하였습니다자녀들이 자라면서 항상 아버지 곁에 있었기 때문에 사춘기의 방황이란 이름도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중반부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아버지들이 먼저 공장에서 탄광에서 오래오래 일하시면서 자녀들과 단절이 시작되었습니다전문직에 종사하는 아버지들도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자녀들은 더 이상 아버지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어려서부터 학교라는 공간에서 배우고집에서는 먹고 자게 되었습니다무엇인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아버지가 아니라 선생님께 여쭙게 되면서 아버지는 전인적인 모델이 아니라 의식주를 책임지는 머슴(?)처럼 되어버렸습니다대부분 자녀들이 아버지보다 학력이 높아지면서 무식한 아버지무능한 아버지고집이 센 아버지대화가 안 통하는 아버지로 전락(?)하였습니다아버지의 고생은 심해지고보람은 줄어들고더욱 소외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버지는 스스로 왜소해졌습니다불과 2세기 만에 이 현상은 전 세계로 퍼져버렸습니다.

 

           그러나 한 동안 아버지만 상실한 가정에 그래도 어머니가 있었습니다아버지와 자녀들 사이를 이어주고,이해를 도와주고대화를 중재하던 어머니가 있을 때는 아직 희망이 있었습니다그러나 여성들조차 산업의 현장으로 끌려 나가면서 또 한 번의 급속한 소용돌이가 몰아쳤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여자들이 대학을 가는 이유는 시집을 잘 가기 위해서였습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어머니들이 직장 생활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이번에 한국 가서 보니까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절반을 훨씬 넘는 주부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림을 하고 있었습니다가정에서 아버지 부재의 간격을 메워줄 어머니마저 생활전선으로 내몰리자 가정에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이혼이 급격히 늘어나고재혼이 따라서 보편화되었습니다그 사이에 자녀들의 방황과 좌절과 절망더 나아가 타락이 급증했습니다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정신 장애가 그렇게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이 모든 것이 아버지 부재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아버지만을 탓할 수 있습니까온 세상의 구조가 그런 것을 어찌 아버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가 있습니까사실 산업화와 급변하는 사회에서 가장 혹사당하고 희생당한 것은 바로 아버지입니다.가장으로서의 행복을 누릴 겨를도 없이 무거운 짐을 지고치열한 생존경쟁의 무서운 싸움을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의 아버지들과 한국의 아버지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하나 더 있습니다시간제 근무를 하는 미국 아버지들은 퇴근 이후에는 자유롭습니다한국은 그렇지 못합니다. 2,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 문화가 큰 문제입니다우리 교회 성도님들 중에도 이 술자리 문화에서는 제 명대로 못 살 것 같아서 도피 이민을 하셨다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이번에 한국에서 만난 한 집사님은 직장에서 회식을 하면 주류파와 비주류파가 상을 따로 받는다고 해서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었습니다의대 학과장님이 술을 끊자 자연스럽게 술이 없는 밥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비주류파가 훨씬 많아졌다고 하셨습니다속으로 이 집사님은 예수님 믿고 술 끊으심으로 여러 가정 살리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위기 때에 강하셨습니다이 시대에도 역시 아버지들이 일어나셔야 문제가 해결됩니다하루 종일 일터에서 땀 흘리시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오셔도 자녀들과 조금만 더 시간을 함께 해주시면 됩니다이미 자녀들과 대화가 어색하게 되신 분들도 주저하실 것 없습니다아버지의 부재가 자녀들에게 문제였던 것처럼 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치유와 회복의 시작이 됩니다아버지가 먼저 다가가시면 됩니다우리 아버지들은 위대하십니다아버지 여러분,힘을 내시기 바랍니다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아버지들의 가장 큰 대변인인 하나님 아버지께서 여러분 편이십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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