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부전자전(父傳子傳)

황의정 목사 0 10,174 2018.05.04 09:09

    요즘 한국 텔레비전에서는 붕어빵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나 봅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녀들과 함께 나와서 여러 가지 게임을 하는 것을 잠깐씩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이 말을 얼마나 잘 하는지 새삼 놀랍니다. 그러나 제일 놀라운 것은 정말 붕어빵처럼 닮았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부모를 닮은꼴로 태어나는 것은 하나님의 신비한 은혜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분신을 잊지 못합니다. 자기를 쏘옥 빼닮은 자녀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해도 좋습니다.

  


     자녀들은 외모(外貌)를 닮습니다. 그러나 내모(內貌)라고 할 수 있는 속사람을 더 닮습니다. 목소리를 닮습니다. 음식과 의복 취향을 닮습니다. 재주를 닮습니다. 노래, 춤, 운동, 기계, 그림, 공간개념, 분석력, 논리력, 추리력, 설득력. . . 직업을 봐도 부전자전입니다. 월급생활을 하는 집안에서는 월급생활자가 많이 나옵니다. 사업가 집안에서 사업가가 많이 나옵니다. 학자 집안에서 학자가 많이 나옵니다. 정치가 집안에서 정치가가 나오고, 목회자 집안에서 목회자가 많이 나옵니다. 모든 것, 정말 모든 것을 닮습니다. 선천적으로 부전자전인데 그 부모님 영향 하에서 자라니까 후천적인 요소까지 가미하여 부모를 닮는 것은 필연적이 됩니다.

  


      어느 부모는 자녀들을 속으로 싫어합니다. 물론 사랑합니다. 그런데 속으로 싫습니다. 자기를 닮은 모습을 싫어합니다. 부모님의 자아상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신의 약점을 심각하게 생각하여 불행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바로 그 점을 닮은 자녀들을 싫어하게 됩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더 받으려고 무의식중에 노력하는 자녀들의 입장에서는 혼동을 겪게 됩니다. 엄마처럼 되고, 아빠처럼 되어 사랑을 받으려는데 그 닮은 꼴 때문에 무의식적인 배척을 당하니까 어쩔 줄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의 자존감(自尊感, Self esteem)이 중요합니다.



      자녀들은 부모님이 만들어 준 틀 안에서 자랍니다. 골방에서 키우면 골방이 우주인 줄 알고 자랍니다. 마당에서 키우면 세상이 마당만하다고 믿고 자랍니다. 부모님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자녀의 세계관과 가치관 형성의 기본이 된다는 말입니다. 자기만 아는 부모에게서 이웃을 알고, 민족과 국가와 세계를 아는 자녀가 나오기는 그만큼 어려울 것입니다. 부귀와 영화를 신앙처럼 추구하는 부모에게 정의와 사랑은 하찮은 것이 되고, 거침돌이 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배운 자녀들은 붕어빵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보다 더 큰 인물이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원대한 포부와 기대를 저버리고 평범하게 되어버린 자녀들이 많습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아니라 “어디서 저런 아들이 나왔지?”하고 의아해하게 만드는 자녀들이 있거든요. 옛날 말에 “자식 키우는 사람은 남의 자식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자식 농사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는 뜻이지요.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형상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부전자전으로 우리가 영적인 존재요, 영원한 존재입니다. 사랑을 먹고 공의를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사랑하면 예뻐지고, 사랑을 받으면 건강해지고, 사랑으로 행복합니다. 거룩한 존재라서 죄를 싫어하고, 멀리하는 성향이 뿌리깊이 박혀있습니다. 죄를 즐기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을 죄 가운데 사는 자신을 혐오하면서 언젠가 죄에서 벗어날 날을 꿈꾸면 사는 것이 사람입니다. 사람은 하나님 아버지를 닮아서 창조적입니다.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것에 쉽게 싫증을 내며, 항상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아름다움을 무척 즐기고, 만들어냅니다. 만물 중에 유독 인간만이 하나님을 뛰어나게 닮았습니다.

  


      타락한 인간에게 이런 아름다움이 많이 상실되고, 왜곡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버지 하나님의 모습을 우리 안에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랑할 줄도 알고, 용서할 줄도 압니다. 희생할 줄도 압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살 때 행복을 느낍니다. 아버지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으로 최고의 희열을 느끼는 영혼이 있습니다. 부전자전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잃어버렸던 아버지를 다시 찾은 것입니다. 멀리 떠났을 때에 더러워지고 상한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때를 씻어내고, 상처를 싸매고, 어둠과 괴로움과 슬픔과 아픔과 눈물을 털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작아지고 약해지고 무기력해진 모습을 고침 받아서 상실했던 아버지 모습을 되찾게 된 것입니다.



     교회는 산실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듯 죄인이 거듭나는 곳입니다. 교회는 유아원입니다. 갓 난 아기 같은 성도들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며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을 하는 곳입니다. 교회는 학교입니다. 말과 글을 배우고, 의사소통을 훈련하는 곳이며, 기본 성품을 다듬는 곳입니다. 교회는 사관학교입니다. 세상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교회는 군대입니다. 원수들에게 갇혀있는 영혼들을 구원하는 특공대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교회는 병원입니다.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외과. . . 영안실까지 갖춘 종합병원입니다. 교회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니 영원부터 영원까지 생명을 책임지는 유일한 곳입니다. 교회는 아버지 모습을 회복하는 곳입니다. 부전자전의 아름다운 전통을 재창조해내는 곳입니다. 속사람을 깨끗하고 거룩하고 강건하게 하여 아버지 하나님을 닮게 하는 곳입니다. 지혜와 능력과 사랑과 인내를 충전하여 사랑이신 하나님 아버지를 대신하게 하는 곳입니다. 아버지의 세계비전, 모든 인류를 다 구원하시고, 모든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그 비전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향해 담대하게 나가도록 매일 파송하는, 미사일 발사대 같은 곳입니다. 사랑에 후회가 없으신 하나님 아버지를 닮아가는 일에 헌신하는 둘로스 교회 성도되신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지난 10년 여러분과 함께 아버지 닮아가는 것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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