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8.15 해방과 진정한 해방

황의정 목사 0 11,979 2018.04.21 09:12

초등학교 시절에 광복절은 항상 방학 중이었습니다. 방학 중에 학교에 나가는 날이 며칠이 있었습니다. 운동장의 풀 뽑는 날도 있고, 특별 행사가 있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8월 15일에는 어김없이 학교에 갔습니다. 광복절 기념식 때문이었습니다. 그 날은 참 지루했습니다. 선생님들도 다 나오시지 않고, 여름 내내 청소하지 않은 교실 분위기도 그랬습니다. 어떤 때는 교실에서 키우던 다람쥐가 죽어서 온 교실에 악취가 나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왜 선생님들은 광복절을 의미 있는 날로 만들어주지 못했을까 하고 종종 생각하게 됩니다. 나라가 주권을 잃고, 일제의 만행과 수탈을 당하면서 살길을 찾아 만주로 이민을 간 사람이 얼마며, 독립운동 하느라고 처자식과 생이별한 사람이 얼마이며, 징병과 징용으로 끌려가서 불구가 되고 또 죽은 사람, 정신대에 끌려간 어린 소녀들이 얼마였는데 이런 것들은 어려서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전체 인구의 10-20%가 되는 200만-400만 명이 36년 동안에 죽임을 당했던 생지옥이 아니었습니까? 저는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던 광복절 기념식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국사(國史) 교육을 소홀히 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을 보면서 이것이 뿌리가 깊구나 생각합니다. 

해방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더없이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반만년 역사의 맥이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것이었으며, 잃어버린 나라의 주권, 그리고 금수강산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말과 글을 되찾았습니다. 굶어도 배부르고, 아파도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는 자유 민족이 된 것입니다. 비록 완전 자력(自力)으로 얻은 해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우리 민족이 어부지리(漁父之利)만 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해방을 온전히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외세에 의하여 강제로 남북이 나누어지고, 또 5년 만에 6.25 전쟁을 치르게 되었지만 어찌 이것을 외세 탓으로만 돌릴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 스스로의 분열과 싸움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닙니까? 좋은 것을 쟁취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잘 관리해서 더 크고 아름답게 성장시켜서 우리도 누리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뼈아픈 실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그 동안의 고통과 비애는 얼마며, 또 굶어죽는 북한 동포가 얼마입니까? 죽기 아니면 살기로 기를 쓰고 핵무기 개발에 매진하는 북한 정권을 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되는 것이 비록 저 뿐만은 아니겠지요? 

해방 60년이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우리가 얻어야 할 해방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 민족의 단점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도 이런 것이 없나 살펴야 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에 대하여 쓴 글을 보면 세계적으로 한국인처럼 자기 민족을 심하게 평하는 민족이 없답니다. 사실이지요. “한국 사람은 안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삽니다.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이기심과 물질주의와 세속주의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어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제적인 구제와 구호 사역에 인색합니다. 개인적으로 남을 돕는 일에 열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요? 

또 하나 우리 민족은 낮은 윤리 도덕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었는데 어느덧 세계무예의지국(世界無禮儀之國)으로 전락했습니다. 가끔 조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바로 이 점입니다. 말도 행동도 얼마나 거친지요. 이 모든 것은 우리의 타락한 본성에서 나옵니다. 또 하나는 세상 풍조에 너무 휩쓸려 다니는 것에서도 해방되어야 합니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그리고 이 생의 자랑으로 특징을 삼는 것들이거든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해방은 죄와 사탄의 권세에서 해방되는 것입니다. 이 해방을 얻지 못하면 모든 해방이 허사입니다. 그래서 우리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실 때에 해방자로 오신 것입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4:18-19)고 선언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해방자이십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먼저 죄에서 해방됩니다. 죄의 권세와 형벌에서 함께 해방됩니다. 그 다음에는 세상에서와 죄의 본성에서 구원되며, 마침내 사탄의 권세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됩니다. 해방 60주년을 맞이하면서 해방자 예수님을 잘 믿고 진정한 해방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만이 모든 것에서 우리를 자유케 하시는 참 해방자이십니다. 

건강한 둘로스 교회의 행복한 담임목사 황의정 드림 

Comments